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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교인 여러분.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올해는 봄이 굼벵이 같아서 감기에 걸리시지 않았는지 걱정됩니다. 저번 편지는 매우 길고 무거웠는데 오늘은 봄을 기다리며 가볍고 귀여운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치오빠에게 피자를 판 경험은 그 중에서도 굉장히 명료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야곱이 형에게 팥죽을 판 대목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팥죽을 대가로 장자권을 받아 모든 축복을 가져간 대목입니다.)

 

 당시 오빠는 오빠가 아니었습니다. 원수였지요. 항상 제가 컴퓨터를 쓸 시간에 화를 내며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이를 갈며 도서관으로 걸어가곤 했습니다. 속으로 복수의 칼날을 다지면서요. (‘내가 저 인간보다는 잘 살겠다!’)

 

 문제의 그 날은 오랜만에 집에 온 날이었습니다. 성경책이 읽고 싶어 오빠 방에서 몰래 성경책을 가져와 읽고 있었습니다. 짙은 청색 가죽 성경책은 이모가 오빠에게 선물해 준 성경책이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소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우연이 오빠가 제 방에 들어와서는 저보고 피자를 먹고싶으니 돈을 달라고 했습니다.(빌린게 아닙니다!). 이런 일이 가끔 있었고 저는 그냥 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조건을 붙였습니다.

 

피자 값을 줄테니 이 성경책을 나에게 줘

 

 충동적이었어요. 오빠는 시간이 없었는지 알아서 하라며 제 손에서 지폐 몇 장을 낚아채고는 곧바로 집을 나갔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기분 탓이겠지만 그 뒤로 엄마의 영적 지혜나 아빠의 치과 지식은 모두 제게 왔습니다. 거의 독점권이었습니다.


 그 후로는 오빠와 떨어져 살아서 많이 볼 일이 없었습니다. 요즘에서야 마침 둘 다 시간이 많아 같이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었습니다. 비록 살쪗다고 놀렸지만 참 열심히 제 옷을 골라주고 피자도 사줬습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알고 보면 형제이니 사랑하라 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문득 이번에는 내가 오빠에게 성경책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많이 고생했으니 오빠도 돌려받을 때가 된 것 같거든요. 신기하게도 졸업하면서 기독 의료인 동아리에서 졸업선물로 준 성경책이 이미 제 방 책장에 포장된 채로 앉아있습니다. 이번 주에 보내줘야 겠습니다. 그러면 예수님을 만났을 때도 떳떳할 수 있겠지요? 마침내 원수를 형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거든요.

 

 교인 여러분은 형제자매가 아주 많으실 것 같아요. 모두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어른이 되셨겠지요? 어쩌면 지금 원수인 사람들도 나중에 더 크고 보면 형제임을 깨닫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 앞으로 더 후회하지 않게 더 조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