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3장 모르드개와 하만
2021.11.16 08:37
20211114
에스더 3장 모르드개와 하만
숨 이병창
2장의 등장인물은 왕후가 된 에스더와 왕의 암살 기도를 막은 모르드개였다. 3장의 주요 인물은 유대인들을 몰살하려 하는 하만이다. 2장과 3장 사이에는 3-4년의 시차가 있다. 모르드개와 하만, 이 둘 사이에는 긴장과 갈등이 흐른다. 큰 강물도 그 원류는 작은 옹달샘인 것처럼 민족이 멸절되는 위기가 초래된 것은 두 사람 사이의 개인감정이었다.
페르시아 제국의 2인자였던 하만은 자신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절도 하지 않는 모르드개에게 크게 분노했다. 하만은 모르드개 한 사람에게 그치지 않고 아하수에로 왕의 이름으로 조서를 만들어 유대인들을 한 번에 멸절시키려고 하였다. 그렇다면 왜 하만은 이런 엄청난 짓을 하려 했을까? 여기에는 천년에 걸친 묵은 악연이 배후에 있다. 하만은 천 년 전 유대인들의 출애굽 당시에 유대인들을 악착같이 괴롭혔던 아말렉 족속의 후손이었다(출 17:8-16). 아말렉은 유대인의 정복 전쟁에 있어 첫 번째 상대였다. 아말렉은 르비딤에서 이스라엘을 기습공격 하였기 때문에 하나님의 대적자가 되었고(출 17:16), 이스라엘의 영원한 대적자가 되었다.
“모세는 거기에 제단을 쌓고 그것을 여호와 닛시라고 불렀다. 그러고는 여호와의 기를 높이 쳐들어라! 여호와께서 아말렉과 대대로 싸우시리라! 하고 외쳤다.”(출 17:15-16)
하만은 사울왕 당시에 사무엘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말렉 족의 왕 아각의 후손(삼상 15:20)이었다. 아각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고조선의 단군처럼 아말렉의 왕들에게 공통적으로 붙여지던 칭호였다. 하만은 아말렉의 왕족으로서 페르시아에서 큰 공을 세워 벼락 출세를 했던 인물이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두 사람은 이방인의 나라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이런 배경을 생각하면 왜 모르드개가 무릎을 꿇지 않았고 하만이 복수하려 했는지 알수 있다. 우리나라 사극에서 보면 정승이 지나갈 때 시종이 ‘물렀거라!’ 하면 일반 백성들은 모두 엎드려 고개를 들지 않는 장면이 있다. 이런 것처럼 페르시아 제국의 영의정에 해당하는 하만에게 엎드리지 않은 모르드개는 하만에게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었을 것이다. 에스더는 왕비이고 모르드개는 왕의 목숨을 살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하만에게 있어 모르드개는 잠재적 위협의 인물로 보였을 것이다. 둘 사이에는 민족 감정의 갈등이 대립하고 있었다.
@ 무릎을 꿇지 않은 모르드개
모르드개가 하만에게 절하지 않은 것은 아하수에로 왕의 명령을 어긴 것이다. 당시의 상황에서 하만에게 절하지 않은 것은 죽어 마땅한 죄였다. 그럼에도 모르드개는 절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의 목숨보다도 더 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르드개는 유대인으로서 어떤 인간에게도 신적인 경배를 할 수 없었고, 거기에 조상 대대로 원수였던 아말렉의 후손에게는 더욱 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문제는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도 지속 되어 온 문제였다.
로마 치하에서 황제 숭배를 거절하였기 때문에 교회는 피의 순교 역사를 기록하였다. 신으로 섬겼던 황제 상에다 절하지 않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참혹한 순교를 하였다. 일제 치하에서 신사 참배를 거부한 그리스도인들 역시 고난을 당하였다. 해방 후에 신사 참배를 한 목사들과 하지 않은 목사들의 갈등으로 한국교회는 분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기본적으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외의 어떤 존재도 경배의 대상으로 삼아 그 앞에 절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인간 위에 인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있다. 인간을 수탈하고 억압하는 사회 구조가 여기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 아래 인간을 두어서도 안 된다. 인간은 모두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나누어 받은 ‘한’ 사람이다.
사도 요한이 밧모 섬에서 천사의 발아래 엎드려 절하려 할 때 천사는 요한을 제지했다. 천사는 오직 하나님께만 경배하라고 말했다.
“이 모든 일을 보고 들은 나 요한은 이것을 보여준 천사의 발 앞에 엎드려 그에게 경배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천사는 다시 전과 같이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안된다, 이러지 말라. 나 역시 너나 네 형제인 예언자들이나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말씀을 지키는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예수의 종일 뿐이다. 다만 하나님을 경배하라.”(계 22:8-9)
사단은 광야 시험에서 예수에게 나에게 경배하면 천하만국과 그 영광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단호하게 그 유혹을 거절했다.
“그때 예수께서 ’사단아, 물러가라. 성경에 너희 하나님 여호와를 두려워하고 그 분만을 섬기라‘고 이르지 않았느냐? 하고 대답하셨다. 그러자 마귀는 떠나가고 천사들이 와서 예수께 시중을 들었다.”(마 4:10)
베드로도 바울도 자신을 경배하려는 사람들을 거절했다. 신앙의 핵심은 오직 하나님만 경배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의 무한한 자존이 있고 하나님을 믿는 기쁨이 있다.
@ 하만의 치밀한 음모
하만은 유대인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그는 왕의 허락을 받아내기 위해 페르시아의 법을 무시하는 반역자들을 처단하고자 한다고 말했고, 허락한다면 은 일만 달란트를 왕에게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은 일만 달란트는 34만 킬로그램으로서 당시 1년 국가 수입의 65%에 달하는 거액이었다(Herodotus). 그의 제안은 왕의 변덕을 막고 유대인으로부터 재물을 탈취하여 왕에게 바칠 금액을 충당하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다. 당시 유대인들은 70여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페르시아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었다.
아하수에로 왕 12년(B.C.474년) 12월 13일에 유대인들을 살해하라는 조서가 1월 13일에 선포되었다(12-15절). 왕은 유대인들이 나라를 경멸하고 왕권을 무시한다는 하만의 말에 전권을 하만에게 주었다. 왕의 결정은 민심을 흔드는 사항이었다. 당시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의 교리에 의하면 살인을 금하였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대량살상은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결정이었다.
조서와 실행일은 11달 차이가 난다. 하만이 11개월 후로 계획한 것은 자신의 신에게 행운의 날을 점지받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본문의 제비뽑기 도구인 ’부르‘는 페르시아어로 제비, 추첨을 뜻하는 소스(sors)를 히브리어로 번역한 단어이다. 아마 국가 대사였기 때문에 날을 받는 데 있어 페르시아의 제의 담당자들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유대사회에서도 제비뽑기는 제사장이 행하였다. 고대에 제비뽑기 방식은 중, 근동에서 신의 섭리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널리 사용되어졌다.
11개월의 시간은 하만에게는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겠지만 에스더와 모르드개 입장에서는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반전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 반전의 내용이 다음 장에 소개되고 있다. 악인은 사람을 죽이는 생각으로 살고 의인은 사람을 살리는 생각을 하며 산다. 남을 죽이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을 죽이는 일이다. 모르드개와 하만의 차이는 바로 이것이다.
-땅 속에 숨은 보화를 캐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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