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봄을 따사롭게 물들인 詩의 향연문학현장/ 가섭사 시 낭송회
2016.10.27 00:30
시인인 주지 상인스님과 불교문인협회 회원 등 부처님오신날 앞둔 산사 가섭사에 모여 시낭송회 음악과 문학 어우러져 감동
지난 1일 음성 가섭사(주지 상인스님). 매월 첫주 열리는 정기법회를 마칠 무렵 몇몇 자가용과 미니버스가 가섭사에 도착했다. 주지 스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이들. 현대불교문인협회 대구지회와 수원의 시인단체, 음성문인회 회원 등 전국서 온 사람들이다. 가섭사에서 이날 음성군민 및 시인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섭사와 군민이 함께하는 시 낭송회’가 열렸다. 대웅전에서 산신각으로 가는 길에는 참가한 시인들의 시화가 내걸렸다. 낭송회가 시작되자 시인으로 활동하는 주지 상인스님과 인연으로 전국서 찾아온 문인들이 객석을 메웠다. 정숙 시인의 ‘연서’와 이구락 전 대구시인협회장의 ‘원효암 가는길’ 낭송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시인들의 자작시 낭송에 이어 임실 진달래교회서 목회활동을 하는 이병창 시인이 마이크를 들었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한번 보세요. 울타리가 있나요? 선이 있나요? 아무것도 없이 그냥 파랗습니다. 우리도 저렇게 하늘을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최근 시집 <메리붓다마스>를 펴낸 이 목사가 사찰을 찾은 것은 주지 상인스님과 오랜 인연 때문이었다. 이 목사는 “상인스님이 십수 년 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임실에서 가장 큰 화분을 보내 성탄절을 축하해 주고 있다. 그 고마움에 오늘 집회도 거르고 왔다”며 “종교 뿐 아니라 그 어떤 차별도 갖지 않고 하늘처럼 살라는 것이 성인들의 가르침”이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누구보다 감성이 풍부한 시인들이 모여서였을까. 천성희 시인이 애절한 목소리로 심순석 시인의 시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낭송하자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적셨다. 가정의 달 5월이 되면 성인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엄마’인 까닭이다. 잠잠한 분위기는 선암사 주지 무법스님의 색소폰 연주로 이내 살아났다. 스님은 ‘사랑으로’ ‘체리핑크 망보’를 연주했다. 이날 시낭송회에 참석한 시인들은 자신의 창작시 또는 유명 시인의 시를 낭송하며 녹음이 짙어지는 가섭사의 봄을 물들였다. 임재욱 시인은 시낭송 대신 판소리 적벽가를 불러 대중의 흥을 돋웠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영남대 국문학과 교수인 곽홍란 시인의 시낭송.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곽 시인은 주지 상인스님이 가섭사에 와서 쓴 시 ‘가섭사’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하늘이 있다’ 두 편을 낭송했다. “가섭산하 가섭존자/ 수백년 전 빛으로 나투시어/ 고통속에 갈길 모르는/ 뭇 중생 보듬어 주시며/ 시름 덜어주고 계시건만/ 범부 중생은/ 가섭을 친견하지 못하고 있네”(‘가섭사’ 전문) 가섭존자는 부처님 10대 제자 가운데 제일의 제자다. 부처님께서 대중에게 법문을 설하고 연꽃을 드니, 가섭존자만 미소를 지었다. 염화미소, 이심전심의 가르침이 그 일화에서 나왔다. 지난해 가섭사 주지 부임 다음날 이 시를 썼다는 상인스님의 마음이 “연꽃을 이미 들었는데,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바라봐야 하는 안타까움이 아니었을까. ‘가섭사’에 그런 마음이 절절히 녹아 있어서인지, 시낭송을 듣는 대중에게 깊은 침묵이 흘렀다. 시 낭송을 듣던 차광선 세계도덕재무장 한국본부 총재가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상인스님은 인각사 시절부터 청소년포교를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해 왔다. 불교세가 약한 충북 음성이지만, 이곳에서 상인스님이 청소년 포교의 꽃을 피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도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행사 준비를 맡았던 김형묵 가섭사 신도회장은 “할머니부터 3대에 걸쳐 가섭사를 다니고 있는데, 근래 100년 사이에 가섭사에서 열리는 첫번째 시낭송회다. 시 낭송이 이처럼 아름답고 사찰과 잘 어울리는지 처음 알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일상에 지쳐 잃어버렸던 감성을 되찾고, 음성군민들과 사찰이 소통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불편한 산중 사찰까지 찾아와 자리를 함께 해준 시인들께 감사드립니다.” 주지 상인스님의 인사말을 뒤로, 겹겹이 쌓인 산자락을 뒤돌아 내려오는 시인들의 마음에는 가섭존자의 연꽃이 하나씩 들려 있는 듯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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