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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쥬스에 어린 단상

2015.07.0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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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라!!

내가 어머니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온 말이다. 실제로 어머니가 시간을 허투루 쓰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물을 아끼시고 전기를 아끼시고 잠도 아끼셨다. 지금도 친정 집에서는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도시에 사시지만 텃밭에서 나오는 걸로 먹거리를 다 대시고 음식쓰레기는 퇴비로 쓰신다. 비닐봉지 쓰실 일이 거의 없고 어쩌다 나오는 종이는 마당에 솥을 걸어 씨래기 같은걸 삶는데 사용하신다. 

보고자란것이 그 사람의 자산이라 나도 아끼는것이 몸에 배었다. 눈에 보이는 것 뿐 아니라 나의 에너지까지도 조절하며 살아왔다. 임용고시를 준비할때도 절대 취침시간 11시를 넘기지 않았다. 다음날 맑은 정신을 위해....

아이를 키울때도 외출할거리는 세네가지를 모아서 나가곤 했다. 먹을것도 꼭 필요한 것으로 남지 않도록 장을 봤으며 지나치게 먹이지 않으려고 했다. 농약으로 범벅이된 재료를 사용한 음식,  가공된 음식을 푸짐하게 먹는 것이 미련스럽게 보였다. 그 때 읽은 책이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이니....^^;;

오늘 아침!  이치료를 하느라 음식을 잘 못먹는 남편을 위해 수박을 갈면서 문득 초등학교 때부터 치아교정을 하던 아들 생각이 났다. 얼마나 먹기가 귀찮았을까! 귤이며 수박이며 자주자주 많이 갈아줄걸~ 그 땐 믹서기 칼날에 파괴되는 영양분 생각, 공기중에서 갈변할 생각, 침과 섞이지 않고 바로 넘어가면 소화 안될 생각...
그 끝도 없는 생각들과 함께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모습들로 살아왔다. 

그 때를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하지만 나와 너무도 다른 성향을 가진 남편을 만나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나는 변했다. 그리고 그 변한 모습이 좋다.

지금은 무슨 일을 하든 두가지를 생각한다. 

"두려움때문이냐? 사랑때문이냐?" 

아끼며 살아온 지난 삶이 사랑 때문이었다면 난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을것이다. 보릿고개와 전쟁을 겪어나온 어머니세대의 두려움과 결핍의 기반이 그렇게하지 않아도 되는 나에게까지 이어져 왔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세대는 지금의 기운으로 살아야한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필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사랑이다. 

무엇을하든 사랑이 이유가 된 일은 결과에 상관없이 나를 기쁘게한다. 힘이 나온다. 아니! 그 분께서 내게  힘을 주신다. 

아이들 어린시절로 돌아간다면 더 잘 키울수 있을것 같지만 그 또한 앞날에 대한 불안에서 기인한 바람이므로 난 내 안에서 그 아쉬움을 털어낸다. 내가 지나온 삶은 최선이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다. 감사하다. 

<<수박쥬스에 어린 아침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