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의 편지 / 평생의 기도
2015.01.16 20:14
새로운 해를 맞을 때마다 그 ‘해’는 반드시 새로운 ‘바람’이 됩니다.
마음을 열고 빈 마음으로 한 해를 맞고 싶을 때라도 새해는 바람이 있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바람을 만들기도 하지요.
생명이 있는 한 바람이 있으며, 심장이 뛰는 곳에 바람도 함께 숨 쉬고 있음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이라는 시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가슴은 뛰나니
나 어려서도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고
늙어서도 그러할진대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으리...’ - William Wordsworth -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수많은 바람 속에서 살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바람들을 가지고 살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이러한 바람 중에는 미래에 대한 원대한 바람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사소한 바람들도 있습니다.
나의 경우, 어릴 적에는 언니가 신는 살색 긴 양말이 선망이었습니다.
너무 신고 싶었지만 긴 양말은 다리가 길어야 신을 수 있다는 엄마의 냉엄한 말씀이
현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나는 그 때부터 좋아한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으며
그렇게 애어른이 되어갔던 것 같습니다.
10대 청소년기에는 청바지가 부러웠고, 20대 청년기에는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자주색 부츠가 참으로 멋져보였습니다.
30대에는 온 생애를 바쳐 하나님의 사역으로 불사르고 싶을 정도로 가슴이 뜨거웠지만
40대에는 뒤늦게나마 결혼이 하고 싶어지기도 했지요.
50대에는 사역을 내려놓고 싶기도 했었다면,
60이 된 지금은 나름대로 주시는 사역을 기쁘게 감당하며
사는 날 동안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바람하겠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의 바람이란 얼마나 변화무쌍하고 허무한 것인지 그야말로
모두가 바람(風)같은 바람(望)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상황과 기분에 따라서 변하는 불안정하고 허탄한 바람들이 아니라
시공과 상황을 초월하여 일관성 있는 ‘평생의 바람’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적어도 가시적으로 뭔가를 이루겠다는 허탄한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섬기며 행복하게 살고 싶은 소박하고 겸허한 바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혜자 아굴의 기도처럼 온전한 바람으로 우리 인생과 인격이 그렇게 아름답게
완성되어가기를 바랍니다.
<내가 두 가지 일을 주께 구하였사오니 내가 죽기 전에 내게 거절하지 마시옵소서
곧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 잠 30:7–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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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온님이 60이 되었다니요 믿기지 않습니다. 그렇게 이쁘신데요.
이제부터 시작이어요. 더 멋지게요 하나님 보시기에 더 이쁘게요.
사실 이건 저 자신에게 하는 바람이랍니다. 저도 60이 지났거든요.
이쪽에서 저쪽에서 지혜와 사랑이 풍성해지고 영혼이 영글어가는 소리가 마구 들리게 합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