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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 없이 대학의 미래 없다(국민일보  2017-01-21)


대학은 진정 우리의 시대를 이끌고 있는가. 사실에 근거한 역사는 절대 희석되지 않는다. 우리 대학의 경우 급속하게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학들은 재정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고등교육의 국제화를 주장한들 지역의 인재자원이 부족하면 교육의 질보다 입시 홍보에 주력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대학은 특성화를 주장하게 되고, 재정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지역사회와 연계하기 위한 최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조정래 소설 ‘풀꽃도 꽃이다’에서는 ‘학생이라는 죄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 명단에 올라,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공부라는 벌을 받고, 졸업이라는 석방을 기다린다’는 대목이 나온다. 인간의 가치보다는 성적이 우선시되는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에 일침을 놓고 있다. 대학이 대학으로서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청년실업은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2023년까지 대학입학 정원을 현재 56만명보다 16만명 줄인 4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부실 대학을 퇴출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미래의 교육에서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대학 생태계에 자생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연구 및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대학(university)의 시초는 당시 로마법의 권위자인 이르네리우스(Irnerius)에 의해 설립된 1088년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이다. 대학을 만든 목적은 학생들이 전문 교육을 받은 후 교수, 법률가, 의사, 성직자 등이 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의학이나 법학 같은 실용적 학문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제 우리 대학들은 시대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사회 수요에 맞춤형 인재 양성, 자유학기제 등으로 시스템을 과감히 개혁할 필요가 있다. 대학행정 시스템과 행정절차 등을 간소화하고, 관련 학과는 통폐합하거나 경쟁력 있는 학과 위주의 미래학과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에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고 공통 교육과정을 마련해 실습학점을 이수하면서 졸업 후 바로 실무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모든 분야의 지식을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형태에서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며,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영국의 저명한 교육학자인 켄 로빈슨은 “직선적 사고, 맹목적 순종, 인적 획일화에 기초한 교육산업 모델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교육이 되지 않는 것은 바로 교육이 정신을 살찌우지 않고 열정과 에너지를 채워주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시 말하면 창의성 없는 지식전달 위주의 교수방법, 순위제식의 평가방법 등은 졸업 후에도 인격적인 동반성장보다는 눈치보고, 남을 밟고 사는 부정적인 효과를 낳게 된다. 셋째, 대학은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가며, 직업 형성의 요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특히 지역 중소기업과의 연계 및 세계화에 집중해야 한다. 변화하는 사회현실 속에서 대학교육이란 무엇인가. 대학은 경쟁을 부추기는 곳이 아니라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교양을 쌓는 곳이다. 대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있고, 무엇을 배웠으며,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대학은 충분한 답변을 해야 한다.

옥필훈 전주비전대 아동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