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에니어그램 승보사찰(僧寶寺刹)
2009.09.04 16:22
텐에니어그램 승보사찰(僧寶寺刹)
9월 2일 불재에서 3차 에니어그램 수련이 시작되는 날 거룩한 것을 느끼는 마음이 정지된 심봉사와 같은 저에겐 눈뜬 어둠입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연기緣起란 무엇인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물님은 행동으로 말씀하시고 전 말로 행동하는 터라 말을 던지면 말이 올가미가 되곤하죠. 무슨 말인고 하니 춤바람(광야)님이 절부러 지난 에니어그램 2차를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안한다고는 말 못하고 맛있는 거 사들고 위문하러 간다고 달래놨습니다. 그런데 아뿔사, 행사기간이 바로 제 휴가기간 이었고 워크숍도 겹쳤던거죠. “어이쿠, 또 거짓말을 허게 생겼군” 그리고 진짜 거짓말이 되어버렸습니다. “한 번 더 생각허고 잘 돌려서 말할 껄,” 덥썩 말 해놓은 상태라 참 난처해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주일날 광야님 표정이 겉으로는 부처님 같은디 속마음은 자존감이 백두산이라 독오른 독사처럼 약이 바짝 올라있더군요. 또 후회한번 해보고 워크숍이 어쩌구 저쩌구 변명을 해도 둔하면서도 워낙 예민한 감성, 다음에는 꼭 간다고 얼버무려도 쉽게 넘어가질 안터군요. “쯧쯧.. 인간 구인회 말 때문에 맨 땅에 헤딩허고.. ” 며칠 지났습니다. 3차 에니어그램 개봉 9월 2일. 이번엔 단단히 정신무장을 허고 미리 메롱 2빡스 사서 소중한 보물같이 냉장고에 넣어 둿습니다. 그러던 차에 광야님 난데 없이 늑대울음을 편집해 달라고 특별주문이 쏟아지더군요. 사실 저는 게으른 편이라 아무리 시간이 많아도 코너에 몰려야 일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그 시간의 모퉁이에서 파일을 들어보니 늑대가 광야님을 닮아서 그런지 마치 에냐의 노래와 같이 신비주의적인 늑대 울음이였습니다. 야성적 와일드한 늑대 울음이라고 했는데 ?, 늑대가 넘 감성적이다. “이건 안되겄어.” 그렇지만 늑대 소리를 아무리 뒤지고 뒤져도 쓸만한 늑대를 찾아내기가 어렵더군요. 늑대 소리를 하도 듣다보니 귀가 멍멍, 답은 없고 직접 늑대가 되어 짖어보기도 했지만 하루 아침에 늑대 되기가 여간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늑대울음 “빵점” 간신히 허허벌판 어둠의 광야에서 배고픈 늑대를 찾았고,, 그 시간이 저녁 10시. 아파트 사람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요란한 늑대 소리에 오금이 저려왔을 듯. D-day 가는 날이 장날이라 직원들 회식을 하자네요. 참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씨암닭을 잡아서 백숙을 맹글고, 뭐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열씨미 끓여댑니다. 처음에는 저녁을 끊으려고 맘먹기도 해서 “인사만 하고 살짝 도망 나와야지!” 생각했지만 이게 워낙 맛있는지라 시간 가는 줄 먹다 보니 훌쩍 시간이 흘러 버렸습니다. “어이구 늦어버렸네, 늦은 김에 찬찬히 가자” 하늘을 보니 뚱그런 달님이 제가 웃긴다고 웃고 있습니다. 그 옆에 유난히 반짝이는 별님, 금성 누이가 따라오라고 눈짓합니다. 달님과 별님 누이가 동행하는 굽이굽이 경각산 가는 길. 따스하게 안아주는 우주의 기운이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집니다. 늘 가고오던 곳인데 오늘따라 참 낯선 느낌이네요. 온 세상이 까마득한 밤의 블랙홀 속으로 다 빨려 들어가고 백두대간 호남정맥의 꼭대기에는 거룩한 침묵이 덮여 있습니다. 드디어 언덕빼기 도장의 불빛이 어둠을 비집고 새어 나옵니다. 귓전에 사냥을 나선 날선 늑대울음 소리가 폭포수처럼 들려오는 듯 합니다. 물님의 장난끼가 도진 듯 간간히 도인들의 웃음소리도 들려옵니다. 어둠의 신비와 축복 속에서 영혼의 심지에 불 지피며 타오르는 얼님네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데 개고생 마다하지 않고 참 찾아 고생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 도 없다하신 예수님처럼 우주를 집삼아 대방광 이실법계 大方廣 理實法界 공空과 無에서 춤췄던 부처님처럼 고생문을 지나야 생문生門 無生法忍을 득할 수 있다는 진실을 알고 있는 걸까? 죽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이 세상 허무 속에서 홀로 깨어 오직 산자의 하느님이 감독하시는 장엄한 연극의 신비에 출연하는 에니어 얼님들 이 눈맑은이야 말로 하느님이 이 세상에 뿌려준 남은자요 사람을 찾으시는 하느님 앞에 목마른 자신을 통째로 나타내 보이는 자들이 아닌가? “착하게 살자 말라” 는 원효의 말씀이 직지인심 直指人心 물의 법으로 전해지니 금송아지처럼 들고 있던 메롱 내려놓고 가만히 소리를 내어봅니다. 한 영혼이 입은 상처와 두려움과 허무를 착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인생의 무상함을 처절하게 느끼는 절망은 착한 행실로 덮어지는가? 사람의 사람됨의 비결은 행위를 넘어 의미를 찾는 것 “자등명 법등명 自燈明法燈明” “네 등불 네가 밝히고, 진리의 법에 의지해서 살라”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촌각이라도 아껴 의미를 찾아가는 스승의 가르침에 응답하고 반응하는 사람들 “잠시라도 깨어 있을 수 없느냐” 라는 예수님의 허무에 놀라고 눈뜬 사람들 어둠 속에서 불밝히는 에니어 얼님 그들이 있어 이 세상은 성스럽고 아름다운가 봅니다. 백두대간 언덕빼기 영혼의 지성소, 에니어그램의 승보사찰 僧寶寺刹 불재에서 울려퍼지는 물님의 예리한 죽비가 이 시간 잠든 영혼을 사정없이 후려칩니다. “ 딱, 따악. 아이고 엌 꽥 ” “그 죽비에 나가 떨어지지 않는 번개같은 도력을 가진 사람이 그립습니다.” 2009. 9. 4일 s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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