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간증
2015.02.18 07:28
우리 자손들도 믿음의 조상이 되기를
송민섭 장로(이리동산교회)
“할아버지. 올 설 명절에는 성경암송 어디에서 낼 거예요?”
“음, 작년에는 마태복음 5장을 했으니까 올해는 시편 23편을 해볼까?”
명절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손주녀석들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이번 성경암송대회에서는 기필코 1등을 해보리라는 열심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손자들은 고린도전서 13장도 외웠고, 시편 1편과 빌립보서 4장, 에베소서 6장, 그리고 주기도문과 사도신경도 외웠다. 추석과 설 명절 1년에 두 차례씩 가족 성경암송대회를 해마다 열었던 덕분이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텔레비전이나 그림만화책이나 컴퓨터를 좋아한다. 시각과 청각에 자극을 주는 현란한 색채와 빠른 소리에 더 많은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자자손손 대를 이어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고 싶은 간절함으로 아내와 궁리 끝에 암송대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물고기를 잡으려면 낚싯밥이 중요하다.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미끼로 상금을 두둑이 걸고 미리미리 광고를 낸다. 상금 후원금은 물론 자녀들이 일부 담당했다. 명절이 다가와 암송대회가 시작될 시간이 되면 이방저방 구석구석에서 부모들이 자기 자녀들을 데리고 마지막 연습을 시키느라 후끈 열이 달아오른다. 어린 마음에 손자들이 상금에 현혹되었을지라도 결국에 남는 것은 가슴 속에 하나님 말씀이 살아있기를 기도해왔다.
“지금부터 송민섭 장로님 가족 암송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심사위원장은 심사기준을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가자 1번”
“네~~~.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산에 올라가 앉으시니 제자들이 나아온지라, 입을 열어 가르쳐 가라사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요.”
참가자 5, 6, 7번 …. 암송대회가 점점 진행이 되면서 은혜가 밀려와 나의 심장은 뜨거워지고 감동의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나의 아내인 서권사도 성경을 암송하는 걸 좋아한다. 상금과는 무관하게 특별출연으로 손자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같은 기간에 외워서 자녀들 앞에서 발표해왔다.
성경암송대회에 열심히 참가했던 손주들이 어느덧 장성하여 7명이 결혼을 하였고, 증손도 8명이 태어났다. 이제는 증손들을 위한 성경암송대회를 새롭게 업그레이드해서 가족 축제로 전통을 세워나가야겠다.
우리 가문에 처음 예수를 믿기 시작하신 분은 조부 송화익 장로님이다. 1908년경 30세 청년시절에 할아버지께서는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부터 전도를 받았다고 한다. 그 후 세례를 받고 김제 낙성교회를 설립하셨고 초대장로로 임직을 받으셨다. 할아버지의 할머니께도 전도를 하셔서 온 집안 식구들이 신앙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를 이어 모태신앙으로 자랐고, 할아버지의 주선으로 신앙의 가문과 혼인을 맺게 되었다. 할아버지께서는 6.25한국전쟁 중에 예수 믿는다고 감옥살이를 하셨고, 전쟁이 끝난 후에 그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
나는 결혼 후에 자녀 셋이 되었을 때, 1955년에 김제 낙성리에서 익산으로 이사하여 과수원 농사를 지으며 청복교회를 섬기게 되었다. 그 무렵에 교회 건축을 시작하였는데 예산이 부족하여 건축이 중단되었다.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를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에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다.
‘가을 추수가 끝나면 소가 할 일이 없으니 아하, 소를 팔아 건축헌금을 해야지.’
우시장에 나가 소를 파니 4만 얼마가 되었다. 그 돈으로 시멘트를 50부대를 사서 구루마에 싣고 왔다. 소구루마가 부족하여 말구루마까지 4대를 빌려서 품삯을 주고 총 5대에 싣고 와서 중단된 청복교회를 완공하게 되었다. 이듬해 봄이 되어 과수원과 밭일을 도울 소를 구입해야 하는데 농사지어서 갚기로 하고 돈을 빌렸다. 전주우시장에 가서 소를 샀는데, 소를 싣고 올 트럭을 구할 형편이 되지 않아 전주에서 익산까지 70리 길을 소와 함께 걸어와야 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제 사온 소가 새끼를 낳아 송아지 한 마리가 뛰어 다녔다.
‘오, 주여, 소 한 마리를 바쳤더니 하나님께서 소 두 마리를 주셨네. 할렐루야!’
1972년에는 하나님께서 익산시에 남중교회를 개척하게 하셨다. 7명이 뜻을 같이하여 새시대에 영성을 리더할 일꾼들을 길러내려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자 하였다. 목사님과의 교파 문제로 인하여 남중교회를 뒤로하게 되었고, 1980년부터 익산시 동산교회를 섬기면서 지금은 원로장로이다. 나이가 8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지만 심장수술도 성공케 하셔서 건강주시니 고난의 고비마다 기도하게 하시고 지혜를 주시며 감사로 잔이 넘치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복을 나에게도 똑같이 주셨다. 슬하에 자녀 9명을 선물로 주셨는데, 그 자녀들이 결혼을 하니 18명이 되었고, 손자에 증손까지 50명이 되었다. 하늘에 별처럼 바다에 모래알처럼 믿음의 자손이 번성하기를 기도한다. 자손들 모두 빠짐없이 주의 몸된 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목사 1명, 장로 3명, 손자 전도사 1명이 성직을 감당하고 있다. 특별히 이 자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는 겸손하라. 둘째도 겸손하라. 셋째는 잃은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선한 목자가 되어라.’
가문에 신앙이 뿌리내린 지가 7대를 넘어가고 있다. 나는 무엇보다 믿음의 조상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자손대대로 나의 감사가 이어지길 소망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은 438장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짐 벗고보니…’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시편 23편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이다. 우리 가정의 주제 찬송가는 ‘사철에 봄바람 불어있고, 하나님 아버지 모셨으니…’와 ‘예수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이다. 내가 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에 갈지라도 우리 자손들은 찬송을 부르며 성경말씀을 외우고 삶으로 실천하며 살기를 바란다.
한 알의 씨앗이 죽어서 많은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다시 씨앗이 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신앙의 원리도 마찬가지이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처럼, 그리고 할아버지가 그러하셨듯이 우리 자손들도 믿음의 조상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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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아버지께서는 이번 설을 쇠면 85세입니다.
정확한 발음으로 말씀하실 때
더 늦기 전에 그 음성을 받아 적어
soul family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여기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