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507628
  • Today : 1182
  • Yesterday : 806


까미유 끌로델의 詩

2020.05.10 15:50

구인회 조회 수:5422

까미유 끌로델의 詩

이제 나는 몸을 빼려 한다
사랑으로부터, 세상의 비웃음으로부터
사랑하는 폴,
일찌기 너를 따라 중국으로 가고 싶었지만
내겐 건너지지 않는 바다 하나 너무 깊었다
이제 혼자서 노를 저을 수 있겠다
로댕이란 바다를 건널 수 있겠다
폴,
나를 재촉하는 인어의 금빛 풀루트 소리 들리는가
저 황홀한 빛,

꿈 하나를 깨는 데 일생이 걸렸구나
지지 않는 햇살 같은 바다의 쪽빛 명성을 위해서
나는 죽어서도 더 불행해야 한다
로즈는 내 삶의 터전이오
그..녀..를..외..면..할.. 수..는..
로댕의 목소리는 나를 할퀴며 자라는 겁없는 손톱이었다
밤마다 깨어지며 덮치는 조각상들, 초인종은 울리지 않고
작업실 거미들은 탄성좋은 타액으로 나를 엮었다
그의 등을 향한 날들의 혼미한 정신
찢긴 팔다리 타고 올라 나의 뇌수를 뽑아내던 잔혹한 그리움의 대롱
맨발의 거리를 헤매도 바다는 끝내 내 발바닥 적셔주지 않았다
아, 일몰에 젖은 사람들의 눈빛이 나를 찢어발기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폴 네가 맞은편에 서 있기도 했던가

배에 올라야 할 시간이다, 사랑하는 폴
파도 위 바람처럼 가벼워지는구나
너무 무거웠던 짐, 때가 되면 스스로 떠나지는 것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다른 사랑, 이제서야
고모는 몽드베르그 정신병원에 있었다,
라고 말 할 조카들의 병아리 같은 입
훗날이 미안할 뿐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3 선비가 가을을 슬퍼하는 이유 물님 2020.09.09 5428
382 물님 2020.09.05 5457
381 내 인생의 책 물님 2020.08.05 5430
380 수운 최제우(崔濟愚)의 시 물님 2020.08.04 5454
379 날들은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박노해 물님 2020.06.30 5425
» 까미유 끌로델의 詩 구인회 2020.05.10 5422
377 내가 바다에 도착했을 때 물님 2020.05.08 5421
376 이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 물님 2020.04.29 5294
375 별 헤는 밤 - 윤동주 도도 2020.03.02 7323
374 가면 갈수록 물님 2020.01.15 5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