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안경을 내려놓고
2022.12.09 08:04
종교의 안경을 내려놓고
숨 이병창(시인, 도서출판 뫔대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종교 간의 화해와 일치를 도모하고자 하는 모임에 나름대로 성의껏 참여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씩 모였다가 헤어지는 친목 모임과 행사로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것은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여러 가지 덕담을 나눈다 해도 세상이 변화되는 것과는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나의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타 종교의 성직자와 친하게 지낸다 해서 그가 타 종교를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목사 가운데 금강경과 화엄경을 읽어본 사람을 찾아볼 수 있었던가. 스님들 가운데 성서 66권 가운데서 4 복음서만이라도 읽어 본 분이 있었던가. 종교의 안경을 내려놓고 그냥 있는 그대로 스승의 말씀을 파고들어 영혼의 양식을 삼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쉬운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인간 내면에서 올라오는 깊은 물음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죽음 이후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한 천당과 지옥의 낡은 틀을 넘어서는 탈종교적 새로운 진리와 각성을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것이다. 이런 시대에 크리스챤들이 불교 이전의 붓다 말씀에 귀 기울이고, 불자들은 성서 속의 예수의 육성을 듣고자 한다면 극락정토와 하느님 나라가 한 발 더 가까이 이 땅에 임하게 되리라 믿는다. 이번에 출간한 – 알기쉬운 금강경 풀이-와 한국의 절집 순례시집 ‘하마터면’은 이런 목적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본회퍼 목사는 예수를 기독교의 틀 안에 가두는 행위가 멈추어지기 위해서 ‘기독교의 비종교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나’는 나보다 더 큰 나이다. 성인들 역시 내 생각의 틀보다 한없이 더 큰 존재이다. 종교적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경전의 말씀을 읽고 듣는다면 편견이 깨어지게 되고 더 큰 의식이 열리게 될 것이다.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경전의 거울을 통해 ‘ 나’를 볼 수 있다면 ‘너’ 또한 밝히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진리는 우리를 기쁨의 세계로 안내하고 자유롭게 한다. 그 기쁨 안에서 우리는 불이(不二)의 세상을 함께 노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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