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안되는 데
2015.09.10 08:01
여수 동부매일 박완규님의 글입니다. 이 시대에 다시 돌아 보고 생각하게 하는 ;언론인의 글이니 계속 글을 받아보고자 하는 분은 신청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물
이러면 안 되는데...
요즘 뉴스를 보면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의 소식인가, 싶을 정도로 안타까운 소식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디를 봐도 감동적인 얘기, 따뜻한 얘기는 보이지 않고, 서로 죽고 죽이는 얘기, 서로 싸우고 비난하는 얘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요즘은 하루도 빠짐없이 성추행 얘기, 성폭행 얘기, 심지어 치마 속 몰카 얘기까지 날마다 전국민이 보는 방송의 뉴스거리가 되면서 우리로 하여금 정상적으로 사는 것이 정상인지, 비정상적으로 사는 것이 정상인지, 구분하기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종편방송을 비롯한 보수 언론들은 말싸움에 소질이 있는 선수(?)들을 동원해서 온갖 자극적인 얘기들로 갈등을 조장하는 방송을 집중적으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그 방송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몰래 ‘정말 그런가?’하고 세뇌가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다른 방송사로 채널을 돌려보면, 다른 방송사들도 그 정도만 달랐지 거의 같은 모습입니다. 별 해괴한 사건사고들과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서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국가경쟁력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국민들의 자긍심이나 애국심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웃나라 일본에도 무시 받기 일쑤이고, 중국에도 쩔쩔매는 곤란한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면서도 뭐가 그리도 할 말들이 많은지 온갖 추접한 얘기들을 마치 국가의 자랑이나 되는 듯이 떠벌이는 사람들을 보면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가 싶을 때도 많습니다.
이솝 우화에 보면 붉은 소, 검은 소, 얼룩소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들은 늘 함께 붙어 다니면서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사자가 덤벼도 서로 힘을 모아 맞섰습니다. 그래서 사자는 꾀를 냈습니다. 그리고 얼룩소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붉은 소가 너보다 더 힘이 세다던데?”
그리고 붉은 소와 검은 소에게도 다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 중에 얼룩소가 가장 힘이 세다면서?"
이 말을 듣고 붉은 소는 몹시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는 얼룩소에게 덤벼들어서 둘이 뿔이 빠지게 싸웠습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사자는 얼룩소, 붉은 소, 검은 소를 차례로 잡아먹었습니다.
제가 누구나 뻔히 아는 이솝 우화를 새삼스럽게 말씀드리는 까닭은, 지금 사자들이 드글거리는 세상에서 ‘너보다 내가 잘났다’며 서로 싸우고 있는 붉은 소, 얼룩소, 검은 소는 과연 누구입니까?
‘세상이 이러면 안 되는데’, ‘이렇게 가면 큰일인데’. 하는 생각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이성적인 현상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걱정스럽게 떠올리는 단상일 것입니다.
엊그제 정부가 단행한 군 장성 인사에서 육군 사단장으로 진급한 10명 가운데 6명이 영남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군 내부에서조차 해도 너무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군만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법조계도 그렇고 정부 중앙부처의 인사에서도 그렇고, 특정 지역이 싹쓸이(?)를 하는 모양입니다. 인사만 그러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각 분야에서 비정상이 정상을 압도하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목장의 소들이 모두 잘 먹고 잘
살아야지, 얼룩소가 맘에 든다고 해서, 같은 축사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 소에게만 집중적으로 좋은 것을 먹이면 그것이 정상적인 목장입니까?
그리고 그것이 소를 키우는 목동이 할 짓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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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치라는 것은 세월이 흘러가면 매사 조금씩은 나아져야 합니다.
지금껏 우리 인류의 문명이 그래왔듯 말입니다. 그러나 그 기대와는 달리 근래에 들어서는 사회 전반에 걸쳐 어떤 원칙도 없고, 질서도 없고, 기강도 없이 뒤죽박죽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불합리한 일이 있으면 “우리가 그러면 안 된다.”며 목청껏 외치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렇게 외치는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야당은 무능하고, 지식인은 입을 닫고, 언론은 입에 재갈이 물린 듯 조용하기만 합니다.
국가도 그렇고 도시도 그렇고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입니다. 지금 전국 어디나 ‘나를 따르라’는 일방주의가 팽배하고, ‘내가 알아서 한다’는 전횡이 횡횡합니다.
그리고 국민을 따르는 자와 따르지 않는 자로 구분해서 서로 간에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솔직히 불편합니다. 그것은 진정한 리더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대희랍 신화에 보면 ‘프로크라테스의 침대’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깊은 산 속에 사는 프로크라테스라는 신은 숨어 있다가 사람들을 자신의 집으로 잡아들입니다. 그리고 자기 침대에 눕혀 길이가 딱 맞으면 살려준다고 하면서 침대에 뉘어봅니다.
그래서 자기 침대 길이보다 긴 사람은 톱으로 다리를 잘라서 죽이고, 자기 침대 길이보다 짧은 사람은 발을 잡아당겨 늘여서 죽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침대에 딱 맞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결국은 다 죽인다는 내용입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혼란과 다툼의 원인 또한 이러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침대의 길이가 가장 적당한 크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절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시퍼렇게 멍이 들어 갑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이룬 대한민국인데. 총칼과 최루탄을 맞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피로 일군 민주주의인데, 우리가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과연 어느 것이 정상입니까?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 지금보다 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선한 사람이 강해지고, 강한 사람이 지금보다 더 선해져야 하겠습니다.
고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동부매일 발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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