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천사의 14가지 소원
2020.07.28 07:27
1994년에 성수대교의 붕괴로 목숨을 잃은 한 여대생이 있었습니다. 그 여대생은 꿈이 아주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성수대교 사고 후에 딸의 유품을 정리하던 어머니는 다시 한 번 통곡을 하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을 꿈꾸던 딸의 일기장에 자신이 이룰 ‘14가지 소원’이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딸의 일기장을 본 어머니는 굳은 결심 하나를 했습니다.
“그래. 내 딸아! 너의 꿈은 이 엄마가 꼭 이루어 주마.”
엄마는 딸의 사망보상금 2억 5천만 원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장학기금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딸의 일기장에 적힌 소원을 하나씩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11명의 노인들을 돌보는 ‘작은 손길 공동체’를 세워서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딸의 일기장 가장 상단에 있는 소원이었습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을 돌봐드리고 싶다는 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강원도 군부대 내에 중고차를 구입해서 강원도 오지의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이동도서관을 만들었습니다. 이것 역시 도서관이 없는 오지의 사람들을 위해 이동도서관을 만들겠다는 딸의 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사고 때 고등학생이던 남동생은 이후에 결혼을 하여 고아를 입양하였습니다. 이것 역시 누나의 일기장에 적혀 있던 내용이었습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입양해서 친자식같이 돌봐주고 싶다는 소원이었습니다.
‘장학금을 만든다, 강원도 오지에 이동도서관을 만든다, 복지마을을 만든다, 한 명 이상의 고아를 입양한다, 맹인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
지금도 어머니는 아직까지 못다 이룬 딸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말입니다.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어느덧 2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고 우리들 기억에서조차 잊혀지고 있지만, 그 여대생이 일기장에 뿌린 그 작은 씨앗은 우리의 기억과 아무 상관없이 이렇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 곳에서 싹이 나고 열매를 맺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저의 꿈 노트를 펼쳐보았습니다.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정원.. 대부분이 제 자신을 위한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동안 너무나 자랑스럽기까지 했던 저의 꿈 노트가 오늘 아침에는 너무나 초라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부족한 저의 생각을 흔들어 깨워준 그 학생이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생각까지 드는 날입니다. 딸이 못다 이룬 소원을 이렇게 묵묵히 이뤄내고 있는 어머니에게 고마운 마음에 머리가 숙여지는 아침입니다. 참 고맙고 미안합니다.
박완규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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