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2008.06.08 23:30
달팽이
- 문연남의 달팽이 그림에 붙여 -
간다
그냥 간다.
두려움 없이 가는 길
공중의 새는 날다가 떨어져도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
내가 나로서 가는 길
지구는 너무나도 든든하여
넘어질 곳은 하나도 없다.
간다.
저기 하늘을 찌르는 나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고
인간들은 가르친다는 데
나는 그냥 갈 뿐.
조상들이 걸어 온 수평의 길을 지나
이제 나는 수직으로 상승하는 길을
걸어보리라.
내가 걸어 온 길에도
흔적은 남아 있다.
누군가의 길이 될 흔적이.
아무리 끈끈하고 축축한 삶이라 해도
등에 진 짐에 등이 휘어진다 해도
나는 이곳에만 머무를 수 없다.
이곳에서 여기로 떠나가는 길
나는 늘 그 길을 가는 나그네일 뿐.
허공을 향하여
세월을 향하여 걸어가는
나그네일 뿐.
08. 6. 6 아침에
댓글 7
-
타오Tao
2008.06.09 11:23
-
타오Tao
2008.06.09 14:25
물님의 시를 보시고 장자에 '와우각상지쟁(蝸牛角生之爭)이란 말이 생각나신다는 스님이 계십니다^^#
근데? 물님 저는 장자옵하의 글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애타오..엉엉... -
핑키
2008.06.10 00:53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 는 말을
비단 나무사회에서만은 통영 되는것은 아닐것이다.
세상 모든것은 저마다 의미를 지니고있다.
하루살이 같은 삶 내일이 보이지않는 삶이라 하더라도
분명 살아가는 이유가 있고
그 가치가 있는것이다.
그러므로 그 가치를 알고 묵묵히 재 역활을 해낼때
결국 그것이 자신을 지키고 세상을 지키는 길이된다
그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는 나무들은 자기 자리에서
행복을 찿는 방법을 너무도 잘 터득하고 있다
남과비교하여 스스로를 평가하고 자리매김하는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의삶 하나만을 두고 거기에만 충실하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의 의미를 얻고 삶을 영위할 힘을 받는다.
그런 나무를 보며 내 삶이 너무나도 소중하다는걸 새삼 깨닫곤한다
비록 남들 보기엔 하찮고 평범한 삶일지라도 말이다.
앞으로 나는 누구의 삶도 시샘하지 않으며
남들이 내삶에 대해 어텋게 생각하든 관여치 않으련다.
내가 스스로 가치있다고 여기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내 삶에 점수를 매길수 있는 사람은 나자신뿐이라는것을
늘 기억하며
"물님"이 주신 달팽이처럼 ....정말 가슴으로 고개숙여
감사드림니다.... -
포도주
2008.06.10 09:03
그냥
간다
.
내가
나로서
간다
.
이곳에서
여기로,
수평에서
수직으로,
상승하는 길로
.
더디면 어떠랴
달팽이처럼
그냥
가면 되는 것이지... -
타오Tao
2008.06.10 19:50
앗 핑키엉니닷.. 감기와 왜 왔을까요 흑 미워미워라...아마도 그것은 핑키님이 얼마나 소중한지..몸을 더 보호하라고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겠지요..부디 몸조심하세요 나의 핑키님..글구 물님 달팽이의 이야기가 넘 감동이어서 이젠 달팽이요리(ESCARGOT) 더이상 못 먹겠당..ㅋ~ 그지 -
nolmoe
2008.06.11 06:36
물님의 시를 들으며,
나도 내 길을 가야겠다고 다졌습니다.
물님의 시를 읽으며,
지나가는 슬픔이 보였습니다.
달팽이 그림을 보며,
잘 보니,
그림 속의 달팽이는 절벽을 만나 뒤 돌아보는 것도 같고, 비껴 가는 것과도 같이 보입니다.
'나에게 유일한 길이소' 라는 글귀도 보입니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그게 안전한 길이든 경제적인 길이든 제 길이 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 앞에 놓인 이 길은 무얼까 생각해 봅니다.
당위(當爲)의 길?
나그네 길?
내 앞에 있는 이 길은
영성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길입니다.
나는,
나의 설레임을 달팽이의 느릿함으로 채웁니다.
사랑합니다. -
가온
2008.07.01 16:27
공중의 새는 날다가 떨어져도 나는 쓰러지지 않는다.....
날기 위해 몸부림치기 보다는 차라리... 지극히 낮아지고 낮아져서 쓰러지지 않는 삶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 길을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내가 낮아졌다고, 날지 못한다고 한탄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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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보리라..'는
달팽이의 독백이 참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