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교회에 보내는 편지 4. 기름 없는 등불
2022.02.07 13:32
‘
'이번에는 잘 할 수 있을까?’
졸업 후, 출근 전, 햇살 가득한 나날들 사이 문득 오는 먹구름 같은 걱정이예요. 왜냐구요? 그건 작년 병원 실습 때 저답지 않게 미움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땐 노예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 마음이 커질수록 책임감이 사라졌고, 심지어는 제가 퉁명스럽게 응대해서 환자분이 가시는데도 죄책감조차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일이 줄어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저 혼자만 변한 건 아니예요. 그래도 매주 교회에서 마음 빨래를 해서 온건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변하게 된 걸까요? 이집트 유대인들 같은 동기들의 분위기에 동기화 된 걸까요. 아니면 체력이 약해 정신마저 함락되어버린 걸까요?
그때의 저는 제 영혼의 등잔에 기름을 채우지 않고 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마태복음에서 등잔에 기름이 없어 사러갔다가 결혼잔치에 들어가지 못한 처녀들처럼요. 매일 영혼의 기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그때는 하나님께 이왕이면 하지 말아야 할 기도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었거든요.
종종 예배 시간에 ‘--되게 해주세요, --주세요’하는 그런 기도는 유치하다는 말씀에 공감을 했어요. 그래서 점수가 잘 채워지게 해달라고 기도하기에는 하나님이 바쁘시니 내가 알아서 해결해 보자 마음을 먹었던 거예요. 결국 하나님과 대화를 하기 보다는 ‘이거 쯤은 알아서 해결하고 다시 찾아가겠습니다’ 한 것이죠.
이전에 아빠는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이 제일 싫다고 하셨습니다. 잘 안 되면 같이 논의를 해야지, 괜히 고생하지 말고. 그것처럼 하나님께 무언가를 달라고 하지 않는다는 게 혼자서 다 하라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그 유명한 말도 있잖아요. ‘구하라, 얻을 것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소원을 구하면, 길을 밝힐 기름을 주신다는 말을 하고 싶은게 아니었을까요?
예배 시간에 감옥을 변화시킨 신부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한 신부님께서 흉악범들이 수감 된 감옥에 온 뒤로 사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일화였습니다. 모두가 그 신부님께 비결이 뭐냐고 물었지요. 그런데 그 신부님은 그저 기도하셨다고 말했습니다. 매일 밤 그저 수감자들을 위해 기도를 했는데 놀랍게도 흉악범들이 잠잠해졌다는 일화입니다.
지금 생각하니 저 신부님처럼 ‘우리가 겪는 이 집단적인 의심과 미움을 정화하는 불을 위한 기름을 달라’고 기도해야 했어요. 그 기름을 매일 명상 속에서 태우면서 나를 정화하고 주변을 정화했어야 했어요.
분명히 이후의 인턴 생활도 병원 실습과 비슷하겠지요.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에는 하나님께 알아서 해결한다고 말하지 않고 어떻게 할지를 물어볼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방학 내 마음속에 주유소를 설치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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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 주유소에 기름 넣으러 갈 사람 많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