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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나는 진달래

2010.01.13 13:24

구인회 조회 수:3536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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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 나는 진달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봄의 전령사 진달래

   진달래라는 꽃 이름만 나와도 설레이는 것은 

   진달래와 내 영혼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진달래가 눈에 띄면 내 마음이 같이 뛰는 것은

   진달래와 내 심장이 한 호흡이기 때문일 겁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언제 들어봐도 마음을 적시는 김소월의 진달래

   교과서에서 또는 입에서 입으로 언어로 전해온 시인의 꽃이

   물님이 검은 머리 날리며 진달래 한아름 따오시기 전까지는

   내 영혼의 꽃이요 불재의 혼령이 될 줄 까맣게 몰랐습니다.

   물님이 소시적 직접 간행한 ‘성서한국’

   그 얇은 책을 받아보니 마디 마디 핏자국 선연한 ‘진달래’ 꽃밭.

   당시 이 진달래는 시인의 것과는 사뭇 다른 진달래였습니다.

   시인의 진달래가 정한과 아픔이 서려 있는 연분홍빛이라면

   책자의 진달래는 짙은 절망 너머 희망의 진홍빛이었습니다.

   그러나 때가 되어 김소월의 진달래나 유영모의 진달래가

   같은 진달래로 보이니 꽃을 보는 눈도 철따라 달라지나 봅니다.

 

                  진달래 / 유영모

 

   진달래야 진달래야 어느꽃이 진달래지

   내 사랑의 진달래게 홀로 너만 진달래랴

   진달래 나는 진달래 님의 짐은 내질래

 

   진달래에 안즌 나비 봄보기에 날다지니

   안즌나비 갈곳 없음 지는 꽃도 웃는고야

   안진 꿈 다 늦게 깨니 어제 진달 내돋아

   

   진달래서 핀 꽃인데 인질려고 피운다 마소

   피울땐 아니 울고 질땐 바 웃음 한가지니

   님때맨 한갓 진달래 봄 앞차질 하이셔

   유영모의 진달래는 아름답게 피기보다는 ‘꽃이 진다’,

  ‘짐을 진다’ ‘생명이 진다’ 악착같이 이기는 꽃이 아닌

   지는 데 보람을 두는 꽃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평북 정주 영변 오산학교. 같은 학교에서 한분은 스승

   또 한분은 제자로 이른 봄 영변 진달래를 보고 자란 두 분.

   이 두 분에게서 불후의 진달래가 잉태되었으니 단지 우연인가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는 연인과 이별을 애통해 한 비련의 꽃이고

   유영모 선생의 진달래는 살신성인 殺身成仁의 그리스도의 꽃을 그리고 있나요?

   물론 생각과 관점에 따라서 해석이야 나름이겠지만

   일제암흑기 독립운동의 산실이었던 오산학교.

   1907년 남강 이승훈이 세우고 고당 조만식, 다석 유영모, 단재 신채호,

   춘원 이광수가 가르친 그야말로 대한 최고의 민족학교였습니다.

  “왕대밭에 왕대나고 쑥대밭에 쑥대 난다” 는 말처럼

   신천 함석헌, 순교자 주기철 목사, 한경직 목사, 화가 이중섭, 교육자 김기홍,

   시인 김억, 김소월, 백석, 의사 백인제 등이 다 오산학교 핏줄입니다.

   바로 이곳에서 김소월은 ‘몾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공부는 안하고 허구헌 날 짝사랑이나 하고 있었을까요?

 

   서른셋 !

   예수님과 같은 나이에 죽은 김소월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제 맘이지만요.

   민족 정한의 한 많은 소월의 진달래를 다시 풀어봅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나고자 하시니 이제 고이 보내 드리렵니다.


   영변에 약산 /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제가 드릴 것은 진달래 이 꽃을 그 길 위에 곱게 뿌립니다.

 

   가시는 걸음걸음 / 놓인 그 꽃을 /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가시는 걸음걸음 넋이라도 이 꽃을 가볍게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나고자 하시니 눈물이 마구 쏟아져 내립니다.

 

   윤동주는 십자가라는 시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어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고

   적고 있는 것처럼 김소월은 피 대신 꽃을 뿌리고 눈물 흘린 것은 아닌지

   유영모가 진달래 / 나는 진달래 / 님의 짐은 내질래 하는 것이나

   윤동주가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 어두어 가는 하늘 밑에 /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하는 것이나

   김소월이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하는 것이나 다 같은 시어로 들리니 제 억지도 보통은 넘지요.

 

   그리스도에게서 오산학교, 오산학교에서 진달래로 이어지는

   진달래 가문의 사람들

   백범 김구 남강 이승훈, 고당 조만식, 다석 유영모, 이공 이세종, 방림 이현필

   단재 신채호, 주기철, 김교신, 김억, 김소월, 백석, 오북환, 정인세

   현제 김흥호, 물 이병창, 동광원과 현재와 미래의 진달래의 핏줄들

   이현필은 다석의 진달래 정신이야말로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는데,

  `아름답게 피기보다 지는 데 보람을 두는 꽃 ‘진달래’

   진달래 / 나는 진달래 / 님의 짐은 내질래

 

   모든 인류의 구원이 ‘진달래,

   한 생명의 헌신에 달려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그리고 그 한 생명이, 그 진달래가 남이 아닌

   바로 그대여야 한다면?

 

   참만고일성순 參萬古一成荀

   우주의 모든 기운이 이 순간

   그   대

   진달래
 
   한 생명의 개화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s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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