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의 최고점 '중2병'
2013.07.13 11:56
호환마마보다 무섭다? 사춘기의 최고점 '중2병' 대탐구
- 레이디경향 (stylezi******) 추천 1 조회 773 2013.07.11
반 애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에게 질 수 없다는 허세와 엄마에게 밀릴 수 없다는 오기 그리고 친구 패거리에 대한 집착으로 귀결되는 중2병. 세상이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소리치며 지질해 보일 바엔 죽는 게 낫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오 마이 갓!"이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중2병, 사춘기의 다른 이름
요즘 '중2병'이 화두다. 아이가 말대꾸만 해도 중2병이라 하고, 허락받지 않고 머리 염색을 하거나 치맛단을 줄여도 중2병인 것 같다고 하소연이다.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이 이유 없이 반항하고 속을 썩이면 중2도 아닌데 그런다고 걱정을 한다. 중2병의 본래 뜻은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적인 상태를 빗댄 말로 자아 형성 과정에서 '자신은 남과 다르다' 혹은 '남보다 우월하다' 등의 착각에 빠져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일종의 인터넷 속어다. 1999년에 일본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사용됐는데, 그 뒤 우리나라에서는 의미가 조금 변질돼 연령대를 불문하고 사용된다. 중2병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널리 알려진 중2병의 전형적인 '증상'을 살펴보면 된다. '서양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맛도 없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다, 인기 밴드에 대해 뜨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정색한다, 무엇이든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엄마에게 프라이버시를 존중해달라고 말한다, 사회와 역사에 대해 좀 알게 되면 '미국은 추잡하다' 라고 한다등이 있다. 사춘기 특유의 감수성과 상상력, 허세가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괴로울까?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2012년 상담 경향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상담 요청 고민들은 가족, 일탈 및 비행, 학업과 진로, 성, 성격, 대인관계, 정신건강, 생활습관 및 외모, 컴퓨터·인터넷 사용, 정보 제공, 법률 정보, 활동, 기타의 1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그중 총 1만1백66건의 상담을 분석한 결과 우울·위축, 강박·불안, 충동(분노) 조절 문제, 자살·자해 등 정신건강과 관련된 상담이 전체의 약 25.5%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대인관계(24.9%), 가족 문제(14.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상담 요청 학생은 중·고등학생이 가장 많았고, 호소 영역별로는 초등학생은 가족 문제, 중학생은 대인관계, 고등학생은 정신건강에 대한 것이 많았다. 부모는 아이를 너무 모른다
사춘기 자녀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덩치까지 커버린 '어른 아이'의 폭주를 감당하지 못해 두려움마저 느끼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변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사춘기 문제들의 종류가 늘고, 그 내용이 다양화되긴 했지만 이전에 없던 문제가 새로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금 부모들이 겪고 있는 아이들의 문제는 이전에도 있어왔던 것이며 오히려 변한 쪽은 부모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은 기본적으로 사춘기 아이들의 특성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아이'의 이야기일 뿐, 자신의 아이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 문제가 어렵고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아이를 파악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결과 아닌 자연스러운 과정
'상상 속의 관중'이라는 말이 있다. 사춘기 아이들은 그만치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한다.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단순히 '쪽팔리다'라는 이유로 격렬하게 반항하거나 거부하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남과 다르다'라고 전제하며 사고한다. 예를 들면 어른들 눈에는 위험천만해 보이는 오토바이를 면허도 없이 운전해 질주하는 데에는,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이 우리 아이들의 사춘기를 더욱 심화시키기도 했다. 인터넷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나쁜 성인문화까지 빠르게 배운다. 아이들은 자살부터 왕따까지 모방하기가 무척 쉬워졌다. 여기에 학업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무기력증이나 우울증, 폭력적인 성향까지 정신적인 고통도 추가됐다. 사춘기 아이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업을 진행 중이다. 중2병이란 '병' 앞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누가 뭐래도 아이들이다. 사춘기를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될 수는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다 거쳐가는 과정이다. 아이가 말대꾸를 한다면, 아이가 방문을 잠그기 시작했다면, 아이가 머리에 염색을 하고, 교복 치마를 짧게 수선했다면 일단 화를 내기에 앞서 어떤 '단계'에 들어섰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1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중2병을 앓고 있는 사춘기 아이들의 실제 고민은 무엇일까?
사례 1인터넷 게임에 중독됐어요(고3 남학생)
갑작스러운 부모의 이혼으로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한 A군. 학기 중에는 컴퓨터 때문에 매일 지각해 학교에서 징계까지 받았다. 방학 중에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게임만 할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상담은 이렇게:A군과 A군의 어머니는 5개월 정도 각각 개인 상담을 받았으며, A군은 추가로 인터넷 중독 치유 학교에 다녀왔다. 현재는 게임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대학 입시에 도전 중이다. 또한 체력관리를 위해 복싱학원에 매일 다니고 있다.사례 2끊임없는 자살 시도. 죽고 싶어요(중3 여학생)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 너무 괴로운 B양.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항상 외롭고,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라 학비는 물론 급식비를 내는 것도 어려운 형편이다. 모든 것에서 좌절을 느끼며 집에 혼자 있을 때 습관적으로 손목을 칼로 그어서 자해를 했다. 또 자살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상담은 이렇게:인터넷 채팅을 이용한 사이버 상담을 통해 개인 상담을 받게 된 B양. 상담자는 경제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었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와 약물치료를 받도록 하면서 상담을 병행했다. 그동안 힘들었던 속마음을 표현하게 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될 수 있도록 지지해주며 친구를 사귀는 법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었다.사례 3친구 없는 학교생활이 무척 힘들어요(중3 여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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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을 앓고 있는 자녀로 인해 많은 부모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문제는 늘 있어왔다. 없던 게 새로 생긴 건 아니다. 이전에는 아이 혼자 속상하고, 설레는 조용한 사춘기였다면 요즘은 드러낸다는 게 다르다. 다만, 사춘기로 표현되는 문제들이 매우 다양해져서 부모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더 어려워한다. 아이들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엔 부모도 정말 많이 달라졌다.
부모가 달라졌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과거에는 아이 문제가 곧 부모 자신의 문제였다. 아이들을 상담소에 데리고 오더라도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요즘은 학원에 맡기듯 한다. "자, 아이 데리고 왔어요" 하고 뒤로 빠지는 식이다. 책임감이 없다기보다 요즘 부모들이 워낙 바쁘다. 자기 살기도 바쁜 거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진짜 어른이 얼마 없다. 사춘기 문제로 부모가 힘들고, 사회가 힘들다는 것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버팀목이 돼줄 만한 어른 노릇을 못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커졌는데 그 목소리를 감당할 어른은 약해졌다.
중2병으로 대표되는 아이들의 고민이 궁금하다.
우리 원에서는 1년에 8만 건 정도를 상담한다. 상담 내용을 분류하면 13가지 카테고리로 정리된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대인관계이고 그 다음이 가족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따돌림 관련 문제가 증가했고, 가족 간의 갈등도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그 내용을 보면 옷차림이나 화장,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 문제 등 갈등거리가 다양해지고 주제도 새로워졌다.
엄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를 하나 꼽는다면?
단연 스마트폰 문제다. 언제 사주면 되는지 물어올 정도로 꼭 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 조언하자면 안 사주면 좋겠지만(웃음), 사주어야 한다면 최대한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는 거다. 또 "알았어. 대신 공부나 잘해" 하면서 아무런 기준 없이 덥석 사주어도 안 된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물건이다. 어떤 것을 구입할 건지, 요금제는 어떤 것을 선택할지, 어떻게 사용할 건지 아이와 상의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아이와 합의된 규칙을 가지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부모들이 힘들다고 하지만 실상 아이가 특별히 나쁜 짓을 저질렀다기보다는 아이에 대해 부모로서 아는 것이 없어 놀라고 불안한 것이다. 요즘 부모는 너무 바빠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부모가 많지 않다. 같은 문제가 터져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부모들의 태도가 다른 것은 누가 얼마만큼 더 알고 있는가, 하는 정보의 차이다. 학원은 어디가 좋은지 알면서 아이 문제는 어디서 도움을 받고 상담받을 수 있는지는 모른다고나 할까. 부모가 성숙하지 않으면 아이 문제는 늘 어렵기만 할 것이다. 사춘기 자녀를 대할 준비, 알려고 하는 노력만으로도 많은 것이 개선된다.
아무리 혹독한 중2병을 앓았더라도 이겨낸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중학생 아들의 인터넷 게임 문제로 상담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아이를 만나보니 게임을 잘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나름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제지하니 문제가 생긴 거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알고 보니 어머니는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선생님이었다. 아이는 자신이 24시간 감시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로 바쁜 엄마가 어린 시절 자신을 방치했다고 생각했다. '대체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냐'라는 원망도 했다. 중요한 건 그 엄마의 자세였다. 아이의 문제가 자신에게서 비롯됐음을 인정하며 상담에 적극적이었고, 아이가 아닌 자신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아이에게 정식으로 사과도 했다. 어느 날 상담을 받고 돌아가는데, 엘리베이터에 탄 후 아이가 말없이 엄마 손을 꼭 잡더란다. 상담이 성공하려면 상담자와 아이, 부모 삼박자가 그야말로 잘 맞아야 하지만, 결국 성공의 열쇠는 부모가 가지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전문가의 구체적인 가드라인을 듣고 싶다.
청소년들이 가장 기대하는 사람이 신뢰가 가는 성인 친구라고 한다. 신뢰가 간다는 것은 일관성을 뜻한다. 성인 친구라는 것은 어른이되, 친구같이 동등한 위치를 말한다. 즉, 일방적인 관계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녀가 사춘기가 됐다면 도 닦을 때가 됐다고 생각하라(웃음). 엄마에게 말대꾸하고 비꼬고 반항하는 것을 우리 쪽 전문 용어로 '게임 걸기'라고 한다. 아이들의 게임 걸기에 말려들면 안 된다. 그러면 싸움만 일어나고 엄마도 상처받는다. 엄마가 미운 게 그 시기 아이들이다. 애들은 애들대로 편한 것만은 아니다. 고민도 많고 진짜 힘들다. 어른으로서 단단하게 버텨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학부모들에게 당부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상담기관으로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있고, 각 시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있으며, 교육부 쪽으로는 위(Wee)센터가 있다. 모두 무료다. 사춘기 자녀가 있다면 적어도 이 정도 기관은 알고 있는 게 좋다. 그리고 사설 상담기관들을 이용하려면 상담자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정도는 확인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심리, 교육, 사회복지 등 관련 학과 전공을 기본으로 상담과 관련된 국내 학회가 두 군데 있는데, 적어도 학회 발급 상담 자격증은 갖고 있어야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조민정, 안진형(프리랜서)
■도움말 / 이영선(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 교수), 강금주(「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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