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의 편지 /사람으로 살기
2014.05.07 21:57
아직은 ‘젊음’이라 하기에도 이른 아이들이었지요.
한창 힘이 뻗어나는 그 건강한 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놓고 수장시킨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이 이 땅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사건 속에는 자기 목숨을 버리기까지 다른 이들을 구조한 이들과
수많은 귀한 생명들을 버려두고 구조선으로 자신들만 탈출한
선박 책임자들의 이야기 등이 슬픔과, 분노의 감정으로 뒤섞이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우리라면 어땠을까요?
아무리 가슴이 메말랐어도 일말의 양심이나 최소한 자기정체성만 정립되어있었다면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은 달랐을 것입니다.
헤어지는 준비가 안 되어 이별 앞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말처럼,
죽을 준비가 안 되면 제대로 죽을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중>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이 동물의 완성점인 동시에 신성(神性)의 시작점이라면
분명 동물과는 구별된 사람으로서 살아내야 할 삶이 있을 것입니다.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100일을 굴속에서 견디었다는 신화를 비롯해
동물이 사람이 되고자했다는 이야기들은 참 많지요. 그런데
그러한 사람이 동물의 삶을 산다는 건 얼마나 굴욕스럽고 비참한 일인가요?
‘사람’으로 산다는 건 어느 상황에서든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을
감당하는 삶일 것입니다.
이러한 의무를 예수께서는 ‘자기 십자가’라고 하셨지요.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8:34>
십자가란 형이상학적 것도 아니고, 우리가 찾아다닐 정도로
그렇게 멀리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명이 그러하듯 십자가 역시 우리에게 이미 주어지는 것이지요.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나에게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윤동주의 십자가 중>
짐승은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숙명적으로 짐을 지지만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자기 의지로 감내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십자가를 거부한다면
짐승처럼 거부할 수 없는 멍에를 지게 될 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흑암과 사망의 그늘에 앉으며 곤고와 쇠사슬에 매임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며 지존자의 뜻을 멸시함이라(시107:10-11)
안쓰럽게 숨져간 그들처럼 떨어진 꽃잎이 분분이 날리는 날,
알게 되었습니다.
남은 자의 비애 또한 십자가라는 것을,
오늘, 죽음의 권세를 이기고 선포하신 그분의 ‘평안의 복’이
속절없이 죽어간 저들과 슬픔에 잠겨있는 우리 모두에게 임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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