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 플라톤
2021.01.18 07:38
”여러분은 카이레폰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일찍부터 나의 친구였고, 여러분의 벗이었습니다.(...) 그는 델포이로 가서 대담하게도 다음과 같은 신탁神託을 그(무녀巫女 피티아)에게 물었습니다.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때 무녀 피티아는 대답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현명하디, 에우리피데스는 더욱 현명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만인 가운데서 가장 현명하다.”
카이레폰은 죽었습니다. 그러나 이 법정에 와 있는 그의 동생이 나의 말이 진실임을 보증해 줄 것입니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여러분에게 왜 내가 악명을 얻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델타 신탁의 응답이 올바른 것인지, 누가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인지, 나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있는지,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찾아갔고, 첫 번째 사람은 정치가였습니다.
나는 그와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도 매우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는 현명하지 않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나는 그 자신은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현명하지 않다는 것을 그에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 나는 그의 미움을 샀고, 그 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도 나에게 적의를 갖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와 헤어져 돌아오면서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도 나도 아름다움이나 선善을 사실상 모르고 있지만 나는 그보다는 현명하다고, 왜냐하면 그는 아무것도 못하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알지도 못하고 또 안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알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그보다 더 우월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보다 더 현명하다고 알려져 있는 다른 사람을 찾아갔으나 결론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치가 다음에는 시인詩人. 비극 시인, 주신酒神, 찬양시를 쓴 시인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가면, 내가 그들보다 더 무지하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당장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들의 작품 중에서 가장 정성들여 썼다고 여겨지는 구절들을 제시하고, 이 구절들이 의미하는 바를 물었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무엇인가 가르쳐 주리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여러분은 믿으시겠습니까? 나는 진실을 털어놓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지만, 동석했던 사람들이 그들의 시에 대해 작자 자신보다도 더 훌륭한 설명을 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시인은 지혜가 있어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소질과 영감에 의해 시를 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훌륭한 말은 많이 하지만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예언자나 점쟁이와 같습니다. 나에게는 시인들도 점쟁이나 예언자와 거의 같은 경우에 속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은 시를 쓴다는 것을 믿고 다른 일에 대해서도, 사실은 그렇지 않건만, 가장 현명한 사람으로 자처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따라서 내가 정치가들보다 우월한 것과 똑같은 때문에 그들보다는 우월하다는 것을 믿으며 그들과 헤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장인匠人들을 찾아갔습니다. 말하자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장인들은 많은 훌륭한 일을 알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점에서는 나는 잘못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내가 알지 못하고 있는 많은 일을 알고 있었고, 이 점에서는 그들은 확실히 나보다 더 현명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훌륭한 장인까지도 시인과 마찬가지의 잘못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은 훌륭한 기술자이므로 자신들의 모든 종류의 중대한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이러한 결점이 그들의 지혜를 가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신탁을 대신해서 나는 그들과 같은 지식도 그들과 같은 무지도 갖지 않고 현재와 같은 상태로 있는 것이 좋은가, 또는 그들처럼 두 가지를 다 갖는 것이 좋은가 하는 것을 주문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과 신탁에 대해 현재와 같은 상태로 잇는 것이 더 좋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나는 이와 같은 탐구로 말미암아 최악의, 그리고 가장 위험한 적을 만들었으며 또한 많은 비방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러므로 신은 소크라테스에 대해서 말한 것이 아니라 나의 이름을 예로서 든 데에 지나지 않으며, 말하자면 신은 “오, 인간들이여, 소크라테스처럼 그의 지혜가 사실은 아무 가치도 없음을 알고 있는 자가 가장 현명하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르므로 나는 신의 뜻을 좇아 세상을 돌아다니며, 아테네 시민이든 외국인이든 가라지 않고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지혜를 조사 구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현명하지 못하면 나는 신탁을 옹호하여 그에게 현명하지 못함을 깨닫게 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이 일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의 관심사에 대해서나, 나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서나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따라서 신에 대한 봉사로 말미암아 나는 극단적인 가난을 겪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변명> 6-9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40 | 프란츠 카프카 <작은 우화>에서 | 물님 | 2021.02.07 | 1868 |
139 | 몽테뉴의 수상록 | 물님 | 2021.01.18 | 1719 |
» | 소크라테스의 변명 - 플라톤 | 물님 | 2021.01.18 | 2070 |
137 | 도스토옙스키 소설 <미성년> | 물님 | 2021.01.08 | 1898 |
136 | 괴테의 <파우스트 > 제 3막에서 | 물님 | 2021.01.05 | 1474 |
135 | 키르케고르의 -유혹자의 일기 | 물님 | 2020.12.25 | 1372 |
134 | 호라티우스의 <시학> | 물님 | 2020.12.08 | 1573 |
133 | <복된말씀> 폐간 36년만에 복간 | 도도 | 2020.11.08 | 1479 |
132 | <다시 보면 새로운 세상> - 저자 손법상 | 도도 | 2020.11.05 | 1470 |
131 | 산지(임야)개발 지식 | 물님 | 2018.09.29 | 2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