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교회에 보내는 편지 2. 시작
2022.02.07 13:28
우리 교인이라면 ‘시작’이라는 단어에 마가복음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주시는 예수님을 만나는 그 순간을 느끼면서요. 누구에게나 예수님을 만난 시작이 있었겠지요? 아무리 모태신앙이라도 그저 예배당에 찬송이 즐거워서 가는 시절에서 말씀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는 시절로 변하는 변곡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에 두 번 떨어지고 나서였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예배 시간에 졸았습니다. 예배 말씀을 정말 하나도 못 알아들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미끄러지니 말씀이 메마른 땅에 부어진 우물물처럼 들어왔습니다. 이전에 숨님을 유독 좋아하는 청년은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결론내린 적이 있는데, 제가 그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 시절에 말씀을 따라 삶에서 새로운 복음을 쓰시는 교인분들을 보며 큰 희망을 얻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황무지에 심겨진 씨앗처럼 내가 무엇이 될까 무서웠어요. 그런데 불재에서는 ‘내가 저 아름다운 꽃들 중 하나가 되겠구나‘하는 안정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꽃이 되기 위한 시작은 내 안의 의지임을 배웠습니다. 모두가 각자 있는 학교에서 우체국에서 또는 마을에서 의지를 가진 그리스도인이 되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매주 그 의지의 어려움을 같이 나눔으로서 그 길이 얼마나 오래 인내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또 때때로 좋은 소식을 나눔으로서 선물 같은 인내의 열매들을 맛 볼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의지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하나의 마을 같았습니다.
이런 ‘진달래 마을’의 존재는 제게 자유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신입생 때부터 선배들이 불러도 마다하고 내게 중요한 일을 선택할 수 있는 배짱과, 교수님들의 눈을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내공이 생겼습니다. 놀랍게도 싫어하실 줄 알았던 교수님들께서는 제가 대화를 피하려 하지 않는 학생이라며 학생들의 생각이 궁금하실 때 종종 부르시기도 했답니다.
또, 진달래만의 ‘특별한 공연’들을(대표적으로 아주 오래전 알님의 태평소 연주, 지금은 너무 듣기 좋아요~) 보며 공연에 대한 자신감이 샘솟아 듣기 괴로운 노래를 아주 자신 있게 부르는 능력도 획득했습니다. 또 방학 때 침대를 좋아하던 저를 거침없이 여권을 들고 혹은 빨간차를 몰고 전국을 탐방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 때마다 ‘괴로운 노래를 아주 자신 있게 부르는 능력’은 매우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일일이 나열을 하자면 끝이 없지만, 그 어떤 친구도 경험하지 못한 대학생활을 하였고 그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이제 대학 생활을 마감하고 사회인으로서의 새로운 봄이 임박해 오는데, 저도 진달래 마을의 당당한 일원들처럼 나만의 복음을 써내려가고 씨앗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꽃을 피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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