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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제의 편지

2014.04.09 05:27

물님 조회 수:12414

수문제의 편지

                               김홍한

589년, 隋(수)나라가 陳(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 천하를 통일하였다. 고구려는 장차 수나라가 침략해 올 것을 예측하고 군사를 훈련시키고 군량미를 비축하여 국방을 강화했다. 이에 수나라 문제는 고구려 평원왕에게 조서를 보내 “비록 스스로 번방이라고 하면서도, 성의와 예절을 다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 협박의 편지를 보내왔다.

“그대의 나라가 비록 국토가 좁고 인구도 적지만, 이제 내가 만약 왕을 쫓아낸다면 그대로 비워둘 수는 없을 것이므로, 결국은 다시 관리를 선택하여, 그곳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왕이 만약 마음을 씻고 행동을 고쳐서 우리의 법도를 따른다면, 그 때는 곧 나의 좋은 신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왜 힘들여 다른 인재를 보내겠는가? 요수의 넓이가 장강과 비교하여 어떠한지, 고구려 인구가 陳(진) 나라와 비교하여 어떠한지를 왕은 말하여 보라. 내가 왕을 용서하려는 심정이 없고, 왕의 과거의 잘못을 추궁하기로 한다면, 한 사람의 장군에게 정벌을 명령해도 될 것이니, 어찌 큰 힘이 필요하겠는가? 내가 간곡한 말로 타이르는 뜻은, 왕이 스스로 자신을 새롭게 바꾸도록 하려는 데에 있다”

평원왕이 서거하고 이듬해(590년) 평원왕의 맏아들인 영양왕이 즉위하였다. 그는 세상을 구제하고 백성을 안정시키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생각하여 수나라에 조공하고 책봉을 받는 등으로 전쟁을 피하였다. 그러나 마냥 전쟁을 피할 수 는 없었다. 결국 영양왕 9년, 영양왕은 말갈 군사 1만여 명을 거느리고 요서를 선제공격 함으로 수나라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선제공격이라 하여 전쟁을 고구려가 먼저 시작했다고는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전쟁이 그러하듯이 전쟁은 그 분위기가 무르익어 일어나는 것이지 선제공격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수나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30만 대군을 동원하여 고구려를 침략했다. 결과는 수나라의 참패, 이어서 수나라는 300만 대군을 동원하여 고구려를 침략했으나 역시 참패함으로 수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이러한 장면이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보다 1,270년 전 유대땅 예루살렘에서도 일어났다. 아시리아의 산헤립이 유다에게 행하는 지극히 모욕적인 장면이다.

… 아시리아 왕 산헤립은 전군을 거느리고 라기스를 공격하면서 부하들을 예루살렘으로 보내어 유다 왕 히즈키야와 예루살렘에 있는 온 유다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였다.

 

 “아시리아 왕 산헤립이 하는 말이다. 예루살렘은 독 안에 든 쥐다. 너희는 무엇을 믿고 그 속에서 버티느냐? 히즈키야는 야훼 너희 하나님이 너희를 아시리아 왕의 손아귀에서 건져 주리라고 하지만, 그 말에 속지 말아라. 그 말을 믿다가는 굶주리고 목말라 죽을 것이다. 유다인들과 예루살렘 시민들에게 한 제단에서만 제물을 살라 바치며 그 앞에서만 예배를 드리라고 하며 산당들과 제단들을 헐어 버린 것이 바로 히즈키야가 아니더냐? 나와 나의 선친들이 온 세상, 뭇 백성을 어떻게 했는지 너희는 모르느냐? 세상의 어느 민족의 신이 제 나라를 내 손에서 건져 내었느냐? 나의 선친들이 전멸시키기로 한 민족들의 신들 가운데 어떤 신이 제 백성을 내 손에서 건져 내었느냐? 너희 신인들 어찌 너희를 내 손에서 건져 내겠느냐?

이제 너희는 히즈키야의 꾐에 빠지지 말아라. 아무리 속이려고 해도 속지 말아라. 그를 믿지 말아라. 어떤 민족, 어떤 나라의 신도 자기 백성을 내 손에서, 내 선친들의 손에서 건져 내지 못하였다. 너희 신인들 어찌 너희를 내 손에서 건져 내겠느냐?” … 이런 일을 당하게 되자 히즈키야왕은 아모쓰의 아들 예언자 이사야와 함께 기도하였다. 하늘을 우러러 보고 울부짖었다. 그러자 야훼께서는 천사를 보내시어 아시리아 왕의 진지에 있는 지휘관과 사령관 이하 전군을 쓸어 버리셨다. 아시리아 왕은 부끄러워 얼굴도 들지 못하고 돌아 가 자기 신전에 들어갔다가 거기에서 친자식들의 칼에 맞아 죽고 말았다. -역대하 32장-

 

전쟁을 하려하는 이는 이기려 하고, 이길 줄 믿고 전쟁에 임한다. 하물며 자신이 상대적으로 강한 상태에서의 승리 확신은 당연하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것은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에 산술적 우위로 그 승리가 결정될 수는 없다.

 

전쟁에 임함에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자신감에는 의미 있지만 적을 얕잡아 보는 오만함이라면 중요한 패전의 원인이 된다. 그런 면에서 수나라와 아시리아는 스스로가 패전의 원인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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