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 慈悲
2020.10.30 05:26
慈悲
마태복음 5: 7
진달래교회 숨 이병창
성서에서 하나님이 약해지실 때가 있다. 첫째는 하나님께 부르짖는 자와 둘째는 자비를 베푸는 자에게 약해지신다. 누가복음 18장 9절 이하에는 바리새파 사람과 세리의 기도가 등장하는 데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하늘을 우러러볼 생각도 못하고 슬픔에 잠겨 가슴을 치며 하나님 이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하고 눈물로 기도를 드렸다’ (13절) 하나님은 자신의 의로움을 뽐내는 바리새파 사람은 용서를 안하시고 세리에게 자비를 베푸셨다는 예수의 말씀이 있다.
오늘 본문은 산상수훈 가운데 한 구절이다. ‘자비를 베푸는 자는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자비를 베푸실 것이다’(7절). 하늘과 땅은 한 벌과 같다. 그러기에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메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린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위대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땅에서 자비를 베푸는 자의 상은 하나님이 갚아 주신다, 그렇다면 자비란 어떤 의미를 가진 단어인가?
자(慈)란 검을 현(玄)자가 위에 두 개가 있고 그 아래 마음 심(心)자가 있다. 천자문의 시작 구절인 하늘 天, 따 地, 검을 玄, 누루 黃에서 하늘 빛을 가리키는 단어가 현(玄)자이다. 자(慈)자는 헤아릴 수 없는 그윽한 하늘을 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즉 무한히 허물을 감싸는 마음의 표현이다.
비(悲)란 아니 비(非)자 아래에 마음 심(心)자가 있다. 깊은 연민으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나무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슬플 비라고 한다. 자비에는 방패와 창이 같이 있다. 사랑의 보자기와 훈육의 회초리가 함께 있다. 하늘 같이 감싸는 마음과 아닌 것은 아니라고 경책하는 마음이 함께 있기에 자비에는 아픔과 슬픔이 있다. 큰 자비일수록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성인들의 자비심에도 이런 이치가 따르고 있다. 예수의 십자가는 이 양면성의 피흐르는 상징이다.
자비는 불처럼 뜨거운 자비도 있고 냉철한 자비도 있다. 예수의 자비, 바울의 자비가 빛깔이 다른 것은 양쪽 에너지의 발란스가 각 자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어떻게 나타났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예수는 '자'에 무게가 실린다면 바울 사도는 '비'에 기울어 있다. 바울은 진리의 검을 든 전사와 같다. 나는 자에는 현(玄)자가 두 개이고 비에는 아니 비(非)자가 한 개인 것에
주목한다. 지적과 충고는 그 만큼 신중하게 생각하고 가급적 줄이는 지혜를 사용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깊은 통찰력과 연민의 가슴으로 하는 '나무람'이 사람을 살리는 '아니 비' 이다. 비가 없고 자만 있는 자는 사랑보다는 집착으로 흐르기 쉽다. 물 속에서 부둥켜 안고 함께 죽어가는 어머니와 자식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부모들이 자식을 인간으로 기르지 않고 애완견으로 키운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치에 대한 무지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지혜를 만나야 빛이 난다. 사랑이 자라면 비는 지혜이다. 자비로운 사랑과 지혜로운 사랑이 함께 있는 자비를 행하는 자는 보답과 보상을 초월한 사랑이 된다. 이 조화가 무너지면 사랑은 많은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산상 수훈의 가르침은 5장의 마무리 부분에서 완성된다. 43절에서 48절 까지 읽어 보자.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자비는 값싼 동정이 아니다. 하늘이 악한 자, 선한 자 가리지 않고 똑 같이 햇빛과 비를 내려 주는 것처럼 그렇게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보고 행하는 자기 초월의 자비이다. 이 경지에 가기 위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먼저 하나님께 자비를 구하는 사람이 되고 그 마음으로 내가 자비를 베풀어야 할 때 하나님이 나에게 해주시는 바처럼 힘써 자비를 행하는 데 있다. 이 것이 우리가 몸을 입고 지구에 있는 동안 각성하고 실천해야 될 신앙의 덕목이다.
이번 주에는 이 말씀을 기억하면서 각자에게 찾아온 자비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의도적으로 행해 보자. 하나님의 자비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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