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507680
  • Today : 1234
  • Yesterday : 806


15. 지산겸[地山謙 ] "깨달음"

2013.10.09 15:12

구인회 조회 수:3698

SuperPipo_416682.jpg        
                      

        

                                               

                                      15. 지산겸[地山謙 ] "깨달음" 



     지산겸.jpg

        [地山謙]

   

               

  주역 열 다섯번 째 괘 “지산겸 地山謙

    나무는 너무 많은 열매로 무거울 때 가지를 밑으로 내린다.
    그리고 대지를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나무의 풍요함은 먼저 나무를 겸손하게 만든다.
    풍요함은 나무로 하여금 대지를 향해 몸을 구부리게 한다.
    그리고 나무는 무게를 덜고 다시 하늘을 향해 설 수 있도록
    누군가 자신의 열매를 가져 갈 것을 부탁한다. 
    그의 존재가 무르익은 열매처럼 된 사람의 상황도 이와 같다.
    그는 겸손해 진다.
    그는 너무 많은 열매로 힘에 부친다.
    그래서 그는 누군가에 나누어 줄 준비를 한다.
    그는 그대가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다만 짐을 덜고 홀가분해 지는 것 뿐이다.
    그게 전부이다. - 까비르(인도의 시인)


    겸謙, 어딘지 모르게 약해 보이는 겸, 겸괘의 힘에 밀려 갈 길을 멈춘지 오래

    미루고 미룬 그 많은 일들 중에 미룬 일 하나를 꺼내 예로부터 64궤 중에 최고의

    괘로 일컬어지는 지산겸謙의 문을 열어봅니다.

    물님은 지난 13.10.6일 말씀 가운데 염소도인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득도를 하기 위하여 산 속에 들고자 했고, 낯선 숲길을 내는 데는

    말 잘 안 듣고 아무나 들이받는 성미가 고약한 고집불퉁 염소가 제격이라

    염소가 가는 대로 염소에 이끌려 산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염소가 고른 거처에  머물게 된 그에게 골치아픈 일이 생겼습니다.

    득도는 커녕 가져간 식량이 다 떨어져버린 것인데 고육지책으로 염소가 먹는 풀을

    뜯어  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득도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가 얻고자 한 득도得道는 기대할 수 없었고

    어느 순간 염소와 같이 먹고 동거동락한 자신이 염소라는 생각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내 멋대로 내 맘대로 염소처럼 들이받고 고집스럽게 자신을 내세우며 살아 온 인생

    말 못 알아듣고 말 안 듣는 염소가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자신을 들여다 보니 자신이 교만한 염소였으며, 염소도 자신이라는 깨달음에,

    그 후 자기라는 것이 깨지고 말 안듣는 중생을 제도하는 염소도인이 되었다는데...!

 

    군자유종君子有終, 뾰족하고 까칠한 염소가 내가 잘 났다고 하는 의식이 없어지고

    신 앞에서 겸손해져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완성한 괘,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묘똥이로다."

    하늘과 땅 사이, 아니 기암괴석과 험산준령이 땅 속에 척 들어 앉은 괘,

    무궁무진한 능력과 재주로 세상을 제멋대로 살고 주름잡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아무리 안 다 해도 "그 지식이란 바닷가의 물 한잔 만도 못하다(뉴우튼)는

    것을 깨닫고, 그 실력을 기반으로 내면을 다지고 풍광을 아름답게 하는 괘  

    힘 있는 사람이 힘 없는 사람 편 들어주고,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의 살림살이를 돌봐주고

    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 뒤에서 등불을 밝혀주고

    공성이불거 功成而不居, 공을 세우고서 머물지 않고 물러서는 궤가 지산겸地山謙

    말씀언 변에 벼화禾 두개를 두 손으로 꼭 붙잡는 궤가 바로 겸謙이니,

    아, 겸謙이란 남 앞에서 습관처럼 머리 숙이는 겸손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깨달음인가?

    가장 낮은 곳에 계신 겸이 무한히 멀기만 하고 한없이 높기만 합니다.

    진리를 깨닫고 진리의 세계를 무한히 펼쳐가는 지산겸地山謙의 말씀을 듣습니다.

     

    겸형 군자 유종 謙亨 君子有終. 겸은 형통하다. 자신을 완성하고 마침졸업을 한다.

    진리를 깨달으면 불생불멸 不生不滅,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

    물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 지구별에서 졸업장을 땄으니 다시는 이 지구별에

    올 필요가 없으며, 무한한 창조의 세계, 영원에 잇다은 별에서 나야 합니다.

     

    단왈 겸형 천도 하제이광명 지도 비이상행

    彖曰 謙亨 天道 下濟而光明 地道 卑而上行.

    겸이 형통하다함은 하늘의 진리가 아래에 두루 비치니 땅에서도 하늘을 우러른다.

   "내 영혼이 햇빛 비치니 영광 찬란해. 밝은 얼굴 뵈올 때 나의 영혼 기쁘다."

    하늘의 빛이 있으므로 땅의 물이 위로 오릅니다.

 

    천도휴영이익겸 지도변영이유겸 귀신해영이복겸 인도오영이호겸

    天道虧盈而益謙 地道變盈而流謙 鬼神害盈而福謙 人道惡盈而好謙

    하늘은 가득 찬 것을 비우게 하며 겸손한 데는 채워주고,

    땅은 가득 찬 것을 변하게 하여 겸손한 데로 흐르게 한다.

    신은 가득 찬 것을 허물며 겸손한 자에게 복을 준다,

    사람은 저 혼자 잘나고 교만한 자를 미워하며 겸손한 것을 좋아한다.

    온 우주의 기운이 한결같이 교만을 미워하고 겸손을 좋아합니다.

 

    겸존이광 비이불가유 군자지종야 謙尊而光 卑而不可踰 君子之終也.

    겸손은 빛이나고 스스로 낮은 곳으로 향해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겸손이 곧 군자가 지향해야 될 종국이요 깨달음이라는 것이지요. 

 

    지중유산겸 군자이부다익과 칭물평시 象曰 地中有山謙 君子以裒多益寡 稱物平施.

    흙 속에 산이 있는 것이 겸謙이니, 군자가 이로써 많은 것은 덜어서 적은데 보태준다.

    물건을 균등히 재서 골고루 나눠 준다. [裒:덜 부/稱:저울질 칭]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법

    사람은 누구나 하느님의 아들로서 공평한 존재이다.

    그런데 높고 낮음을 구분하여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사람은 지중유산地中有山 의 형상을 본받아 높은 것은 낮추고 낮은 것은 올려서,

    높고 낮음, 많고 적음 없이 이 세상 모두 평등하게 되는데 힘써야 합니다.

 

    초육 겸겸군자 용섭대천 길 初六 謙謙君子 用涉大川 吉.

    겸손하고 겸손한 것이 사람의 길, 같이 큰 강을 건너가니 행복하다.

    기를 받고 사는 사람이라 냉기를 받으면 냉냉해지고 온기를 받으면 온화해집니다.

    문왕이 그랬다듯이 겸손함으로 사람을 대하니 사람이 따르고 그 사람과 더불어

    큰 강을 건너고 큰 일을 하니 잘 풀리고 형통합니다.

 

    상왈 겸겸군자 비이자목야 象曰 謙謙君子 卑以自牧也.

    군자는 낮은 데서 자신을 기른다.

    예수님은 40일 광야생활, 부처님은 6년 고행 49일 선정,

    공자님은 14년간 철환천하,  바울 역시 광야생활 3년

    군자는 자신을 낮은 데로 향하게 하여 아래서 자신을 기르고 힘과 진리를 깨우칩니다.

 

    육이 명겸정길. 상왈 명겸정길 중심득야 六二 鳴謙貞吉. 象曰 鳴謙貞吉 中心得也.

    육이는 겸손이 가슴 속에 파고들어 뫔이 공명하니 바르고 길하리라.

    겸손이 울려 길하다 함은 자기 중심에 뭔가 얻어지는 게 있다는 것이다. 

    겸손하려고 해서 겸손한 것이 아니라 온통 존재가 겸손이요 몸맘맘몸이 겸손입니다.

    뫔 가득 겸손의 성령이 존재의 중심에 유유히 내려옵니다.

 

    구삼 노겸군자 유종길. 상왈 노겸군자 만민복야

    九三 勞謙君子 有終 吉. 象曰 勞謙君子 萬民服也.

    힘쓰고 고생한 끝에 끝내 깨달음을 얻으니 복되다. 사람들이 그 말씀을 듣는다.

    고생 고생 끝에 진리를 얻은 사람의 말씀이 다 복음입니다.

    물님의 삶과 말씀 바탕에도 고생이 있지요.

    그 고생이 때가 되어 지혜와 말씀으로 열매 맺은 겁니다.

    고생 끝에 겸손을 얻은 사람을 우리는 노겸군자 勞謙君子,

    지혜로운 자라 부르며 생명이 흐르는 말씀을 청강합니다.

    저는 그분의 말씀과 행함보다 그분의 고생을 더 믿습니다.

 

    공자는 계사전에 노이불벌 유공이부덕 후지지야 勞而不伐 有功而不德 厚之至也

    아무리 고생을 해도 자랑하지 아니하며 공이 있어도 자기 덕으로 여기지 않으니

    사람됨이 지극하다고 하는군요. 겸손의 덕이 어디까지인지 한이 없습니다. 

 

    육사 무불리 휘겸. 상왈 무불리 휘겸 불위칙야

    六四 无不利 撝謙. 象曰 无不利 撝謙 不違則也.

    겸謙을 확장시키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휘겸撝謙이란 진리와 어긋남이 없다는 것    

   [撝:엄지손가락 휘, 발휘할 휘]

    겸손을 얻었다고 해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도를 터득했다고해서 다가 아니고

    불위칙 不違則, 진리에 어긋남이 없도록 더욱 늘리고 넓여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육오 불부이기린 이용침벌 무불리. 상왈 이용침벌 정불복야

    六五 不富以其隣 利用侵伐 无不利. 象曰 利用侵伐 征不服也.

    쌓아두지 않고 이웃과 나누고 함께 악을 쳐서 물리치니 이롭지 않음이 없구나.

    내가 아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며

    또 함께 적을 물리치니 이롭지 않음이 없다.

    물님께 감사한 것은 책이면 책, 음식이면 음식, 집이면 집, 지혜면 지혜

    쌓아두려 하지 않고 가진 것을 아낌 없이 나눠줬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용침벌 利用侵伐이라 어려운일도 같이 나누게 되었습니다.

 

    상육 명겸 이용행사 정읍국. 상왈 명겸 지미득야 이용행사 정읍국야

    六 鳴謙 利用行師 征邑國. 象曰 鳴謙 志未得也 利用行師 征邑國也.

    우는 겸謙이니 군사를 움직이는게 좋다. 내 나라를 바로잡는다.

    아직 성취하지 못했으니 싸우는 것이 가하다 함은 자기 나라를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싸움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심장이 뜁니다. 더 멀리 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푹 익은 홍시처럼 세상에 철푸덕 떨어져 배고픈 사람에게 먹히기 위하여

    온전히 겸손한 깨달음의 자리에 이르기 위해서

    가슴이 고동치는 영혼의 지점에 이르기 위해서

    생사의 변방을 헤메는 넋을 잃은 존재로 살지 않기 위해서

    그리하여 마침내 가을 벼이삭처럼 잘 익은 영혼으로 되돌아 가기 위하여

    사람은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과 혼돈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정읍국 征邑國

    나를 정복하는 큰 싸움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는 여러 성인이 그러하셨고

    진달래의 스승이신 이세종 이현필 유영모님이 그러하셨습니다.

    물님 역시 거룩한 산에 드신 것처럼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 - (레위기 19:2)"는 말씀 받들어

    겸손히 노겸勞謙, 명겸鳴謙에 이르는 길이야말로

    신의 명령을 따르는 인간의 계속되는 싸움과 고통이요 또 축복일 것입니다.

    이와 같이 많은 것은 줄이고 적은 것은 늘려 힘을 길러 깨우치게 하려는 뜻과

    큰 산이 스스로 가장 낮은 곳을 향하여 거하고 여민동락 與民同樂함으로써

    마침내 모두 함께 젖과 꿀이 흐르는 존재의 낙원에 들어가고자 하는

    하느님과 인간의 꿈을 담은 형상이

    바로 땅 속에 산이 들어찬 지산겸 地山謙이 보여주는 광명세상입니다.

   

    고은 시인의 "아직 가지 않은 길"을 함께 합니다.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 였건만

    그 동안 걸어온 길 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할 길이 있다.

    그 동안 친구였던 외로움

    어찌 그것이 외로움 뿐이였으랴

    그것이야말로 세상이었고

    아직 가지 않은 길

    그것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모르는 세상이리라

 

                                                             'sial (13.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