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석산) 피우기
2009.11.16 22:33
시인의 싯구처럼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온통 붉은 빛 꽃무릇이 여기 가을을 태운 지 엊그제 같은데 불재의 오솔길 찬바람 서늘한 눈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록빛 이파리를 삼단처럼 드리우고 빛을 모으고 있는 풀꽃이 있으니 이름 하여 불재의 꽃무릇, 석산 상사화
열매 맺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진한 가을, 늘 푸른 여러해살이풀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단한 나무도 아닌 것이 마치 한 겨울을 비집고 꽃을 피우려는 듯 잠시 쉴 틈도 없이 부지런히 잎새를 드리우는 무릇에서 인생의 계획과 준비, 과정 그리고 성실한 인내를 배우게 됩니다.
하느님은 거저 주시나 사람의 일이라는 게 거저 되는 게 별로 없지요. 수능이나 입사, 하다못해 숙제 하나만 하더라도 준비와 계획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 의식과 생활 속에는 계획과 과정을 무시하고 결과만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되어있습니다. 컨닝해도 좋고 도둑질해도 사기 쳐도 무관합니다. 오로지 합격만 하면 되고 돈만 벌면 되고 남들이 알아주는 성공만 하면 되다보니 이유 불문하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목적을 이루려고 합니다. 부동산투기나 주가 조작, 사기, 횡령, 배임, 도박 등 가지가지 범죄행위가 다 과정 없이 단 숨에 결과에 이르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고 땀 흘려 일하고 그 소산으로 먹고 살으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거부하고 부정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며 악의 세력에 굴복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인간은 서두르지만 하느님은 그분의 섭리 안에서 서서히 풀어가십니다. 하물며 들풀도 아버지의 영원한 법칙과 산소와 빛을 굳게 믿고 가는데 아버지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이 수고하지 않고 아무 계획이나 노력 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그건 욕심일 겁니다.
9월 유난히 찬란한 붉은 꽃을 그리워하며 “이것이 생이었던가 ? 그렇다면 다시 한번” 자신의 운명을 지고 만물이 기죽고 움추린 한겨울을 향해 뜨겁게 잎을 드리우는 이 들풀이 전해주는 지혜가 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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