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독일군 묘역에서
2015.10.04 05:38
룩셈부르크 독일군 묘역에서
젊은 병사들이 누워있는 묘지야말로
평화에 관한 가장 위대한 설교이다
-묘역 입구에 새겨진 A, 슈바이처의 글 -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말이 없는 죽음
말 못하는 죽음
죽어서 영원히 말하는
죽음도 있다.
유럽의 하늘과 땅과 인간들이
송두리째 혼돈에 빠져들었던
전쟁의 현장에는
승전국 미군의 화려한 묘역과
패전의 나라 독일군 묘지가
가까이 있다.
매끄러운 대리석 십자가와
거친 돌 십자가의 차이가
죽은 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십자가로 가득 채워진 독일군 묘역
중앙의 거대한 돌십자가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신의 침묵인가
종교라는 이름의 시체인가
루터의 나라 독일
청교도의 나라 미국의 젊은이들은
누구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갔을까
Hebert Friedrich
Gren 17.3.11 + 13.1.45
Rudolf Oser
4.5.07 + 20.12.44
작은 돌십자가 하나마다
전쟁이라는 맷돌 속에 짓뭉개진
목숨들이 네 구씩 묻혀있다.
전쟁의 끝은 무덤뿐이라고 말해주는
묘비석 앞에는
누군가 그 이름을 기억하며
눈물지었을 노란 국화가 놓여있고
아주 낯설게 차가운
팔월의 바람이 지나가고 있다.
2015.8.24.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 룩셈부르크 독일군 묘역에서 [1] | 물님 | 2015.10.04 | 2586 |
40 | 오늘 나의 가슴은 - 물님의 시 | 도도 | 2015.08.17 | 2442 |
39 |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올린 시 | 도도 | 2015.08.17 | 2409 |
38 | 편지 | 도도 | 2015.06.24 | 2501 |
37 | 그대 떠나간 자리에 | 물님 | 2015.05.01 | 2500 |
36 | 달아 - 물 | 도도 | 2015.04.02 | 2344 |
35 | 밤새 어깨 밑에서 [1] | 물님 | 2014.11.08 | 2419 |
34 | 가라 | 하늘꽃 | 2014.10.10 | 2476 |
33 | 그 꿈 | 물님 | 2014.09.14 | 2411 |
32 | 지나가리라 | Saron-Jaha | 2014.08.18 | 2489 |
그러니까 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