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성을 정확히 아는 것이 첫걸음아빠 : 아들! 이리 좀 와서 하늘 좀 봐. 별이 진짜 많아.
아들 : 와! 진짜. 별이 엄청나게 많아. 보석을 뿌려 놓은 거 같아.
아빠 : 멋지지? 아빠랑 캠핑 오길 참 잘했지?
아들 : 응, 아빠. 근데 북극성은 어딨어?
아빠 : 응. 그건 말이지. 아! 저기 있네. 맨 위에 가장 밝은 거.
아들 : 와. 정말 밝다. 저게 북극성이야?
아빠 : 그럼. 옛날에는 밤길을 잃은 나그네가 저 별을 보고 길을 찾아갔대.
아들 : 그렇구나. 별이 저렇게 밝으니 나그네는 길을 잃어버릴 걱정 없겠네.
북쪽 하늘의 일주 사진, 북극성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린다.
위 대화에서 잘못된 부분은? 질문이 좀 유치하긴 하지만 '북극성이 어디 있는지 아는가?' 라는 질문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라고 반문하는 분은 오늘 밤 밖에 나가 북극성을 찾아보자. 필자의 생각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적어도 95% 이상은 북극성을 잘못 알고 있다. '그럴 리가'라고 반문하겠지만, 필자는 거의 확신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별관측소에 그동안 많은 사람이 다녀갔고, 방문객 중 북극성을 정확히 아는 분께는 선물도 드리지만, 그 선물을 챙겨가는 손님은 일 년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정말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가장 밝은 별을 찾으면 그게 북극성 아닌가?' 이 반문이 우리나라 일반인들의 천문학 상식 수준이다. 필자는 오랫동안 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질문하며 별관측소를 운영해왔다. 가장 많은 의견은 이렇다. 옛날에 읽은 책에 밤에 길을 잃은 나그네가 북극성을 보고 길을 찾아갔다는 이야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을 안내할 정도로 밝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아마 그런 동화를 쓴 작가 또는 구전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도 미처 진짜 북극성의 존재와 밝기를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쪽 하늘의 카시오페아와 북두칠성 중간에 북극성이 있다.
북극성은 밝은 별이 아니고 북쪽을 가리키는 별북극성은 밝은 별이 아니라 거의 정확하게 북쪽을 가리키고 있는 별이다. 맨눈으로 봤을 때 북극성을 제외하고 천구상의 모든 별은 밤새도록 돈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동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이고, 천문학적으로는 '지구의 자전축이 닿아있는 가상의 점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돈다'이다. 이것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도록 근사치에 가깝게 표현하면 '별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돈다'이다. 그래서 북극성과 가까우면 하루에 약 한 바퀴의 작은 원운동을 하고, 북극성에서 멀면 역시 같은 원운동이지만 마치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대부분 행성을 포함한 밝은 별은 이 '돌고 있는 별' 중 하나다. 그러니 밝은 별을 보고 밤새 걸어봐야 헛수고임은 자명하다.
여기까지 읽고 '아, 북극성이 생각보다 어렵구나'라고 느끼는 사람을 위해 가장 쉽게 북극성을 찾는 법을 팁으로 정리해 본다.
밤하늘 북극성 찾는 법봄부터 여름까지는 북두칠성을 먼저 찾는다. 흔히 말하는 국자 쪽과 손잡이 쪽으로 나눠서 국자 쪽으로부터 1번, 2번의 순으로 번호를 매긴다면 2번 별에서 1번 별 쪽으로 연장한다. 이때 연장선은 2번~1번별 간격만큼 5배를 징검다리처럼 건너가 본다. 별 한 개와 만날 것이다. 그 별이 북극성이다.
북극성은 작은곰자리의 꼬리별이다. 다른 주변별과 밝기 차이가 별로 없다.
계절이 가을로 바뀌면 북두칠성은 초저녁에 서쪽으로 기우므로 대신 동쪽에서 W자 모양의 카시오페아자리를 찾는다. 마음대로 번호 5개를 매긴다. 스스로 매긴 번호를 기억하고 1번과 2번을 가상의 선으로 연장한다. 또다시 4번과 5번을 같은 방법으로 가상의 선을 연장한다. 이제 두 가상의 선이 어느 지점에서 만날 것이다. (교차점을 가능한 정확하게 기억하도록 하자) 가상의 교차점에서 3번별 쪽으로 마치 큐피드의 화살을 쏘듯, 이 역시 가상의 점과 3번 별 간격의 5배를 징검다리처럼 건너가 본다. 이번에도 역시 북극성과 정확하게 마주칠 것이다. 그림01을 참조하면 쉬울 것이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유지한다는 것지난 5년간 별관측소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겨났다. 때로는 별을 보고 감동하는 사람을 보고 필자가 감동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당황하는 경우도 있었다. 절반 이상의 손님이 가족구성원임을 고려할 때 자녀를 위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부모로서 '어떻게 하면 우주에 대한 아이의 호기심을 유지시켜 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해답은 간단하다. 일단은 자녀와 함께 천문대를 자주 찾는 것이다. 자주 갈 여건이 안 되면 캠핑을 가거나 밤에 야외 나들이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함께 밤하늘을 올려보는 습관을 길러 호기심을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북극성과 직녀성의 밝기비교(같은 노출로 촬영)
궁금한 것이 생긴 아이들은 부모에게 질문할 수도 있지만 몰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 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천문학적 지식을 손쉽게 얻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부모가 먼저 인터넷을 검색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자녀에게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자녀에게 들려주는 우주이야기가 과학적이어야 하는 건 필요조건이긴 해도 반드시 충분조건은 아니다. 은하수를 경계로 만나지 못하는 견우와 직녀의 슬픈 전설을 이야기 할 때, 은하수를 강물로 표현해도 자녀는 "에이 하늘에 떠 있는 강물이 어딨어요?" 라고 비꼬지 않는다. 아이의 특성상 스토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머나먼 우주 저쪽에 지적인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냐는 궁금증에 거리 개념을 도입해서 설명하지 않고, 그저 존재 자체에 대한 문학적 상상만 해도 충분한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천문학을 천문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때로 '하늘의 문학'으로 천문학을 풀이해도 상관없을뿐더러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글 사진 김호섭 / webmaster@outdoor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