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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도서3팀 최지혜(sabeenut@yes24.com) | 2011-08-17

누군가를 알고 싶을 때 사랑이 시작되고, 더 이상 알고 싶은 게 없을 때 사랑은 끝난다. 그리고 이별하고 나서야 그 사람에 대해 실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상대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또 나의 모든 것을 알리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 시간들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희미하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잠깐.
‘누구를 알고 싶다’고 할 때, 우리는 그의 무엇을 알고 싶은 걸까? 나아가, ‘누구를 알 것 같다’고 할 때, 또 우리는 그의 무엇을 알게 된 걸까? 결국, ‘누구를 정말 모르겠다’고 할 때, 우리는 대체 그의 무엇을 알 수 없게 된 걸까?

(외모, 학벌, 경제력 등 육안이나 한 단어, 수치로 그 판단과 표현이 가능하여 단 시간에 알게 되는 요소들은 일단 열외로 하고) 다른 사람과는 구별되는 그 사람만의 특징, 개성, 사고 방식, 시선, 습관, 행동 등 시간을 두고 오래 지켜보거나, 꾸준한 대화를 통하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것들을 ‘그의 무엇’이라고 하자. 과연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보고, 그와 많은 대화를 하고 나면 그를 더 잘 알게 되는 것일까?

다시 잠깐.
간과한 게 하나 있다. 그를 알고 싶은 것도, 알게 되는 것도, 결국엔 알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도 다 ‘나’라는 주체에서 시작된다는 것. 좋다/싫다의 감정 판단이든, 옳다/그르다의 가치 판단이든, 타인을 안다는 건 내가 어떤 식으로든 그를 판단하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는 나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이 책에 따르면, 데카(10)그램은 각자가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우하고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누르고 있는 어둠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폭로한다고 한다. 세상의 사람들을 크게 아홉 가지 성격 유형으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에니어(9)그램이 단순한 성격유형론이라면, 데카그램은 에니어그램의 아홉 가지 유형이 통합된 ‘자기완성’의 10번 포인트를 제시한다.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성격은 가면과도 같은 ‘거짓 자아’이며, 이는 본질적인 나가 아니라 나의 어떤 것들을 진짜 나라고 착각하는 나 일뿐이라고 한다. 인간은 거의 모든 종류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데, 그 두려움에 대처하는 각자가 가진 신념과 원칙이 바로 성격이다. 예를 들어, A는 미래가 안전하지 않을 까봐 두려워하고, B는 평범해질까봐 불안하다. 또한, C는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까봐, D는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없을 까봐 두렵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A는 안전과 확실을, B는 독특함을, C는 친절을, D는 성공과 능력을 사용한다.

데카그램은 인생이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며 그 싸움의 핵심은 자기 집착(성격)과의 싸움임을 알려준다. 또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있다고 믿는 그 신념들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무한 확대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깨달음을 제시한다.

‘진짜 나’-본문에서는 얼 나(Spiritual-Being, I AM)로 표현-를 안다는 것은 성격 또는 인성을 파악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거짓 인성에서 깨어나 참된 인성을 찾아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내적인 자기 변혁과 통합이 필요하다. 머리, 가슴, 배로 구성되는 몸 나를 통해 내가 어떤 유형인지 알았다면, 나에게 필요한 성장 과제와 삶의 지혜를 깨닫고 ‘얼 나’로 나아가는 것이 곧, 데카그램의 핵심이다. 인간의 세가지 핵심 에너지인 머리, 가슴, 배 사이에 확고한 중심을 세워야 하며, 이들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진짜 자아, 본질적 자아를 찾는 길이다. 데카그램은 ‘가온’의 개념을 주장하는데, 가온이란 ‘지금 여기(here&now)’를 뜻하며, 과거를 후회화고, 미래를 걱정하느라 지금을 살지 못하는 삶으로부터 깨어난 삶을 말한다. 에너지의 조화와 통합이 이루어질 때야 비로소 인간은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작용들을 볼 수 있으며, 두려움에서 벗어나 어떤 대상이든 사랑으로 대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인간은 너무나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다. 스스로를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너무도 쉽게 다른 사람을 다 안다고 결론짓는다. 나 자신조차 ‘진짜 나’를 이해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으면서,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며 상대를 원망한다. 에너지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지 못한다면, 실체가 없는 두려움과 불안은 영원할 것이다. 지금 여기를 살지 못하면, 흘러간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 속에 갇혀 두려움의 쳇바퀴를 돌게 될 것이다.

누군가를 다 안다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자. “나 이런 사람이야~” 하며 그 틀에 자신을 가두지 말자. 머리-가슴-배의 에너지가 만드는 삼각형 사이에 중심을 잡고, 그 에너지의 조화를 이루는 데 집중하자. 바로 지금, 여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