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희생자 영령을 기리는 49제 조사(弔辭)
2022.12.19 21:14
10.29 참사 희생자 영령을 기리는 49제 조사(弔辭)
윤중 황선진
10.29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冥福)을 삼가 기원합니다. 당신들을 기억합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신나는 일을 만나기 위해 이태원 할로윈 축제 현장을 찾았던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살면서 신나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 군중 속에 파묻혀, 온갖 시름을 놓아버리고,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 대는 것.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아요?
”지금 나는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어요. 두고 온 가족. 그들이 울부짖는 소리, 우리들에 대한 뉴스 등. 나는 그런 일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우리 모두의 뿌리, 신명(神明)! 신명이야말로 우리 삶의 근본이자 목표입니다. 신명을 잃어버린 세상에서 신명을 찾아 나선 것밖에 없는 159명의 젊음이 어찌 갈 길을 제대로 갈 수 있겠습니까? 어찌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명을 죽이고 있는 체제, 그 체제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는 자들이 그 젊은이들을 욕보이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 모두 뒤돌아보지 말기를 바랍니다. 오직 밝은 빛만을 바라보고 이 세상에 왔던 길을 되돌아 본래 자리로 곧장 가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살아오신 이력에 따라 어쩌면 흐릿한 빛이 여러분을 유혹할지도 모릅니다. 그 유혹에 넘어가면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늦어지거나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남아있는 우리들의 노력에 의해서 이 세상이 평화롭고 정의롭게 되었을 때, 복된 자리로 오셔서 못다 누린 행복과 즐거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부디 이승에서의 모든 한을 다 놓아리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는 참사를 겪은 기억에서 오는 두려움, 공포 등이 서려 있습니다. 저 옛날 인류를 덮쳤던 참사, 앞으로 또 있을 참사.
님들께서는 앞으로 있을 그 참사에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당신들의 생령(生靈)을 바쳐 우리 모두에게 던져주었습니다. 님들이 의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그것은 고귀한 희생입니다. 그 희생을 기리며 <올드 랭 사인>에 얽힌 사연을 상기해봅니다.
무언가 아련한 슬픔과 회한이 깃들어 있는 노래이죠. 저 아득한 과거, 한 문명이 침몰할 때,
”머나먼 미래의 언젠가 우리들이 다시 집단으로 모일 것이고, ‘지구의 승리가 성취되었다’는 절대적인 확신 속에서 이 노래를 다시 부르게 될 것이다. “이 노래를 부르며, ”나중에 다시 만나면 이 일을 되풀이하지 말자!“
이 노래에는 슬픔과 회한을 넘어 찬란하게 동터오는 새 아침의 빛을 바라보는 기쁨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날과 새로운 세계가 이제 막 탄생될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동트기 직전의 마지막 어둠의 시간을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앞을 내다보는 이들이 전부터 예상해 온 지구상의 변동에 직면할 것이며, 이번의 참사가 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한 과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의 희생 덕에 우리 모두는 치유의 기회를 제공받았습니다. 여러분!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두려워하지도 마십시오. 그리고 그 슬픔이 다한 곳에서 새로운 희망이 솟아오릅니다. 그 두려움을 놓아버린 자리에 지극한 평화가 다가옵니다. 여러분은 그 희망과 지극한 평화을 받아 안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곳이 바로 극락이며, 천당입니다. 여러분의 참 자아에 집중하며 편안하게 본래 자리로 되돌아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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