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의 편지 / 행복한 달팽이
2014.07.13 06:24
“나 우울증 같애..”
“나 아무래도 우울증 인가봐”
남편의 관심을 끌고 싶을 때 내가 하는 말입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내가 얼마나 많은 은혜를 받았는가를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곤 합니다.
“당신이 장애를 가지고 이 나이까지 건강한 것만으로도 기적인데
당신은 감사가 좀 부족한 거 같애....” 하고 진지하게 말해줍니다.
그러한 남편도 눈치를 챘는지 요즘은 오히려
“나도 그래, 나도 우울증이야..”해 버립니다.
자주 사용하다 보니 약효가 떨어진 거지요.
우리에게 이런 에피소드가 생길 정도로
주변에서 우울증을 앓는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우울해지고 침체된다는데
이유를 모르면 해결할 길도 없기에 사실은 이유가 있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이지요.
여러 가지 빛깔들 속에서 블랙홀처럼 어두움만을 바라보고
품어 안으며 온갖 잡념들에게 평안을 빼앗기기도 하고,
때로는 비교의식으로 인한 불만족과 자존감의 상실이 원인일 수도 있겠지요.
수고하고 힘쓰는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이지만
행복이라고 믿으며 추구한 것들이 기쁨이 되지 못할 때,
그것은 행복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자족할 수 있는 은혜를 받게 되면 녹색식물처럼
어두움보다 밝은 쪽을 향하게 되고,
하늘에 피어나는 꽃구름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햇살이 밝은 날 뿐 아니라 비가 오는 날도 습도만큼 행복에 젖어들
고 낙숫물소리가 정서적 안정이 되기도 하지요.
어릴 때부터 늘 찬송을 평화롭게 흥얼거리던 조카 녀석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모든 그림은 하나같이 풋풋한 생기를 담고 있으며
화사하고 밝은 기운을 전해줍니다.
이번에도 달팽이를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자 그 자리에서 색연필로 그렸다는데
그가 그린 달팽이는 예쁜 꽃이 피어있는 파란 잔디밭을 점액질 몸으로 천천히 기어가며
아주 행복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이 달팽이처럼 달리지도 못하고, 날지도 못하고 느리게 가더라도
우리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자폐로 인한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는
기쁨의 천국을 그리는 아름다운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빌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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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행복한 달팽이는 첨 봤습니다.
달팽이에게서 말씀을 발견하는 가온님의
놀라운 영성이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