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507244
  • Today : 798
  • Yesterday : 806


은명기 목사님 추모시 - 이병창

2015.09.16 10:08

도도 조회 수:7453

 - 진달래교회의 영원한 당회장  은명기 목사님 추모시 - 

          

 

        시월의 강물 속에는

 

                                        물 이병창

 

시월의 강물 속에는

하늘이 그대로 내려와 있습니다

하늘은 하늘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서 찾아야 하는 것임을

강물 속의 단풍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시월의 강물을 들여다 보노라니

새 하늘과 새 땅을

신령과 진정으로 드려지는 예배를

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존엄성을

그토록 목청 높이시던 당신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몇 번이고 돌다리도 두들겨보시는

모습도 보여지구요.

인간성이 무너지고

종교도 무너지고

나라도 무너져내리는 오늘

아직도 꼿꼿하신 모습을 뵙노라니

마음만 착잡합니다.

눈앞이 캄캄합니다.

 

은퇴 예배를 드리던 날

고목처럼 앉아계신 당신의 모습에 질려

앞동산으로 뛰쳐나가 숨을 고르던

그 날이 떠오릅니다.

오늘도 저는 그 날처럼

여전히 숨만 찹니다.

당신은 제 병을 알아주는 분이었지요.

저의 고집, 열병을 기도에 담아 주신 분이었지요.

사실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병도 앓을 만한 것 아니겠습니까.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아니하고

무너질 것 모두 무너져버려야

이 땅이 올바로 세워질까요.

겨울이 멀지 않았다지만

세월이 이토록 스산한 것은

찾아가 짐 부릴 사람이 없어서겠지요.

돈이 지배하는 세상

흐르는 물도 씻어 먹을

바보 같은 사람이 없어서겠지요.

깨끗이 살다가 깨끗이 죽어갈

그 한 사람이 없어서겠지요.

 

그립습니다.

꼬장꼬장하신 말씀 한 차례 하시고

무릎 꿇어 기도해 주시는 음성을 뒤로 하던

그 날이 눈물나게 그립습니다.

 

1998. 11. 5

 

진묵 은명기 목사 추모 문집  <<예루살렘 행진>>에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1 그대가 하나의 점이 된다면 file 도도 2024.08.10 624
280 낙엽 쌓인 숲길을 걸으며 5행시 짓기 [1] 도도 2021.11.09 5976
279 불재에는 - 경배님의 시 file 도도 2018.03.06 6781
278 추석 밑 지혜 2015.10.05 7105
277 산맥 지혜 2015.10.05 6993
» 은명기 목사님 추모시 - 이병창 도도 2015.09.16 7453
275 얼굴 - 영광님의 시 도도 2015.08.12 7259
274 불재 [1] 능력 2015.06.28 7416
273 새날 물님 2015.05.26 6522
272 오늘 도도 2014.11.09 6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