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14 /새전북신문] 성역을 넘어서「 은혜...깨달음...」
2006.03.18 00:12
..성역을 넘어서 ...불재 뫔 도예마을 이병창님의 삶의 이야기 그리고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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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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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3 15:18
△아들에게 / 잘 익은 노을 한번 만나고 오라
능선으로 올라가라 했더니 / 오늘 본 것은
진홍빛이었다고 만 말하는구나 / 그것뿐이었더냐
셀 수 없는 하늘 빛깔 중에 / 너는 오직 하나의 색깔과 느낌을 / 선택했을 뿐.
바쁜 호흡으로 다녀온 너의 걸음에는 / 어떤 만남도 보이지 않는구나
아들아 / 바라본다는 것은 임무완수가 아니란다.
조금만 더 햇빛이 네 손등에 닿는 것을 / 보았더라면
마음껏 바람을 허락하는 / 구름을 바라볼 수 있었다면
때로는 지는 노을이 / 너의 살도 되고 피도 될 수 있음을 / 알았을 것이다.
너의 망막 속에 비쳐진 진홍 빛 / 그 너머 너머에서 지고 있는 / 너의 노을을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병창 作>
△종교의 벽을 넘다
불재 뫔 도예마을의 촌장 이병창 목사(54·진달래교회)는 우리 나라 판소리 중 심청가를 최고 작품으로 친다. 그 속에는 복된 소식, 즉 복음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심봉사가 눈을 뜨니 어떤 일이 벌어졌죠? 잔치판에 왔던 모든 장님, 눈 먼 동물들까지 눈을 떴습니다. 우리가 깨닫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 사람이 깨달음에 눈을 뜨면 그 힘이 많은 사람에게 이어집니다.”
그가 말하는 기독교의 핵심은 은혜다. 또 불교는 각성, 깨달음을 최고 가치로 여긴다.
이병창 목사가 명상을 통한 깨달음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달래교회의 예배는 호흡부터 시작됩니다. 심호흡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일까? 진달래교회의 예배는 아름답다. 화려함으로 치장하지도 않았고 그 속에 절도도 없지만 신자들은 호흡으로 기도를 시작한다. 사실 숨 쉬는 것만큼 귀한 것은 없다. 숨 쉬고 있음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범사에 감사하라는 실천도 어렵지 않다는 게 지론이다.
예배시간을 정하지 않고, 주일도 강조하지 않는다. 교회라기보다는 맘 맞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10여년 전 동사섭 수행으로 유명한 용타스님을 초청해 강좌를 열었던 일을 빼놓을 수 없다.
“교회가 설립된지 얼마 안돼 강좌를 열었어요. 국내에서 이슈가 되는 분들을 모셨는데 스님을 초청했다는 이유로 전주 바닥이 뒤집어졌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지리산 백장암에 기거하는 젊은 스님이 면회를 요청하더라고요. 그 스님은 6세 때부터 절에서 자라 선방에서 동안거, 하안거하며 부처의 자비심을 깨닫기 위해 수행을 했는데 정진 중에도 예배당이 떠오르면 이가 갈린다는 말을 털어놓더군요. 탁발하면서 기독교인에게 갖은 수모를 당했대요. 그런데 예배당에서 용타스님이 설법을 전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깜한 밤, 창호지에 바늘 구멍같은 빛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성경에는 마음이란 단어가 996번이 나온단다. 그만큼 깨달음이 중요하고 생명의 근원을 찾는 작업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목사에 따르면 성경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평화다. 종교간 다툼과 분쟁, 원한은 문제다.
“원수를 사랑하라,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불교도 이웃이고, 이슬람도 이웃입니다. 설령 원수라 해도 미워하거나, 심판하고 정죄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어요. 큰 마음으로 넉넉하게 봐야 합니다.”
올 여름 두번째 출간될 시집의 가제를 ‘메리붓다마스’로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인각사 주지 상인스님과 우정이 바탕이 됐지만 대의는 평화다.
△어린 아이로 돌아가자
불재 도예마을에는 아이들 상이 무척 많다. 흙으로 빚어 초벌구이한 테라코타 작품이 30여점 이상 전시돼 있다.
“여기 오는 모든 이들이 동심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들 상을 만들었어요. 또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간다는 상징적 의미가 그 속에 응축돼 있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참살이가 자연적으로 수반된다. 영혼의 참살이를 꿈꾸는 사람들은 몸과 맘, 즉 ‘뫔’의 평온을 찾는다.
몸과 마음의 자유를 강조하는 이 목사는 기독교의 과오를 순순히 인정한다. 영혼 구원이 육체를 떼어 놓음으로써 신앙과 현실 역시 멀게 했음을 1988년 깨닫고 명상 프로그램, 즉 ‘애니어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의 열정은 끝이 없다. 지난달 우즈베키스탄에서 수피를 만나고 왔지만 이달 말께 또 방문할 계획이다.
디안 프뢸 등 인도의 전문가를 초청해 2000년부터 매해 여름마다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제자리를 빙빙 도는 수피 댄스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숲속에 운동장도 닦았다.
그 덕에 교우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인원수가 많은게 아니라 매주 바뀌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스턴과 카자흐스탄에서도 진달래마을을 찾는다.
진달래마을은 3,000평 부지에 예배실, 도예체험장, 자연학교, 명상실 등을 갖췄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흙을 주무르며 즐거움을 찾는 어린아이와 애니어그램 체험자들로 넘쳐난다.
이병창 목사는 매주 상경, 셀프 마스터 애니어그램을 강의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2000년 미국에서 국제 결혼자 44명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다. 새벽 3시에 소감 나누기 프로그램이 끝났는데 수강자 요청으로 탈진 증세까지 감내하며 2박3일이 더해졌다. 이 목사는 그 뒤로 감리교 목회자 연수회를 뉴욕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해주는 일은 해마다 1∼2회씩 미국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그 작업은 국내외에서 ‘뫔 치유’란 이름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취재 후기
그를 만나기 위해 몇 굽이를 돌았을까? 임실과 완주의 경계, 경각산 마루에 자리잡은 불재 ‘뫔 도예마을’로 가는 길은 초행자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취재를 마친 후 우리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신앙도 그 길과 닮아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깨달음을 얻고 영혼과 육체의 자유를 얻기까지 우리는 셀 수 없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이 목사를 알게 된 것은 2002년 봄이었다. 도예마을을 열고 명상 치유프로그램인 애니어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혹시 사이비 종교 집단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품었다.
4년여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턱 수염을 기른 것, 머리카락이 희끗해진 것 빼고는 변한게 없었다. 여전히 눈은 맑았고 평온한 기운 역시 그대로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존재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 늘고, 시쳇말로 ‘떠 받드는 이’까지 생겨났지만 그는 지금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가지 변한게 있다면 마을이 좀 더 예뻐졌다는 것. ‘동심’을 배우고자 1999년 5월 5일 첫 삽을 뜬 마을은 7년째를 맞은 현재 전시장과 도예체험장, 명상실, 예배실 등 8채를 갖췄다.
집을 짓는 일, 숲을 가꾸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터. 날이 풀리면 마을 일대 지천에 꽃이 피고 새소리도 끊이지 않을 게다.
2시간 가까운 담화는 일방적이지 않았다. 기자가 된 이래 이날처럼, 내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하룻밤을 꼬박 세워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그 속에는 평등한 소통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대화를 통해 ‘아주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불재 뫔 도예마을 이병창 목사는
1952년 익산 삼기에서 태어나 70년 원광대 국문학과에 입학해 정읍 호남고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 80년대 초반 원광여고에서 교직생활을 접었다. 이어 장로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중도하차, 익산 재활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대전 감리교 목원대학원을 85년 졸업했다. 86년 삼기교회에서 3년간 시무하다 90년 진달래교회를 세웠다. 그 사이 한국기독교장로회의 한신대학원을 마쳤다. 목사로서는 이례적으로 3개 교단을 섭렵한 셈이다.
크리스찬 신문사 신인문예상 시부문 당선, 문학과 의식 신인상 수상을 계기로 등단했으며 97년 발간한 처녀시집 ‘나의 하느님이 물에 젖고 있다’는 미국의 에피포드 문학상까지 안겨줬다.
전북목회자 평화 실천 협의회장, 전북종교인 협의회 총무, 한국 크리스찬 시인협회장, 한국 그린크로스 전북본부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강영희기자 kang@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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