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데스다의 편지
2009.09.04 13:58
우리 밤나무에 밤이 열렸어요...^^
가온의 편지 / 생각만 해도...
병만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어느 날 형이 우연히 이곳에 오게 되어 딱 한 번 만났지만 어릴 적부터 그에게 형은 생각만 해도 두려운 존재였지요.
또 다시 형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을 그 때, 병만 누나를 통해서 자신이 운영하는 공동체 시설로 오라는 사람이 나타났고, 이곳 보다 더 유익한 프로그램 등을 강조하며 직접 와서 차로 데려갔습니다.
섭섭한 우리의 마음을 뒤로하고 그렇게 떠난 지 딱 석 달 반 만에 하나님께서는 병만을 다시 우리 품에 돌려보내주셨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의 누나의 말에 의하면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과 우여곡절 끝에 그래도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믿을 수 있는 '예수마을'로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형에게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겠다는 다짐까지 받았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병만도 그동안 이곳을 생각하며 기도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형도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장애(정신지체2급)를 가진 동생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나 무서우면 식은땀을 흘리며 습관처럼 마당을 쓸던 비도 놓아버리고, 잠자리에 실수까지 하면서 새벽에 가출까지 했을까요?
형을 생각하면 그렇게 두려워하는 그가 이곳을 떠난 후에 이곳을 생각하며 울며 기도를 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한 정서는 메마른 우리의 감성을 살리고, 경직되어 가는 몸과 마음을 풀어주어 사람을 사람 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역시 정신지체 2급인 진선은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TV 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일기예보라든지, 그 때 그 때 이슈가 되고 있는 뉴스 등을 말 할 때마다 “아하, 그랬어?..”라고 내가 관심 있게 들어 주기만 하면 신이 나서 많은 말들을 합니다.
중간 중간 물까지 마셔가며 쉴 사이 없이 말을 하는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는 이명박 아저씨가 여차여차했고.. 미국의 오마바 아저씨 등 모든 이들이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가 됩니다.
지난번 국장(國葬) 때에는 "목사님! 오늘 죽은 아저씨 얼굴 보여줬어요. 와~ 향수도 뿌려 주고 그냥~..”하며 한바탕 수다스럽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녀가 향수라고 하는 것은 가톨릭 의식의 성수를 말하는 듯했습니다. 이러한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어떻게 웃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지나온 삶을 생각하면 안쓰럽지만 그녀와의 대화는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오는, 그녀는 내 생활 속의 순수한 웃음 천사입니다.
'구주를 생각만 해도 내 맘이 좋거늘...'하는 찬송처럼 그러한 주님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과연 누구에겐가 생각만 해도 좋은 느낌을 주고 있는가요?
생각만 해도 위로와 힘이 되고, 기분이 좋아지며 웃음이 나오면서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을 찡~하게 하는 그런 사람, 늘 산소처럼 편안하여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모두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시작해서 그런 은혜롭고 복음적인 인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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