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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재

2008.05.22 00:20

sahaja 조회 수:9164



그림:장욱진




불재



                                                         20080512    sahaja


불재라고 하여 얕으막한 야산에
진달래 마을이 있었다
거기는 불재 뜨거운 곳이었다
그곳에 하느님을 그리는 물이 있는데
그 물에 세상이 비치고
하느님의 얼굴이 비치고
사람들의 얼굴이 비쳤다
사람들이 그 곳에 못가는 이유는 그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가슴에 불을 붙이기도 하고
불을 끄기도 했다.





진달레 마을의
넓은 마당인지 화단인지
이름도 모르는 잡초들이
민들레와 다투어 피어나고 있었다.
"화단에 온통 잡초 뿐이네요!"
"이세상에 잡초가 어디있어!
꽃이면 꽃이고 풀이면 풀이지"
그렇지...  
꽃은 꽃대로 풀은 풀 대로
이세상 모든 생명은 제 이름이 있지
제 모양과 향기가 있지
"쑥부쟁이 할미꽃 봄맞이꽃
금당초  종지나물 각시붓꽃
노루귀 패랭이꽃 ... "



이곳에 와서 새봄을 만난 사람은
제 이름을 가진다
하느님이 준 이름을 갖는다.
진달래가 된다
민들래가 된다




불재에서 하느님을 본 사람은
오늘 여기 새봄을 맞이하고
봄을 보고 봄을 듣는다
세상에 지천으로 가득한 복음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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