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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타스님이 보내 주신 글

2009.10.01 21:40

물님 조회 수:4106

지족구현

만큼의 멸(滅)

나는 한 때 과정을 무시하는 사고가 있었다.

백점이라야 직성이 풀리지 95점일 때는 내 점수가 아니었고, 1등이라야 직성이 풀리지, 3등일 때는 내 등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내 인생의 암흑기에 있었던 암울한 해프닝이었다. 이제는 과정을 받아들이며 과정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선명히 안다.

법계는 변화과정에 있을 뿐이다. 역사란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변화가 있을 뿐이며 변화 과정을 얼마나 잘 수용하느냐가 그 사람의 성숙도를 결정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자신의 성불과 온 중생의 완벽한 해탈을 지향하며, 그것을 위한 온 중생의 기여 공간에 극히 적은 공간을 담당하고 있음을 안다. 그 적은 기여에 불만해하지 않고 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흘러가는 것으로 지족한다.

나는 욕심이 사라져 하염없는 해탈감과 하염없는 자비심으로 하염없이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던 분, 있는 분을 나의 스승으로 모시고 나도 그러하고자 꾸준히 지향해 간다. 석가모니, 예수, 쏘크라테스, 공자, 노자, 장자, 마하리쉬, 그리고 나의 감동적인 스승 청자화자 큰스님, 생각하면 미소로 다가오시는 분들, 존경하옵고 우러러 되고자하는 내 자신의 마음이 항상 신선한 열의에 차있어 좋다.

심(心)은 허공과 등(等)할세....오, 숙세에 그래도 무신 복을 심었관데 그런 크나큰 부적을 얻게 되었는고! <마음은 허공과 같으니....> 한 마디 진언에 온 법계는 진공으로 사라지고 초차원(超次元)의 묘유(妙有)가 현전(現前)함을 점두할 수 있음이라니! 하여, 나는 세세생생 비하감(卑下感)으로 시달릴 까닭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육신통(六神通)의 자재로움이 너무도 아님을 잘 알기에, 이따금 별 것 아닌 것들로 마음에 거슬림을 느낄 때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연히 알기에 공부 자만에 떨어지지 않는다. 이 순간 나는 만큼의 고(苦) 요 만큼의 멸(滅) 상태에 있음을 안다는 것이 얼마나 통쾌한 지혜인고! 만큼의 멸(滅)을 보면서 지족하고 만큼의 고(苦)를 보면서 구현의지를 다진다. 이러히 지향하며 누리며, 누리며 지향하는 원융한 공부길을 살 수 있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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