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 박완규
2014.07.23 05:10
거짓말...
참 덥습니다. 해마다 오는 더위인데도 늘 새롭게 덥습니다. 가만 생각하니 저의 기억 속에 지난 몇 달 동안 4시간 이상 자본 기억이 없습니다. 책을 낸다고 잠을 못 잤고, 책을 낸 이후에는 이것저것 뒷정리 한다고 잠을 못 잤습니다.
어제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천근만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과 단절을 하고 하루를 쉬었습니다. 어제 하루동안 16시간은 잔 것 같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잔 것 같습니다.
밥도 한 끼 안 먹고 잠을 잤거든요. 아내도 그러한 저를 깨우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밥이 아니라 잠이라는 것을 아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잠을 자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습니다.
그 사이에 저의 전화기에는 부재중 전화가 60통도 넘게 와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제법 중요한 전화도 있었는데 제가 전화를 안 받았으니 전화를 거신 분은 얼마나 애가 탔을까요. 그렇다고 자정이 넘은 이 시간에 전화를 드릴 수도 없고... 죄송합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지만 저는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아침 메일도 쓰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뉴스 검색도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유병언이 인근 순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헤드라인으로 전해지고 있네요.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변사체로 발견된지 40일이나 지났는데 이제야 그가 유병언이었다고 발표하는 것도 이상하고, 유병언이 작성했다는 메모장을 이제야 내놓는 것도 이상합니다. 언제나처럼 의문이 다시 의문을 만드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더 희한한 것이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완전한 핵심은 유병언이 아닌 것 같은데, 왜 다들 유병언이 마치 배를 침몰시킨 장본인이고, 아이들을 배에서 구조하지 못하게 한 장본인인 것처럼 다루고 있는지 그것이 희한합니다.
문제의 본질적 핵심은 유병언이 아니라 ‘누가 왜 어떤 이유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는지’ 그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 문제는 어디로 도망을 가버리고 언론도 정치권도 온통 유병언이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참 요상한 일입니다.
이제 유병언이 죽었으니 모든 진실도 함께 묻어지는가요. 그가 입만 벌리면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바뀔 것이라는 말도 이제 없던 얘기가 되는 것인가요.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잘 수 있는 사람들은 참 좋겠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회는 ‘선의(善意)가 우선시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약속을 지키면 남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을 수 있는 사회, 누군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을 선의로 받아들이는 사회를 우리는 원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악의(惡意)가 지배하는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무엇을 말하면 믿지 못하는 사회 말입니다. 이제는 정부가 발표한 것을 믿을 수 없고, 검찰이나 경찰이 발표한 것도 믿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공적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캐나다의 총리를 지낸 장 크레티앙은 왼쪽 안면 근육마비로 한쪽 귀가 멀고 발음까지 불분명한 말더듬이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캐나다 선거사상 가장 빛나는 승리를 거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캐나다 국민들이 말더듬이인 그를 총리로 선택한 까닭은 그가 비록 말은 더듬고 유창하게 말은 잘하지 못하지만 결코 거짓말은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솔직함과 성실함을 국민들이 믿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말을 할 때 ‘솔직히 말해서’라는 말을 습관처럼 자주 말합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서’라는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내 양심에 비추어서’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솔직히 말해서’라고 얘기했는데도 그 말을 믿기 어렵다면 그 사람은 이미 신뢰를 상실한 사람입니다. 지금 정부의 모습이 딱 그 모습입니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나 검찰이나 경찰이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국민들을 향해서 아무리 믿어달라고 떠들어보아야 백날 소용없는 얘기가 되는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무엇이 바뀌었습니까? 이제 할 만큼 했으니 그만하자고 말해도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지난 100여일 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누가 왜 그랬답니까?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이러한 진실을 덮는 답니까? 우리가 생활은 일상으로 돌아가되 그 진실만은 꼭 알아야 하겠습니다. 유병언이가 비록 죽었다 할지라도 이러한 진실까지 땅에 묻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슬그머니 이러한 진실까지 묻어버릴까 겁이 납니다. 새벽인데도 거실에 있는 온도계가 26도를 가리킵니다. 오늘도 상당히 무더울 것 같은데 건강 잘 챙겨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동부매일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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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말을 하고
듣고
살기가 이토록 힘든 세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