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때가 아직
2014.02.24 19:19
내 때가 아직 차지 못하였다. 2014. 2. 23
요한복음 7장 1-
며칠 전에 불재의 개구리가 드디어 기지개를 켜는 소리를 힘차게 내질렀다. ‘아, 봄이다’하고 외치는 함성 같다. 이제야 내 때가 왔노라고 외치는 일갈로 들렸다. 개구리가 한 겨울에 나와서 소리를 냈다면 그 개구리는 아마 미친 개구리일 것이다. 생명의 세계는 이렇게 자기 존재의 때가 있다는 것을 개구리가 알려 주고 있다. 모든 존재가 '되어 감(Becoming)'의 과정을 거쳐 자기 존재의 완성을 향한 길을 가고 있다. 미꾸라지도 용 된다고 우리 조상들은 가르쳤다. 미꾸라지라는 운명을 깨치고 나아가면 존재의 오메가 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담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용은 때를 기다리는 잠룡, 비가 올 때면 하늘로 승천하는 비룡, 자신이 비구름을 스스로 일으켜 필요할 때마다 승천할 수 있는 항룡이 있다. 연못 속에서 오랜 세월을 기다리는 잠룡처럼 예수는 갈릴리에서 때를 기다렸다. 그런데 형제들은 예수의 등을 떠밀어 갈릴리 촌구석에서 썩지 말고 유대로 가서 이름도 날리고 소위 출세를 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초막절을 맞이해서 전국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 그 때 형님의 능력을 보여준다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지 않겠느냐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참으로 그럴듯한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요한복음서는 예수 형제들의 논리는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그 말의 밑에는 예수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예수를 사랑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불신과 욕심에서 나온 말이라는 통찰이다.
예수는 동생들에게 ‘아직 내 때는 오지 않았다, 나는 세상을 악하다고 증언하는 사람이다’라고 일축하셨다. 그럼에도 예수는 은밀하게 예루살렘을 가셨다. 이런 내용을 살펴보면 예수와 형제들이 서로 소통이 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소통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예수를 이해하려고 하거나 신뢰를 하려고 하지 않고 형을 통해서 세속적인 자기 유익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앞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동생들의 강요에 대해 예수는 ‘너희의 때와 나의 때가 다르다, 너희의 때는 항상 있지만 나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고 말씀하셨다.
인간의 소통 문제는 의식의 단계와 수준 문제가 항상 대두되고 있다. 뽕 먹는 누에가 꿀과 이슬을 먹는 나비를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 할 것이다. 누에와 나비가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같은 때를 사는 것은 아니다. 땅의 사람인 동생들은 하늘의 사람인 형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이해는 형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일어나게 된다.
동생들의 불신은 자신의 때로 형의 때를 판단하는 데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 전국구 스타가 될 수 있는 때가 오는 데 왜 가만히 있습니까? 이 말은 동생들의 때로 형의 때를 판단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이렇게 자신의 때를 모르고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하는 데 인간이 철부지일 때는 그의 의식이 불신에 사로잡혀 함부로 남을 판단할 수 있다는 교훈을 본문은 주고 있다. 자신을 향한 유혹적인 불신의 행태에 대하여 예수는 중심을 잃지 않고 ‘내 때와 너희의 때가 다르며 아직 내 때는 익지 않았다’고 말씀했다. 너희들은 나를 불신하면서 여러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아버지가 정하신 그 때가 오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만물에는 다 때가 있다. 감이 가을에 익듯이 자연은 자신의 때를 따라서 자기 모습과 빛깔을 드러내고 있다. 인간 역시 각자의 때가 있다. 제 때를 알아 할 일을 즉시 하는 사람은 부지런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 때를 미리 알고 준비하는 사람은 더욱 현명한 사람이다. 모든 때가 하나님께 달려 있음을 알고 내 때가 아니라 하나님의 때를 묻는 사람은 믿음의 사람이다. 이런 사람만이 함부로 남의 때에 대해 판단하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똑 같은 지구공간에 살고 있어도 인간은 오 만년 후의 미래인 오메가 포인트를 사는 사람도 있고 석기시대와 같은 과거를 사는 사람도 있다. 예수는 이천년 전에 인류가 먼 미래에 도달할 오메가 포인트를 살았던 분이라고 샤르뎅은 통찰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때를 지금 살아가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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