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의 귀 - 신정일
2020.07.18 07:25
시칠리아 남동해안에 있는 항구도시인 시라쿠사의 폭군 드니(Denys)는 매우 잔혹하기 때문에 백성들의 원성이 대단하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무도 그의 앞에서는 욕이나 원망을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평가를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 대한 평가를 듣기 위해 아주 작은 소리도 그곳에서는 들을 수 있다는 라토미라는 채석장으로 갔다.
그곳은 <드니의 귀>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곳에서 그는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에 대한 원망과 저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 한 노파가 자신의 선행에 관해 말하며 자신의 장수와 영화를 기원하는 것을 들었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그 노파를 데려오게 했다.
“당신은 당신이 말한 대로 생각하는가?”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나를 선한 왕이라고 생각하는가?” 하자 ”결코 그렇지는 않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이해 할 수가 없구나.” 하고 말하자 그 노파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그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나는 악독했던 당신의 할아버지를 알고 있습니다. 나는 신에게 그를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으며 그렇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더욱 지독했습니다. 신의 여전히 나의 기도를 들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 셋 중 가장 악랄한 당신만은 신의 손에 처벌되지 않고 우리의 손에 처단될 수 있도록, 신에게 당신을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나는 밤낮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
쟝그르니에의 산문집<자유에 관하여>에 실린 글이다.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누군가가 나를 너무 깊게 사랑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삶이 무서워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혹하고 남에게 관대하게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가혹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러므로 스스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착각 속에 살다가 착각 속에 죽는 게 인간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가장 많은 재난을 안겨 주는 존재는 바로 사람이다.”
로마의 박물학자인 프리니우스 1세의 말이다.
우리 속담에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말하는데, 누구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날이 갈수록 세상이 양극단이다. 옳고 그름의 경계가 허물어져서 ‘이것은 옳다.’ ‘저것은 그르다.’ 고 말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 간다. 방법이 없는 것이 방법인 이 시대!
내가 모르는 나의 잘못을 누가 있어 꼬집어 주고 바로 잡아 줄 것인가?
-우리 땅 걷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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