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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합니다...

2014.04.18 13:09

물님 조회 수:3019

 

기도합니다...


 

 

 










 

 

 

  밤은 이리도 깊어 가는데 아직 진도 앞바다에는 290여명의 우리 아이들이 깊은 바다 속에 갇혀있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배가 좌초되고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두려움에 떨었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왜 선박 관계자들은 사고가 나고 한 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을까요. 구명조끼를 입고 모두 갑판 위로 올라오라는 말은 왜 하지 못했을까요. 금쪽같은 우리 아이들을 충분히 살릴 수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마음이 더 아파옵니다. 이 밤이 새고 날이 밝으면 더 많은 우리 아이들이 기적적으로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우리가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서민들의 일상은 어깨 한번 제대로 펴볼 틈 없이 날마다 이렇게 걱정근심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어디를 둘러봐도 희망을 주는 곳은 한 곳도 보이질 않습니다. 신문을 봐도, TV를 켜도 다치고 죽고 싸우는 소식만 들려옵니다.

 

어느 날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납니다. 왜 이러는데? 뭐가 문제인데? 그 쉬운 것을 왜 못하냐고? 똑똑한 놈들이 자기 욕심만 조금 버리면 되는 일인데, 그것을 못해서 왜 이 난리를 치냐고?

 

우리들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을 날마다 이렇게 걷고 있는데, 혹독한 이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고 어떻게 살아남느냐며 비통한 한숨을 토해내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런 우리에게 희망 하나를 안겨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들은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습니다. 죽을 때도 눈을 뜨고 죽습니다. 그래서 산사 풍경의 추는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늘 깨어 있으라고. 한을 품고 죽는 사람도 눈을 감지 못합니다. 이 밤에 290여명의 우리 아이들이 눈이나 제대로 감았겠습니까.

 

내 아이가 아니어도 마음이 이렇게 미어지는데 내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심정은 오죽하겠습니까. 행복했던 가정은, 단란했던 가정은 이 아이들의 실종과 함께 지금 한 순간에 무너지고 있을 것입니다. 



 

아! 우리 사회가 희망을 주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날마다 이렇게 서민들의 가슴을 갈가리 찢어놓는 사회가 아니라, 어딘가 한 곳이라도 시리고 아픈 가슴이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사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죽음이 있어야 우리사회가 깊은 병이 들었다는 것을 알게 될까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사람들의 아픈 비명소리를 가슴으로 들을 수 있을까요. 우리 어른이, 우리 사회가…….

 

그러는 사이에 무정하게 봄은 왔고 꽃은 이토록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는 기도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포기해도 좋으니 우리 아이들 좀 살려달라고. 우리가 더 잘 먹고 더 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우리 아이들 좀 살려달라고.

 

그럼에도 날이 밝으면 우리 정치인들은 싸움질에 여념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아무리 염치없는 삶을 사는 뻔뻔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조금만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 조금만 친절하자는 마음, 내 배가 부르면 어딘가에 있을 배고픈 입도 한 번쯤 생각하자는 마음, 내가 지금 웃고 있어도 어딘가에 울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측은한 마음, 그러한 마음이 있어야 사회와 인류가 그나마 버텨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날만 새면 국민을 위한다면서 싸움만 하는 인간들. 그들이 어찌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사회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가려운지, 지금 어느 골목 어느 구석진 곳에서 누가 울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밤에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들은 기도합니다. 지금 실종된 우리 아이들이 무사히 부모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돌아와서 말썽피우고, 개구쟁이 짓을 하고, 천방지축 뛰어놀기만 해도 좋으니 제발 살아서만 돌아와 달라고.

 

동부매일 대표
박 완 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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