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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 소품과 보유

2021.03.03 06:20

물님 조회 수:802

-쇼팬하우어의 독서에 대한 조언  - 

 

”책을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읽을 시간도 같이 살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은 일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우리들은 책을 산다는 것과 그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것을 혼동하고 있다.

(...)

한 번 읽은 것을 무엇이든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한번 먹은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뱃속에 넣어 두도 싶어하는 것과 같다. 사람은 자신이 먹은 것으로 육체적인 삶을 살고, 읽은 것으로 정신적인 삶을 영위한다. 그렇게 하여 현재의 자신이 된 것이다.

그러나 육체는 육체에 맞는 것을 동화하듯이 누구든 자기의 흥미를 끄는 것, 자기의 사상체계나 혹은 목적이 맞는 것만을 정신 속에 남긴다.

물론 누구나 다 목적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상체계라고 할 만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러한 사람들은 어떠한 것에도 객관적인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따라서 한 번 읽은 것도 원래의 모습대로 그들의 정신에 부착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한 번 읽은 것이 그대로의 형태대로 남아 있지 않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기 위한 조건이란 나쁜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시간과 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의 <소품과 보유>에 실린 글이다.

 

자기가 고르고 골라서 산 책이나 그리고 읽었던 모든 책이 다 좋은 책은 아니라는 이야기이고, 책을 산다는 것에 우선해서 그 책을 읽어야 책을 산 처음에 취지에 부합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서, 또는 사는 것은 좋아하는데, 읽는 것이 귀찮아서 안 읽으면 오히려 안 사는 것보다 못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시간도 죽이고, 돈도 허비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 좋은 책과 나쁜 책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독자나, 책을 파는 사람들이나 고서관의 사서들이 배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눈뜬 봉사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가 보니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 오래오래 곱씹게 하는 진정으로 양서라고 할 수 있는 책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하는 악서만을 권하고, 팔고, 그래서 읽는 경향들이 있다.

좋은 책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책을 파는 사람들이나 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다.

카프카가 말한 도끼로 두개골을 때리듯 작용하는 그런 책이 아니라도,...

 

“반복은 연구의 어머니다. 어떠한 것이든 중요한 책은 계속 두 번을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두번 읽게 되면 문제의 연결성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고, 이미 결론을 알고 있으므로 중요한 발단의 부분도 바르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또한 두 번째에는 응당 처음과는 다른 기분으로 읽고 다른 느낌을 받으며 한 대상을 다른 조명 속에서 보는 것 같은 체험을 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저자가 지닌 정신의 정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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