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자질...
2014.04.21 23:46
리더의 자질...
요즘은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장 한 사람 잘못 만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처럼, 대책본부 하나 제대로 꾸리지 못하니 온 나라가 이렇게 쑥대밭이 되는 것처럼….
리더의 자질을 얘기할 때 우리는 흔히 기러기의 예를 자주 듭니다. 기러기는 가을에 우리나라에 와서 봄에 시베리아로 떠나는 철새인데 그 기러기가 날아가는 거리는 약 2,500~3,000km에 이른다고 합니다.
기러기가 그렇게 먼 거리를 날 수 있는 까닭은 동료들과 함께 날기 때문입니다. 힘들어도 함께 힘들고, 배가 고파도 함께 고프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때에 리더가 나타나 그들을 소리로서 격려해주기 때문입니다.
기러기 중에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목표를 모르고 나는 기러기도 있을 것이고, 남들이 가니 무작정 따라나선 기러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그 기러기를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공동의 비전을 전파해주는 것이 리더입니다.
그러면 그 기러기 떼의 리더는 누구입니까? 모두가 리더입니다. 날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리더의 자리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모두가 리더일망정 현재의 대장은 맨 앞에 있는 기러기입니다.
맨 앞에 서야하는 리더의 자리는 결코 편한 자리가 아닙니다. 무리가 가야 하는 방향을 잡을 줄 알아야 하고, 공기저항이 심해서 가장 힘든 날개 짓을 해야 하는 고난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는 다른 기러기들에게 군림하거나 권위를 내세우는 자리가 아니라, 희생하고 봉사하고 헌신하고 솔선하는 자리입니다.
그렇게 날다가 맨 앞의 리더가 지치면 리더를 바꿔줘야 합니다. 그럴 때 나머지 기러기 중에서 ‘내가 힘이 남아있으니 기꺼이 가족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판단하는 기러기가 앞으로 나가 리더가 됩니다. 그렇게 기러기들은 수천 km를 날아가는 것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을 접하면서 많은 국민이 의아해 하는 것 하나가 있습니다.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나온 수많은 사람 중에서 제대로 된 리더가 어찌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누군가 앞장서서 가닥을 치고, 정리를 하고, 궂은소리를 듣고, 소란 가운데에서도 엉킨 실타래를 푸는 사람이 한 사람은 있어야 하는데 그 사람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가족들과 함께 자고 함께 생활하면서 그분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뭔지, 그분들이 애달파하는 것이 뭔지를 알고, 그것을 빨리빨리 찾아서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국무총리라도, 하다 못해 일개 장관이라도, 유가족들과 똑같이 생활하면서 그분들과 함께 슬퍼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분노하면서, “당신들을 절대 혼자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리더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유가족의 분노가 지금처럼 하늘을 찌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도대체 대통령이 가닥을 못 치면, 국무총리가 가닥을 못 치면, 장관이 가닥을 못 치면 누가 가닥을 치고 정리를 하겠습니까? 욕을 먹더라도 현안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 중에 한 사람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욕 얻어먹는 일이 내키지 않는 일이라는 것도 알고, 책임을 지는 일 또한 달가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누군가 고생스런 그 일을 할 수 있어야 그 안에서 문제 해결의 중심을 잡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리더는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마다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조율하고, 때로는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그 자리는 칭찬을 듣기 보다는 욕을 얻어먹기 쉬운 자리입니다.
그 일을 하라고 국민들은 그들에게 명예를 주고 지위를 주고 월급을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전 국민이 하나같이 분노하는 까닭은 그러한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타고 있는 배가 좌초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국가가 사고 초기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군 병력과 경찰병력과 민간인력을 총동원해야 하는 것은 상식 아닙니까? 그리고 헬기를 타던 군함을 타던 민간 쾌속정을 타던 최단 시간에 그곳에 도착해야 하는 것은 상식 아니겠습니까?
수많은 특수부대원이나 UDT 대원들이 헬기에서 투하되어 세월호로 접근해 아이들을 구조하는 모습이 방송사의 헬기로 전국에 생생하게 중계가 되었으면 온 국민이 얼마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겠습니까? 그리고 온 국민이 이 나라에 대해 얼마나 든든해했겠습니까?
초기에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밤이 새도록 아이들을 구조해 냈으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 지경까지 추락했겠습니까. 오히려 위기에 강한 나라라고 세계인들에게 존경받지 않았겠습니까.
리더가 “나를 왜 따르지 않느냐?”고 아무리 외쳐도 사람들이 그를 따르지 않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잘나고 똑똑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따뜻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아픈 사람을 보면 같이 눈물 흘릴 줄 알고, 힘든 사람을 보면 그들을 보듬어줄 줄 아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하는 머리 영리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절대로 없기 때문입니다.
고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동부매일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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