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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마음='으로 사는 기쁨

임실 ‘불재뫔’ 이병창

남인희 기자  

 

 

“예까지 오는 데 굽이가 많지요?
백두대간 줄기, 임실과 완주의 경계 지점에 놓인 경각산 마루. 그 혼자서는 ‘불의 언덕’이라 부르는 이곳 불재에 살리기 학교’와 더불어 ‘진달래교회’ 열어 둔 이병창 목사.

“늘 오르내리면서도 그게 몇 굽이인지 아직 모른다. 세다 보면 깜박 잊어버린다. 오동나무꽃이 피어서 잊어버리고, 더덕뿌리 향기가 진해서도 잊어버린다.
노을이 예쁜 것도 그에겐 ‘사건’. 예까지 오는 길이 늘 그렇게 사건 많은 길이란다. 그러니 언제 그 굽이를 세고 있겠는가.
“내 앞에 다가오는 순간순간이 다 사건 아닌 게 있나요. 그걸 놓치면 삶을 놓치는 것이지요.
 
‘둥그런 관계’ 지향하는 마음 담은 공간
그의 화단에선 토끼풀이, 망초가, 엉겅퀴가 주인이다. 둥그렇게 어깨를 대고 있는 풀꽃들처럼 불재 뫔의 공간들은 모두 원형을 이루고 있다. 교회도, 작은 찻집도, 방도, 숲속 무대도 모두 둥그렇다.
“아프리카 마사이족의 집이나 몽골의 빠오, 에스키모의 이글루 모두 둥그렇지 않더냐.
‘둥그런 관계’ 지향하는 그의 마음을 담은 이 공간들이 살리기의 터가 되고 있다

. 잘못 씌어진 것 같은 이 글자는 그가 만든 것.
“인간의 고통은 몸과 마음이 따로 있을 때 생기는 것 아니더냐. 몸과 맘 하나로 살자 해서 뫔이다.
특허등록된 말 ‘’의 뜻이다. 뫔에 닿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것이 애니어그램.

“개는 친하자고 꼬리를 흔드는데, 꼬리 치켜들었으니 싸우자는 신호로 알고 덤비는 것이 고양이다. 개와 고양이처럼 그렇게 서로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로 지어 보자는 것이다.

그를 찾아와 상담을 청하는 부부들을 보면 만나서는 안될 사람이 있단다. 이 닦는 것, 옷 입는 것, TV 보는 것, 음식 먹는 것까지 사사건건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다. 그는 아무리 상극끼리라도 서로를 분명하게 알면 소하고 사자가 만나도, 산토끼와 집토끼가 만나도 잘 살 수 있다고 한다.

"내마음에 지금 기쁨이 있는가 들여다 보라"고 말하는 이병창 목사. 경각산 마루에 섰다.
뒤쪽으로 구이저수지와 모악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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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가지 유형에 갇힌 인간형에서 벗어나야
애니어그램은 그렇게 서로 코드가 다른 인간 유형을 아홉 가지로 분류한다.
1
번 유형은 완벽주의자들. 시내버스 타도 지적, 택시 타도 지적.
“이 놈의 세상이 너무 문제가 많아서 나를 피곤하게 하네” 달고 다니는 이 유형은 스스로 지치고 주변 사람을 질리게 한다.

2
번 유형은 가령 고구마니 과일 그런 걸 갖다 놨을 때 깨진 것, 못난이만 골라 먹는 사람들. “자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지키기 위해 못난이 무녀리를 집어먹는 거야. 이런 사람은 어쩌다 좋은 것 집어먹고 나면 자책감에 빠지게 돼. 알아서 자신의 틀에 갇히는 거지. 집착 때문에 늘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는 거야.

정반대의 유형도 있다.
“제일 좋은 것만 골라 먹는 놈들. 전두환같은 놈들이지. 다른 사람이 행여 먼저 집으면 그건 내꺼야 하는 유형이지. 
문제는 좋은 걸 먹든, 깨진 걸 먹든 스스로 ‘분별심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니어그램은 아홉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구별하자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아홉 가지 유형에 갇힌 인간형에서 탈출하자는 데 있다.
당연히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내 밖의 세상을 아는 것이 지식이라면, 내가 나를 아는 것은 지혜다.
나를 분명하게 알고 나면 너와 나 사이의 문제를 풀어가며 조율할 수 있는 소통의 지혜가 생긴다는 것, 나를 알고 나면 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무언지 분명하게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내 마음에 지금 기쁨이 있는가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가 들여다 보라. 내 마음이 지금 이 순간 절실히 원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 장애물이다.
그이한테는 맘 속에 장애물을 없애는 ‘고성능 카터기’가 있다 한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그것들을 거기에 넣고 확 갈아버리는 거야. 그러면 내가 원하지 않는 내가 사라져.

‘네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 진달래교회 이병창목사는 모든 교회에서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그 말에 앞서 “너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 한다.
“내가 나를 미처 모르고 나한테 어떤 못된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나를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게 된다. 그래야 내 이웃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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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것을 존중하는 문화로
이병창 목사는 교회 이름에 ‘진달래’라는 말을 얹었다.
 
“아름답게 피기보다는 지는 데 보람을 두는 꽃 같다” 진달래를 유독 좋아했다는 다석 유영모가 예수님을 진달래로 비유했더란다.

“봄을 알리기 위해 와서 지는 꽃이 진달래다. 성서의 정신을 담고 있는 꽃이지 않느냐.
진달래에서 ‘진다’ 가려 ‘지다’ ‘떨어지다’ ‘짐 지다’ 그런 의미를 더한 진달래라는 말에 누군가는 굳이 ‘참진() 도달할 달() ()’라는 귀한 뜻까지 더해 주었단다

교회는 겉으로나 안으로나 둥그런 공간. 모두가 정좌하고 서로를 향해 앉게 되는 이 공간의 예배는 흡사 선() 의식 같다.
“사람은 동작에 따라 정신의 에너지의 흐름이 달라진다. 의자에 걸터앉는 것과 정좌하는 것이 같을 수 없다.

그렇게 드리는 진달래 교회의 예배에는 묵상 명상이 많다. 목사가 하는 설교보다 신자들이 돌아가면서 하는 말들로 이뤄진다.
“교회라는 곳이 종교적인 도그마로 모이는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 오직 참을 이루기 위해서 모여야 한다.

전주시내에 있던 진달래교회에서 지난 90두타 스님의 공개강좌를 연다고 기독교방송에 광고를 냈더니 전주시가 뒤집어졌던 일이 있었단다.
“신앙 문제는 개인의 문제지만 자연이나 세계를 바라보는 문제는 종교 간에 다를 게 뭐 있느냐. 동네 골목을 쓸자, 북한동포 돕자 이런 문제에 종교간에 나누지 못할 게 뭐 있느냐.
”전라북도종교인협의회를 만들고 그린크로스라는 환경단체를 시작한 뜻이기도 하다.

“사상이 다르면 용공이고, 종교가 다르면 이단인 것이 싫다”는 그는 서로 다른 것을 용납 못하고 매도하는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를 틀려먹었다 한다. 부질없는 틀과 억압과 구속들을 그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 똥누러 가면서도 웃으라고 변소 앞에도 웃는 아이들을 그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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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신명속에 온갖 억압 풀어내는 보름달축제
지난 2000년부터 해마다 6월 보름 둥근달 뜨는 밤에 축제를 여는 뜻이 그러하다. 보름달 축제가 억압 속에서 상처받았던 사람들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도 억압이 있다. ‘흙장난 하면 옷버린다’ ‘남자새끼가 왜 울어’ 그런 게 다 억압이다. 뚜렷이 어떤 무엇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국땅에 살았던 총체적 설움이 있다. 그런 걸 풀고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엔 건강한 축제가 드물다고 그는 단언한다.
“관에서 하는 축제라는 게 돈 벌려고 하다 보니 정작 사람의 신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 사람은 신명을 맘껏 풀어놓을 장을 만나면 근원적인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번은 그런 일이 있었다. “물레로 항아리를 빚고 있는데 휠체어 타고 온 분이 그 항아리 한번 만져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러라 했다.
“나도 한번”  “나도”  “나도” 하고 나선 사람들이 흙 묻은 손으로 서로의 손을 만지고 옆 사람 얼굴에 칠을 하고 옷에도 바르고 그러다 보니 온갖 폼 재고 온 사람들이 다 망가졌다. 그런데 다들 그렇게 즐거워 할 수가 없었단다.
“한번 망가져야 한다. 제대로 망가져야 진짜 일어날 수 있다.

시나리오 없는 불재 보름달축제는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신바람 속에 축제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구경하는 사람, 무대에 선 사람이  따로 없다. 그런 한바탕 신명 속에서 집단적 치유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철퍼덕 찰파닥 흙의 감촉을 즐기며 노는 도예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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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고 생각하고 실천한다
“때리는 게 아니여. 야가 스트레스 받으믄 되가니.” 도예교실을 찾은 이들과 함께 흙을 만지는 그는 한없이 편안해 보인다. 물레를 쓰는 것보다는 손으로 철퍼덕 찰파닥 흙의 감촉을 느끼고 즐기라고 권한다. “무엇이든 즐기면서 하면 그게 놀이다. 여기 이 인간은 잘 만드는디 나는 왜 이려 하고 짜증이 나는 순간 그건 일이다.

그는 특히 가족단위의 도예 체험을 권한다. 가족들이 머리 맞대고 앉아 뭔가 하나 만들어서 집에 갖다 두고 ‘우리가 만든 것’이라고 흐뭇한 추억으로 쳐다보자는 게 그가 도자기 가족체험을 권하는 이유다

어린아이의 맘이 될 때 인간은 평화롭다는 것이 이 목사의 생각. 동심을 발견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뜻으로 꾸린 살리기 학교 여기저기에선 불쑥 불쑥 웃는 아이들을 만난다. 뜨락에 웃는 아이들의 테라코타가 있고 벽화 속에도 웃는 아이가 있다. 똥누러 가면서도 웃으라고 변소 앞에도 웃는 소년 소녀를 그려 두었다.

그가 자신에게 붙인 이름이 ‘물’. 누구를 만나든 어떤 상황이든 걸림없이 자유롭게 흐르는 물처럼 살고 싶다. 그것이 꿈.
‘꿈꾸고 생각하고 실천한다. 살리기 학교에 붙어 있는 말이다.

 

기사출력  2004-08-03 16: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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