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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긴 이야기 -박완규

2018.08.19 22:11

물님 조회 수:3204

조금 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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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이틀 동안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몸이 좀 힘들어서 그렇지 서울에 가면 이런저런 일들이 참 많습니다. 뭐라도 하나씩은 얻어서 오고, 뭐라도 하나씩은 배워서 오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의 이동수단은 대부분 택시입니다. 지하철 노선을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주로 택시를 이용하게 되는데 그것이 저는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택시를 탈 때마다 택시 기사님들과 나누는 대화도 쏠쏠한 재미중에 하나입니다.


“요즘 많이 힘드시죠?”
“다들 어렵다고 하니 참고 견뎌야지요.”


“요즘 수입은 좀 어떻습니까?”
“요즘 점심도 못 먹고 다니는 기사도 많습니다.”


“왜 점심도 못 드십니까?”


“옛날에 5천원, 6천원 하던 기사식당 밥값이 7천원, 8천원으로 일제히 올랐습니다. 식당에서는 인건비가 올라서 어쩔 수 없이 밥값을 올린다고 하니 저희들이 뭐라 할 수 없지만, 기사들은 그 점심값이 아까워서 빵이나 우유로 점심을 때우는 기사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렇게들 어렵습니까?”

“요즘은 하루 12시간씩 기를 쓰고 일을 해도 한 달에 150만원 벌기가 어렵습니다.”


“택시 기사님들 수입이 최소 200만원은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잘못알고 있나요?”


“경기 좋을 때는 200만원이 넘는 달도 있었지요. 그런데 요즘 같이 경기가 안 좋고 손님이 없을 때는 150만원 벌기도 어렵습니다.”


“그 수입 가지고 어떻게 생활하십니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30년이 넘도록 택시 운전만 했는데 죽으나 사나 운전은 계속해야지요.”


“서울에 택시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서울에 택시가 총 8만 여대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개인택시가 4만 5천대 정도 되고, 나머지는 모두 영업용 택시입니다. 그런데 영업용 택시 중에서 지금 기사를 구하지 못해 세워둔 택시가 엄청나게 많아요.”


“요즘 일자리가 없어서 택시 운전이라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요?”


“많기는 하지요. 택시를 몰겠다고 많이 오기는 합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면 하루 12시간씩 일을 하고도 한 달 수입이 150만 원밖에 되지 않으니 누가 오래 일하려고 하겠습니까. 다들 한두 달 일해보고 금방 나가버립니다.”


몇 개의 택시를 탔지만 기사님들의 대답들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경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 그것을 세상 사람들은 다 아는데 오직 정부만 모른다는 것,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금까지 20조가 넘는 예산을 썼다고 하지요. 공무원 수를 늘리고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게 이런저런 지원금으로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가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한 지원금 필요 없으니 그 돈으로 경기나 부양해 달라고요. 그렇게 퍼주기 식의 지원금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어제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 예선에서 말레이시아에 2:1로 참패를 당했습니다. 실력으로 보나 피파 랭킹으로 보나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은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져서도 안 되는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지고 말았습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이제는 본선에 올라가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있더라고요. 부끄러워서 조용히 신문을 덮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전략도 정책도 없이 전부가 우왕좌왕하는 모습 말입니다.


긴급한 문제들은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데 누군가 나서서 가닥을 치는 사람이 없습니다. 시작할 때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고 출범한 정부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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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나온 중국발 기사 하나 읽어보시지요.
마윈의 신유통 … "냉장고 필요 없는 시대 만들겠다”란 제목입니다.


https://mnews.joins.com/article/22883441#home


지금 중국은 재래시장을 가도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가면 모든 결제가 가능합니다. 재래시장의 상인들도 현금보다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것을 더 선호할 정도입니다. 유통에 있어 우리보다 열 걸음은 앞서 있는 중국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들이 냉장고 없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정부가 앞장서서 '제조업 굴기(屈起)'를 내세워 기술 투자에 수백 조씩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제조업들이 쑥쑥 성장해 가고 있지요.


조선 굴기를 통해 조선업을 따라잡았고, 제조업굴기를 통해 제조업을 따라잡았고, 지금은 반도체굴기를 통해서 앞으로 10년간 정부가 약 161조원을 투자해 우리나라 반도체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자국의 기업들을 등에 업고 달리는 것이지요.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날마다 적폐청산만 외치고 있지는 않는지요.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1년이 넘도록 적폐청산이 국가 전체를 뒤덮고 있지는 않는지요.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 이상의 노력으로 국민의 삶도 챙겨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닌지요. 지금 세계 주요국이 호황인데 왜 우리만 뒷걸음질을 하고 있는지요. 개혁도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추진해야 속도도 나고 국민적 보람도 있는 것이 아닌지요?


지금 우리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미투, 성범죄, 이명박근혜의 적폐청산, 남북문제, 최저임금, 그리고 또 무엇입니까?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 있습니까? 서민의 삶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는 동안에 '우군(友軍)'으로 생각해왔던 노동자와 자영업자와 서민이 조금씩 등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정부만 모르고 있지 바닥은 이미 민심이 동요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정부를 보면 오직 청와대만 크게 보입니다. 


각 부처의 장관들은 존재감도 없어 보입니다. 그나마 보이는 장관들은 이 힘든 시국에 국민연금을 개혁한다고 서민들 가슴에 불이나 지르는 장관이나 부하들에게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하는 장관들만 눈에 띨 뿐입니다.


문제에 대한 해법 또한 갈팡질팡입니다. 혼란을 수습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부에는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습니다. 청와대와 정부부처 간에도 엇박자입니다. 서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부는 최근에 고용문제가 심상치 않다고 느껴지자 실업률 해소를 위해 또 다시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겠다고 합니다. 아마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에게 신규 고용을 하면 뭔가 이득을 주겠다고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또 다시 그럴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분명히 그리 할 것입니다. 뭔가 했다는 표시는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해서 신규채용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를 늘리고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몫이고 자영업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기가 떨어져서야 무엇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겠습니까.


자영업자와 도시근로자 주머니는 갈수록 얄팍해지고 실업자는 늘어갑니다.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식어가고 창고에 재고는 쌓여갑니다. 정부는 경기부양과 관련해 연이어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고 경제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먹고 사는 문제 외에 뭐가 급한 일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보수층으로부터 ‘무능한 진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야무지게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더 정신을 차려야 할 것입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들이 죽든 말든 허구헌날 색깔 논쟁이나 하고 당파싸움이나 일삼는 그네들을 보면 닭모가지가 생각납니다. 서민들도 좀 삽시다.


by 괜찮은 사람들
     박완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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