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교회 지정환 신부님과 재활의집
2019.04.16 08:20
20190416
# 맨 왼쪽에 앉으신 분이 지정환신부님, 장소는 익산 재활의집입니다.
1984년도 빛 바랜 사진입니다.
지정환 신부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간간이 노환으로 고생하신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지난 13일에 88세로 가셨다니
참 안타까운 마음으로 추모를 드리고 싶습니다.
친정 아버지와 똑같은 해에 출생하셨구나. 1931년
우리 아버지는 재작년에 86세로 돌아가셨는데요...
어디서 본 듯한 신부님 사진이 생각나서 밤 늦도록 묵은 앨범을 찾아보았습니다.
사진이 많이 있을 것 같았는데 몇 장이 안 됩니다.
마침 사진 한장을 찾아서 여기에 올립니다.
1984년도에 비닐하우스 같은 모양의 재활의집을 익산에 설립하고 남편(숨님)은 거기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 시절 마침 장애인에 관심을 쏟고 계셨던 신부님의 사랑을 받았지싶습니다.
군대 막사같은 초라한 시설이지만 휠체어를 밀고 들어와 걸터앉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었습니다.
하얀 쌀밥을 수북히 퍼놓은 밥그릇을 놓고 함께 식사기도를 드리는 중입니다.
맨 왼쪽 신부님 옆에 눈을 비비고 앉아있는 5살 아이가 바로 우리 아들 산돌이입니다.
아마도 기도가 좀 길어 지루했을까?
아마도 그 아이 아버지는 멀찍이서 사진을 찍고 있겠지요.
고개숙여 기도하시는 모습에서 장애인들을 품어주셨던 그 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남편(숨님)의 말에 의하면 신부님은 농담을 잘 하셨답니다.
멍멍 개들이 돌아다니면 "움직이는 반찬"이라며 외국인 특유의 억양으로 사람들을 웃기셨답니다.
한번은 자동차가 얼마나 더러웠던지 경찰이 지나가는 차를 세웠다고 합니다.
참 소탈하고 무엇에나 걸림이 없는 사랑이 많으신 신부님으로 기억됩니다.
1961년부터 전주전동성당의 보좌신부로 부안성당에 주임신부로 계시다가
1964년에 임실에 오셔서 가난한 농촌 사람들을 위해 처음에 산양 두마리로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답니다.
지금은 가장 질좋은 치즈로 임실치즈를 알아주지만 그간의 고생과 노력은 헌신과 봉사의 그리스도 마음일 것입니다.
임실치즈마을이 우리나라 최초 최고의 농촌자립마을로 우뚝 서게 된것도 지정환 신부님 덕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임실치즈마을의 치즈와 피자의 맛은 세계 최고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신부님과 함께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목사님 한분이 계시는데 바로 심상봉 목사님이십니다.
심상봉 목사님은 현재 임실치즈마을에 살고계십니다.
지정환 신부님 스토리는 심상봉 목사님이 가장 잘 아실 겁니다.
신부님은 벨기에 출생으로 한국에서 소천하셨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 오셔서 송두리채 삶을 바치신 그 분의 명복을 빌며
하늘나라에서 평안하게 안식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전동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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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을 생각하는 것은 아픔이고
가슴이 매이는 일입니다
88올림픽 이전에 장애인이라는 말은 일종의 금기어나 기피어 같은
것이었지요.
사지마비환자나 걸인들과의 생활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은
인간의 맨 밑바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목에 힘줄 것 하나도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그 시절 지신부님은 나에게 위로였지만
그 분의 고독을 들여다 보는 동병상련 같은 감정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모어와 윗트의 말씀을 추억하면서 지신부님의 영혼에 안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