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507732
  • Today : 1286
  • Yesterday : 806


작은 뱀을 태우고 행군하라!

2014.06.02 08:35

물님 조회 수:11905

작은 뱀을 태우고 행군하라!
박재희

안녕하십니까? 박 재 희입니다.
내가 높아지려면 내 주변사람부터 높여라! 이것이 진정 내가 높아질 수 있는 방법이다. 예, 옛날 어른들이 밥상머리에서 늘 하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면 주변을 먼저 높이라는 역설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논리입니다. 내가 주변에서 쓰고 있는 사람들을 우대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결국 그 사람은 남에게 더욱 소중하게 대접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비자>란 고전에 보면 물이 말라버린 연못 속의 뱀의 이야기를 통하여 이런 역설의 미학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일명 학택지사(?澤之蛇)라는 고사입니다. 학(?)은 물이 말라버렸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학택(?澤)은 바짝 물이 말라버린 연못이란 뜻입니다. <<한비자>> <설림(說林)> 편에 나오는 물이 말라버린 어느 연못에 사는 뱀의 생존전략은 이렇습니다.

어느 여름 날 가뭄에 연못의 물이 말라버렸습니다. 그 속에 사는 뱀들은 다른 연못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죠. 이 때 연못에 사는 작은 뱀이 나서서 큰 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앞장서고 내가 뒤 따라 가면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보통 뱀인 줄 알고 죽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저를 당신의 등에 태우고 가라.

그러면 사람들은 조그만 내가 당신처럼 큰 뱀이 떠받드는 것을 보고 나를 아주 신성한 뱀, 즉 신군(神君)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 아무런 해도 안 끼치고 오히려 떠받들 것이다.’ 큰 뱀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뱀들은 당당히 사람들이 많은 길로 이동하였습니다.

사람들은 큰 뱀이 작은 뱀을 떠받드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하고 뱀들을 건들지 않았고, 결국 뱀들은 목적지까지 아무런 장애도 없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리더가 부하직원을 떠받드는 것이 결국 조직의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고사입니다.

이 이야기는 제(齊)나라 리더였던 전성자(田成子)가 위기에 빠져 정치적 목적으로 연(燕)나라로 갈 때 그의 부하였던 치이자피(?夷子皮)란 사람이 이 학택지사의 고사를 들어 자신이 모시던 전성자를 설득할 때 나온 이야기 입니다. 그는 이렇게 설득하였습니다.
 
‘주군은 훌륭하시지만 저는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당신을 따른다면 남들은 당연한 일로 생각하겠지만, 주군처럼 훌륭하신 분이 저를 받들고 따르신다면 세상 사람들은 저의 지위를 짐작 못하고 모두 융숭한 대접을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같이 훌륭한 사람이 받드는 사람에 대한 나의 신분은 상상이 안 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성자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결국 이들 일행이 연나라에 들어갈 때 가는 곳마다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한비자>의 고사는 어떻게 주변 사람들을 대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리더보다 뛰어난 부하가 어디 있겠습니까? 능력이 있다면 그가 리더가 되었겠죠. 그러나 자신보다 못한 부하를 남이 보는 가운데 더욱 우대하고 대접해 준다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그 조직의 맨 파워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수준이 안 된다고 남들이 보는 가운데 부하직원을 무시하기 보다는, 그들의 작은 능력이라도 인정해주고 북돋아 준다면 결국 조직을 위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리더가 보는 안목은 높고 넓습니다. 일반 사람들의 안목과 상식정도로 조직을 이끈다면 아마도 진정 위대한 리더가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나보다 못하지만 부하를 예우하고 그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인정해주었을 때, 사람들은 그 리더의 사람 보는 눈과 부하를 예우하는 능력에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박 재 희였습니다.

  - 넷향기에서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1 천국독립군 물님 2014.07.14 11807
430 가온의 편지 / 행복한 달팽이 [2] file 가온 2014.07.13 11817
429 초청강연 물님 2014.07.12 12208
428 2014년 기독교 동광원 歸一 여름 수양회 물님 2014.07.12 11810
427 부패의 향기 [1] 물님 2014.07.01 11752
426 가온의 편지 / 가족이라면... [2] file 가온 2014.06.05 12041
425 흔들리지 않는 나라 물님 2014.06.05 11808
» 작은 뱀을 태우고 행군하라! 물님 2014.06.02 11905
423 보라 날이 이를지라 물님 2014.05.30 11837
422 지혜 있는 자는 물님 2014.05.26 1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