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 일연
2020.12.25 22:39
"어린 날 부터 나의 일과는 노을을 보는 것이었다. 세월이 흘러 성장한 후에 만난 아떤 이가 나에게, 노을은 그만 보고 달을 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 뒤로 달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 영향으로 달에 대한 시를 여러 편 적기도 했지만 한 밤에 바라보는 달은 늘 혼자였디. 달을 함께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달빛은 따뜻할 것이다. 그동안 나는 온기 없는 달만 바라봐 온 것이리라. 12월의 달이 오늘은 더욱 차디차다." -숨-
(송나라 신종의 연호) 6년 10월 보름날 밤에 막 옷을 벗고 잠을 자려고 하는데, 밝은 달빛이 방안에 비치어 벌떡 일어났으나, 생각해보니 함께 노닐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드디어 승천사承天寺로 가서 장회민張懷民을 찾았더니, 희민도 역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뜨락을 거니는데, 뜨락은 마치 호수와 같아서 물속의 수초가 서로 엇갈려 있는 것이었다. 대개 그것은 대나무와 잣나무의 그림자가 달빛에 서로 엇갈려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밤인들 달이 없으며, 어느 곳인들 대나무와 잣나무가 없으련만, 다만 우리 두 사람처럼 한가로운 정취가 있는 사람이 드문 것일 뿐이다.“
<소문공충집>에 실려 있는데 그와 비슷한 글이 일연(釋一然)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의‘포산이성(苞山二聖)’이란 내용이다.
“신라에 관기(觀機)와 도성(道成),
‘신라에 관기와 도성이라는 두 선사가 살고 있었는데 어디 사람인지는 모른다. 포산이라고도 하고 비슬산이라고도 부르는 산맥의 남쪽 모롱이에 관기는 암자를 지어놓고 살고, 북쪽의 굴 속에서 도성은 살고 있었는데, 서로 떨어지기 십 리쯤 되는 거리였다. … 만약 도성이 관기를 만나려면 산중의 나무들이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파닥거리며 휘어지는 때를 택했으니, 그 나무들의 모양을 보고 관기는 도성을 마중 나갔으며, 그 반대로 관기가 도성을 만나려면 산 중의 나무들이 바람을 타고 보다 북쪽으로 굽으며 파닥거릴 때를 택했으니, 그 나무들의 모양을 보고 도성은 또 관기를 마중 나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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