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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 도추(道樞)

2022.09.27 05:15

물님 조회 수:758


“모든 사물은 ‘그’라고 부르지 못할 것이 없고, 또 ‘이것’ 이라고 부르지 못할 것이 없다. 자기를 떠나서 ‘그’의 처지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도 환히 이해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라는 개념은 ‘이것’이 있기에 생겼고, ‘이것’이라는 개념은 ‘그’라는 것이 있어서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그’와 ‘이것’은 상대적 개념이다.

그러나 상대적인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생生에 대해 사死가 있고, 사에 대립하는 것으로서 생이 있다. 가可에 대립하여 불가不可가 있고, 불가에 대립하는 것으로서 가가 있다.

시是에 기인하여 비非가 있고, 비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시가 있다.

그러므로 성인은 이런 상대적 입장에 있지 않고 인위를 초월한 자연의 입장, 즉 하늘(天)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시비의 상대성을 초월한 진정한 시의 입장이다.

이런 절대적인 입장에서 보면 ‘이것’도 바로 ‘그’요. ‘그’도 ‘이것’과 같은 것이 된다. ‘그’에게는 ‘그’를 근거로 한 시비의 판단이 있으며, ‘이것’에는 ‘이것’에는 ‘이것’을 근거로 한 판단이 있다.

이와 같이 ‘그’와 ‘이것’이라는 개념이 입장만 바꾸어서 볼 때 바로 역전하는 성질의 것이라면, 과연, ‘그’와 ‘이것’이라는 개념이 처음부터 있다고 해야 할 것인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인가. 이같이 ‘그’니, ‘이것’이니 하는 대립이 해소된 경지, 이를 도추道樞라고 한다.

문짝의 추樞(지도리)는 고리 속에 끼워짐으로 하여 비로소 무한한 방향으로 작용을 발휘하게 된다. 이 절대적 입장에서면 시라는 개념도 무궁한 변화 중의 하나요. 비라는 판단도 무궁한 변화 중의 하나가 되어, 그 자체로서의 존재 이유를 상실하고 만다. 앞에서 명을 가지고 그 입장에서 비추어 보아야 한다고 한 것은 이를 가리키는 것이다.“

<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