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 파라 깊이 파라
2020.08.04 04:32
종교라는 단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한문 문화권에서는 종교(宗敎)라는 단어가 ‘마루 종’에 ‘가르칠 교’를 사용하고 있다. 마루는 산마루처럼 ‘높은, 최고의 ’ 가르침이라는 의미이다. 영어에서 종교는 religion이라고 한다. 이 단어는 ‘다시 읽는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 (re-legere)에서 온 말이다.
프로 바둑 기사들은 바둑을 두고 난 뒤에 복기를 한다. 자신이 어디에서 잘 못 두었는지 깊이 알기 위해서, 다음에는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몇 번이고 다시 복기를 하는 것이다. 농구나 축구 선수들이 같은 슛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것은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반복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삶의 진수는 반복에 있다. 날마다 밥을 먹는 반복 속에서 밥을 알아가고 밥이 되는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여성들은 자신이 자기 얼굴 보는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반복해서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한다. 오늘 아침에도 화장을 하고 이 자리에 왔을 것이다. 다만 어떤 분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기 위한 화장을 했겠지만 또 어떤 분은 화장을 안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공들여 화장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여러분들이 지난 주에 왔음에도 오늘도 이 산마루에 있는 진달래 예배당까지 올라온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다시 밥을 먹고 화장을 하듯이 다시 성경을 읽고, 다시 나를 말씀의 거울에 다시 비추어 보기 위해서이다. 그것을 한마디로 줄여서 말하자면 깊이 있게 알고 깊이 있게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다. 신앙의 정체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존재'를 쓴 폴 틸리히는 ‘깊이를 아는 사람이 하나님을 안다’라고 말했다. 자신을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이 예수를 깊이 알아갈 수 있다. 또한 예수님을 깊이 알고자 몸부림치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을 깊이 알게 된다. 예수 믿는다는 말은 예수를 깊이 알아가는 것이다. 이 전제가 빠지면 종교는 취미로 전락하게 된다. 죽음과 지옥가는 것이 두려워서 보험들 듯이 예배당 출입하게 된다.
깊이 아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한다. 전문가 중에서 고수를 9단이라고 한다. 1에서 8까지의 단계를 통과해야 9단이 된다. 그 분야를 통달하는 완성의 단계이다. 그 자리까지 가는 데는 좋은 스승을 만나야 되고 치열한 고독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영혼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고독을 친구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엘리야가 호렙산에서 들었던 ‘아주 세미하고 부드러운’ 하나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열왕기 하 19:7-13) 즉 섬세한 감각과 영성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님에게 가는 길은 내가 바라보는 사물들, 사람들, 일과 사건을 깊이 바라보는 데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때 일체은혜감사라고 말한다.
그 어디나 하늘나라, 그 어디나 하나님이 계심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인생의 깊이를 아는 사람이다. 그들은 어떤 일을 하던 깊이 공부하고 깊이 사색하고 깊이 관계 맺고 깊이 바라본다. 동광원 이현필선생은 제자들에게 ‘파라 파라 깊이 파라’는 말씀을 강조하였다. 깊이 파는 사람이 이 세상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 감사의 축제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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