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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참된 종교인 이병창 시인 
대립없는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참된 종교의 의미
 

             
이건 아니야, 이건 나로 사는 게 아니야, 머리를 흔들면서 살아온 목사이며 시인인 이병창. 이 목사는 <크리스챤 신문사> 신인문예상 시 부문 당선, <문학과 의식> 신인상 당선을 했고, 97년에 <나의 하느님이 물에 젖고 있다>라는 시집을 간행했다. 이병창 목사의 시를 보니까 절에 대해서 쓴 것이 많다.


기독교와 불교의 적대는 참된 종교를 왜곡하는 일


<진도 쌍계사>, <화순 운주사>, <망해사에서>, <미륵사에서>, <흥복사에서>등 목사인데 불교적 명상이 담긴 이런 시를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궁금했다. 나는 이 목사에게 목회활동은 어떻게 하며 불교에 관한 시가 많은 이유를 물었다.

"일주일에 한번, 그것도 일요일 11시에 예배를 하고 식사를 합니다. 예배 형태는 복잡하지 않고 단순합니다. 어쩔 때에는 스님을 초청해서 설법을 듣기도 합니다. '진달래 강좌'에 귀신사의 용타 스님을 초청해서 설법을 듣기도 했습니다.
나는 기독교에 불교의 명상과 선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해인사 선방에서 일타 스님 밑에서 수련을 받은 일도 있고, 내장사 금산 스님한테도 수련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내 호흡에서 내가 살고 죽는 것을 봅니다. 기독교가 서양 옷을 입고 동양에 왔습니다. 서양 종교가 아니라 지구적 종교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동양 사상과 동양종교의 명상과 선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진리세계의 도반으로서 불교에 대한 나의 관심이 사찰과 암자를 자주 찾게 만들고 그런 연유로 절에 관한 시를 많이 쓰게 되었죠."

"기독교에서는 유일신을 부르짖고 불교를 우상 숭배한다고 배척하면서 스프레이로 불상에 십자가를 그려 놓는 일도 있던데…."
"예수를 왜 믿어요?"
"기독교 신자들은 천당 가려고 믿는다고 하던데요."

"천당이요? 천당이 없다면 어떻게 합니까? 중세 천주교가 했던 짓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면죄부를 팔고 면죄부를 사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사기 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루터가 종교개혁 운동을 했습니다. 성 프란시스코가 말하기를 '나는 천당이나 지옥이 아니고 예수가 좋아서 따라 간다'고 말했습니다. 예수를 따라간다는 것은 믿음으로 그러한 인격을 이루어간다는 말이고 그렇게 해서 자유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내세니 천당이니 다 관념입니다. 현재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천당이 아니고, 예수정신의 믿음, 인격, 자유의 소중함을 아는 것입니다. 스프레이로 불상에 십자가를 그려 놓는다고 해서 무슨 해결이 되겠습니까? 오히려 종교적 대립만 격화시킬 뿐입니다. 이렇게 종교가 대립하고, 지역이 대립하면 진정한 평화가 있겠습니까?"

사뭇 웅변조로 열변을 토한다.



형식을 탈피한 색다른 예배


"여기 담임 목사를 하고 있는 진달래 교회는 언제 설립했죠?"

“90년 1월에 설립했습니다. 임실에서 전주로 넘어가는 경각산 고개에 교회를 설립하고 <도예마을>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도예마을> 생일이 5월 5일입니다. 어린이 날인데 아이들이 와서 만든 도예작품을 주로 전시해 놓았습니다. 웃음을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야말로 <천진여>의 상태인 것이죠. 각박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린이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살면서 어린이를 때 묻게 하고 있어요.  설교준비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기도하고 찬송하고 특별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하고, 신도 중에서도 말하고 싶은 사람은 말하고 아주 편안하게 예배 의식을 합니다.”

 

몸 수련을 위한 카페 '뫔'과 마음수련을 위한 '공예마을' 운영


"그런데 <뫔>이라는 카페도 옆에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운영합니까?"

"먹고 마시고 하는 일도 우리 몸을 위해서 아주 중요하지요. <뫔>이라는 글자는 몸과 맘을 합성하여 만든 글자입니다. 여기는 단체로 청소년들이 찾아옵니다. 수련을 하기 위함인데 <뫔>카페에서 식사도 하고 또 그 옆 한쪽에는 잠을 잘 수 있는 황토방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공예 마을>에서는 주로 마음수련을 위주로 하고 <뫔>카페에서는 먹고 마시는 일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 주가 되겠지요."

"하늘과 가까운 산 정상 부근에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우리나라에는 여기 외에는 아마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여러 가지로 의미 있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마련 된 셈이죠."

     그는 종교와 시를 하나로 묶어 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목회자로서 사회 활동
두드러진다. 전북목회자 정의평화실천협의회 회장, 전북 종교인협의회 초대총무,
한국 크리스챤시인협의회 회장, 영·호남 종교인 5·18추모회 결성,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등
그의 삶은 사람들을 좋은 사람 되게 해서 좋은 사회 만들기에 몰두하는 것 같다.

폭넓은 보편적인 진리를 추구할 뿐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의 시집을 보아도 신앙 시편과 함께 사회의식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나 시로 무엇을 노래하던, 목회자로서 무슨 이야기를 하던 그의 삶의 태도와 소망은 그의 다음과 같은 말로 요약된다.

"시의 하늘에는 어떤 철조망도 없습니다. 나는 이 하늘을 사랑합니다. 이 금 없고 선 없는 평화로운 세계 속에서 이 땅의 모든 이들이 살아갔으면 싶습니다."

 

<강상기님은> 서울 석관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66년 <세대>지 제1회 시부문 신인문학상수상. 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편력)시 당선. [저서] 산문집 <빗속에는 햇빛이 숨어 있다> 시집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 교육에세이 <자신을 흔들어라>(2004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