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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의 그림자 - 과다·장기 복용 땐 부작용 커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이다. 약성(약효)이 있는 것은 무엇이나 크고 작은 독성(부작용)이 있다. 제대로 된 약이라면 복용했을 때 얻는 득이 부작용으로 인한 실보다 훨씬 커야 한다.

약효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독성이 우리가 감내하기 힘들 정도라면 애당초 의약품으로 허가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판 중인 약 중에 우려할 만한 부작용을 가진 것도 적지 않다. 주의사항은 사용설명서에 기술돼 있지만 눈여겨보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 위 망치는 관절염 치료제

관절염 환자의 80%가 복용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효과는 뛰어나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위를 망가뜨릴 수 있다. 오래 먹다 보면 속쓰림.위궤양이 생기고, 이를 방치하면 구멍(천공)까지 뚫릴 수 있다. 이유는 이 약이 위장 보호 작용이 있는 콕스(COX)-1 효소를 억제하기 때문.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유대현 교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궤양 치료제를 함께 처방한다"며 "65세 이상 노인, 위출혈.위궤양 경험자, 심장병.당뇨병.폐질환 환자, 흡연자 등 궤양이 생기기 쉬운 사람은 이 약을 삼가거나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 대장 잡는 변비약

유명 변비약인 둘코락스.비코그린.아락실 등은 대장 점막을 자극해 약효를 발휘한다. 효과가 빠른 것이 장점이다. 잠자기 전 복용하면 다음날 아침엔 배변이 쉽다. 보통 12시간 안에 약효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 복용은 곤란하다.

서울대병원 손인자 약제 부장은 "이들 변비약을 오래 복용하면 장 무력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대장 기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주일 이상 연속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 간 손상 일으키는 두통약

두통 환자에게 가장 많이 팔리는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의 약이다. 타이레놀.게보린.펜잘 등이 여기 속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진통 효과가 빠르고 뛰어나지만 과다.장기 복용 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사용설명서에도 "장기 또는 과량 복용 시 만성 간괴사.만성 간염, 간 괴사 등 심각한 간 손상이 유발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따라서 매일 3잔 이상 술을 마시거나 간경변 등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복용 시 의사와 반드시 상담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이 약뿐 아니라 간 손상은 먹는 무좀약을 장기 복용하거나 과량 복용 시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녹내장 유발하는 안약

스테로이드 안약은 안과 질환 중 가장 흔한 결막염.각막염 등 염증 치료제에 자주 처방된다. 물론 장기 사용은 금물. 안구 내의 방수(투명한 액체, 안압 유지)가 원활하게 빠져 나가는 것을 막아 안압을 올리기 때문이다. 안압 상승은 녹내장. 시야 결손.실명의 원인이다. 안압 상승 위험도는 덱사메타손. 프레드니솔론. 플로우로메톨론 순서로 높다. 사용설명서엔 "안약 사용 기간이 2주를 넘지 말고, 10일 이상 투여 시 정기적으로 안압 측정과 수정체 검사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 기형아 출산 위험 있는 여드름 치료제

로아큐탄.아키놀 등 이소트레티노인 계열 여드름 치료제는 특히 젊은 여성에게 인기가 높다. 의사 처방을 받는 전문의약품이지만 인터넷 등에선 암암리에 거래도 된다. 그러나 이 약은 임신 중인 여성이 절대 사용해선 안 되는 X등급 약이다.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강남성모병원 피부과 김형옥 교수는 "약을 사용하기 전에 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복용 전후 1개월간 피임을 해야 한다"며 "약을 끊은 뒤 한 달 뒤에 임신하는 것은 문제 없다"고 말했다. 이 약은 또 간수치와 콜레스테롤.중성지방 수치를 높일 위험이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