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존재가 사랑이 되게 하라
2020.05.10 08:10
2020,5.3
너의 존재가 사랑이 되게 하라
마태 5장 43- 48
사랑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 중에서 진수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오늘의 본문일 것이다.
‘만일 너희가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을 사랑한다면 그것이 무슨 미덕이 되겠느냐? 세리들도 그 정도는 하지 않겠느냐?’ (46절)
세상 사람 모두가 ‘그 정도’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예수는 ‘그 정도’에서 초월한 사랑을 말씀하고 있다. 과연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인간의 이상 세계에나 있을 법한 말씀인가?
예수의 말씀을 교훈적인 지시어로 알아들으면 그 말씀은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인 언어에 그치게 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먼저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의식에서 자기 자각을 촉구하는 말씀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예수의 모든 말씀은 사람들의 눈먼 눈을 뜨게 하고, 닫힌 귀를 열어 듣게 하고, 앉은뱅이 일으켜 걷게 하고, 감정이 얼어있는 자들의 가슴을 녹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수는 자기 자신의 소명을 사람들로 하여금 감각과 감성과 영성을 깨어나게 하려고 지구에 오신 분으로 인식하고 있다.
예수뿐만 아니라 모든 성현의 가르침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과 움직임에 대하여 자각하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에 대한 자각이야말로 인간의 인간다운 품위를 찾게 하고 ‘내가 나로부터 자유로운 진정한 자유인’의 길을 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있어 자유는 자기 자각과 비례한다. 자신의 세 가지 에너지 센터에서 작동하는 기계적 시스템의 움직임을 판단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사람만이 에고의 세계에서 빠져나가는 길을 찾게 된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 대한 자각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이를 악물면서 ‘나는 이러 저러하게 살거야’하고 결심한다 해서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화를 내지 않을거야’
‘나는 오늘부터 산만하지 않고 집중력을 가져 볼거야’
‘나는 하늘처럼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져 볼거야’
이런 류의 결심이 이루지려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의식의 깨어남이 필요하다. 그것은 자신의 상태를 명료하게 볼 수 있는 눈의 개안이다. 눈앞의 현상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일어날 때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기계적 패턴으로 부터 벗어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내가 출발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속적인 연습과 꾸준한 수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각과 통찰 없이 영적 성장은 불가능하다.
데카그램 수련의 출발은 자신이 어떤 에고의 세계에 갇혀있는 존재인가에 대한 1차적 자각과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바라보기와 되어보기 수련을 제시하고 있다. 바라보는 것에 대한 반응의 자각은 이미 입력된 내 무의식의 반응을 알아차리게 한다. 그리고 이 반응은 ‘각 사람마다 다르구나’ 하는 알아차림을 통해 생각과 느낌을 나 자신과 동일시해온 착각에서 벗어나게 한다. 손으로 사물을 만졌을 때 전해지는 느낌과 생각을 손 그 자체와 동일시하는 어이없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이름과 직책 등을 자기 자신으로 믿고 있는 허망함에서 벗어나게 된다. 바로 이것이 현대적 의미에서 출애굽이다. 그것은 내가 나 자신을 노예로, 보물창고에서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인생에서 하늘 아버지의 풍요함을 누리는 세상으로의 탈출이다.
되어보기는 그 풍요함을 누리는 비밀의 문이요 각성된 신비주의의 핵심이다. 그것은 가장 심오한 신비주의라고 생각한다.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와 하나 되는 ‘되어 봄’의 세계에는 충만한 아름다움과 사랑이 있다. 내가 한 송이 민들레가 되어 머물고 있을 때 나는 사라진다. 나 없는 나로 머무는 세상은 나도 없고 원수도 없다. 그것은 지각의 변환이다. 내가 원수라고 규정한 내 안의 율법이 무너질 때 연민의 가슴이 살아나게 된다.
애벌레에게 천정은 높고 높은 것이겠지만 나비에게 높은 천정은 없다. 내가 자연스러움을 회복할 때 나는 자연 그 자체로서의 존재로서 완전해진다. 익숙한 관념과 행위의 세계에서 존재의 세계로 깨어날 때 세상은 아름답다. 모든 존재는 존재하는 방식으로 저마다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멀게 될 때 개인이나 종교는 영성은 사라지고 틀만 남게 된다. 영성의 지평을 무한히 열어가는 사람만이 예수의 심장에서 솟아나는 말씀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너의 존재가 만물과 통하는 사랑이 되게 하라는 말씀이다. 이번 주에는 바라보기와 되어보기 연습을 300개 이상 해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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