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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의 광장 주인공 이명준의 성격을 읽다

                                             물 

  

각 사람마다 자신의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관점으로 성격을 파악하는 데카그램의 관점으로 보면 주인공은 알 수 없는 미래의 불안에 시달리는 머리형 인간이다. 모래 속에 숨어 있는 조개 같은 사람인 그는 골방이라는 자신만의 공간에서 밖으로 열려야할 광장에 스스로 나서지 못하는 올빼미 같은 관찰자이다. 광장의 공간을 바라보기만 할 뿐 몸으로 관여하는 것을 기피하는 그의 심리적 구조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지적 이기심이라고 볼 수 있다.


주인공의 전공이 철학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는 골방에서 많은 독서와 지적 상상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머리로 현실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그것을 경험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지식과 정보의 사냥꾼일 뿐 땀 흘리는 노동의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밥조차 해결 능력이 없다. 그러니 누구의 밥을 해결해 줄 능력이 있을까?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세상을 합리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숨은 욕구가 있다.

 

머리형의 숨은 욕구는 어쩔 수 없이 내몰린 남북한의 혼란스러운 광장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의 합리는 현실의 불합리 속에서 맷돌 속의 곡식처럼 뭉개져 버린다. 남북한 모두 그에게는 환멸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포로교환 때 중립국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전쟁을 치르는 치열한 분단 현실에서 그가 그려내는 바람직한 사회와 삶은 애당초부터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골방도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광장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중립국 인도로 가는 배 위에서 갈매기를 은혜와 딸의 환영으로 보고 바다에 뛰어들고 만다. 그는 이 세상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두 발이 딛고 있는 만큼의 공간 밖에는 없었다. 즉 어디에도 그의 설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그에게 골방은 관념의 공간이었다. 그곳은 고립된 고독의 공간이다. 눈만 뜨면 어디나 광장일 수 있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하고 그려내는 광장을 꿈꾸었다. 피땀 흘려 만들어내고 확장해야할 공간은 그의 몫이 아니다. 그의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대한 대처는 현실 공간 속이 아니라 바다 속이었다.


그가 사랑을 나눈 여인들과의 대화를 보면 그에게는 감정 자체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리하여 사랑의 감정도 생각으로 해석하여 말한다. 주인공은 새로운 만남과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성격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는 내면의 세계는 확고하지만 삶의 현실 대처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성격이다. 그에게는 인도라는 땅에서 그의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광장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용기도 없었다. 미래를 알 수 없는 인도라는 나라에 가까워질수록 인도는 남북한보다도 더 두려운 대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세상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이 그를 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